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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최태원의 ‘행복 경영’…‘사회적 가치’부터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까지

“모든 이해관계자 신뢰 얻어야 성장” 강조
“끊임없는 경영 화두 제시 부담” 평가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
‘행복(幸福)’
 
냉철한 판단으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경영과 다소 거리가 먼 이 단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 단어를 경영과 연결한다.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사회적 가치 등 최태원 회장이 제시해온 경영 화두는 모두 행복이란 단어로 수렴한다. SK그룹 직원들의 행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경영 전략을 수립‧실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의 완전수가 22”라는 해석도 있다. 행복 두 글자의 한자 획수의 합이 22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05년부터 대면 결재 등 사인을 할 때 숫자 22를 함께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선출돼 태릉선수촌을 방문했을 당시에 등번호 22를 달고 시구한 일화도 있다. 최 회장이 꿈꾸는 행복 경영은 무엇일까.  
 
 

최태원式 ‘행복 경영론’

최 회장은 6월 2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딥 체인지의 모든 방법론을 유기적으로 담은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해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감과 신뢰를 얻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감과 신뢰를 끌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경영 목표 등을 담은 ‘성장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확대경영회의에서도 “우리 그룹은 그동안 수소, 배터리,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캠페인) 등 환경 분야를 선도해왔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회적 가치, 더블 보텀 라인, 공유 인프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여러 딥 체인지 방법론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다”며 “이제 이 같은 방법론들을 한 그릇에 담아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결국 신뢰를 얻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의 키워드는 싱크로나이즈(동기화)다. 각 회사의 미래 비전에서부터 이사회 운영, 구성원 평가 등 모든 요소가 파이낸셜 스토리 내에서 조화를 이뤄, 이해관계자별로 맞춤 스토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구성원, 투자자, 이사회, 사회 구성원 등 내‧외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믿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토리 완성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의 대표적인 예는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0’)를 의미하는 넷제로 추진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요구가 거세지는 만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앞당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SK그룹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약 35%, 2040년까지 약 85%를 감축한다는 목표다. 최 회장은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는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행복 경영서 출발한 경영 화두 변천사  

최 회장이 제시해온 경영 화두는 지난 2004년에 언급한 행복 경영에서 출발했다. 최 회장은 2004년 말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올해 우리의 철학이자 행동 원칙인 ‘SKMS’(경영 관리 체계)를 재정립해 이해관계자 모두가 더욱 행복할 수 있는 실천 기반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2005년 신년사에선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기업문화 정착 등을 주요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같은 해 발간한 사회 공헌 활동 백서의 인사말에서도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의 행복 극대화를 위한 SK의 의지를 실천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그룹이 이익 극대화를 넘어 사회적 난제의 해법을 적극 모색한 것도 이 때부터다.  
 
2015년 경영에 복귀한 그는 행복 경영 실천을 위한 사회적 가치 추구를 제안했다. 사회적 가치 추구를 통해 사회 구성원이 행복한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2016년엔 행복 경영 실현을 위한 딥 체인지를 주문했다. 경영 혁신을 넘어 사업, 조직문화, 자산 효율화 등 기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딥 체인지를 주문한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 넥타이 없이 셔츠와 갈색 바지 차림으로 오른쪽 뺨에 무선 마이크를 달고 등장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모습으로 최고경영자(CEO)들 앞에 서 당시엔 “파격”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업의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보텀 라인’(2017년) 등도 사회적 가치 추구를 통한 행복 경영 실현과 맞닿아 있다. 2019년 SK그룹 시무식에선 “성장과 안정이 지속적이려면 매출과 영업이익보다 구성원의 행복과 성숙도 있는 공동체를 잘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행복 경영을 재차 강조했다. 당시 최 회장은 시무식 이후 경영 화두에 대한 질문에 “구성원들의 행복”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 해 공언한 ‘행복토크’ 100회 약속을 지켜, 임직원 행복을 위한 방안들도 고심했다. 행복토크 1회당 200여 차례 이상 행복이란 단어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지난해에도 “기업이 세이프티 넷(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 추구를 강조했다.  
 
물론 재계 일각에선 “매년 경영 화두를 제시해온 최태원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최 회장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들이 큰 틀에서 경영 방향을 제시하긴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 등에 대해선 CEO들이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태원 회장이 매년 경영 화두와 구체적인 방법론 등을 제시해왔기 때문에, 급변하는 경영 환경 등에 따라 제시했던 경영 철학 등을 불가피하게 수정해야 하는 부담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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