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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재개발 물건이 ‘물딱지’라고?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다물권자 매물, 잘못 사면 입주권 안 나와
최근 달라진 판례…대법원 ‘교통정리’ 필요해

 
 
한남3구역 재개발 지구 보광동 일대 [김경빈 기자]
저는 지난해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 내 소형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조합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매도자가 동일한 재개발 구역 내에 주택을 하나 더 가지고 있어서 당신은 조합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요. 너무 놀라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저는 입주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재개발 조합설립인가 이후 해당 구역에 다(多)물건을 보유한 조합원의 물건 중 하나를 사들인다면 입주권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제1항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1명의 토지등 소유자로부터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을 양수하여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때에는 그 여러 명을 대표하는 한 명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2010년 2월 법제처는 대표 조합원 한 사람에게만 분양 자격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지요. 따라서 지금까지 정비업계에서는 다물권자의 물건이 매매를 통해 여러 명 소유가 된 경우 그 가운데 대표 조합원 한 명에게만 분양 자격을 인정해왔습니다. 즉 재개발 구역 내 다물권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은 향후 분양권이 나오지 않는 ‘물딱지’를 사는 셈이었죠.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법해석과 다른 판결이 나와 대법원의 ‘교통정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의 매수인들에 대해 광주의 한 재개발 조합이 한 사람에게만 분양 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하자 분양 자격을 못 얻은 매수인들이 소송을 건 사건인데요. 이에 광주고등법원은 “대표 조합원 외에 다주택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자도 (조합원으로서) 의결권 등 절차적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와 달리 분양신청을 각자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단에 대해 대법원이 별다른 설명 없이 조합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때 대법원은 단지 고등법원의 판단을 취소할만한 사유가 없다고만 했을 뿐 명확하게 법률을 해석하여 법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분양 자격이 인정된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이와 유사한 소송이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니 머지않아 판가름이 나겠죠. 만약 위 광주고등법원과 같은 판단이 유지된다면, 다물권자의 물건에 대해서도 분양 자격이 인정되어 재개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현 질문자의 사례에선 조합이 매도인 1인에게만 분양 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한다면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 또는 분양자격확인소송 등을 제기해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이와 별개로 매도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재개발 구역의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매도인이 다물권자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어 신중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는 법률사무소 서월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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