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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기관이 이겼다…SK이노 배터리·석유개발 분사 확정

주주가치 훼손 우려 불구, ‘성장’ 명분에 압도적 비율이 분사 찬성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 7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 행사에서 물적 분할 등 중장기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장이냐 주주가치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석유개발 사업 분사에 대한 결론이 나왔다.  
 
16일 서울시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E&P) 분할계획서가 승인됐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되며 가칭 ‘SK배터리 주식회사(배터리 회사)’와 ‘SK E&P 주식회사(석유개발 회사)’가 출범하게 됐다. 이날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회사 분할을 계기로 각사에 특화된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질적·양적 성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수주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사업별 생산시설 확충 등을 위해 의사 결정을 신속히하고 유연하게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독립법인 체제가 더욱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시설 증설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적당한 시점에 SK 배터리 주식회사를 기업공개(IPO)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주총회 전부터 일각에선 이번 분사계획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무엇보다 최근 전기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며 유망 분야로 떠오른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하는 데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번 분사 방식이 물적분할이라 일부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만만치 않았다. 물적분할은 기업분할 시 신설법인 지분을 기존 회사가 보유해 자회사로 두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이 자회사 주식을 갖게 되는 인적분할과 상반된다. 또한 신설 자회사가 상장되면 두 기업 가치가 중복계상되는 만큼 모회사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통상 물적분할을 앞둔 회사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SK이노베이션 주가 역시 올해 2월 32만7500원에 최고점을 찍은 뒤 기업분할 소문이 돌며 꾸준히 하락해 이번 주총 당일엔 23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일부 소액주주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8.05%)까지 분사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대주주인 SK와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찬성에 손을 들면서 압도적인 비율로 기업분할이 결정됐다. 주총 참가비율이 74.57%로 나타난 가운데 이 중 80.2%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이 같은 결과는 주총 전부터 예고됐다. 이미 기업분할을 통해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킨 LG화학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 비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관투자자들이 참고하는 의결권 자문사가 분사를 통한 성장가지 제고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대세가 기울었다.    
 
이에 따라 분할기일인 다음달 1일 두 개의 신설법인이 출범하게 됐다. SK배터리 주식회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Baas)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 등을 영위한다. SK E&P 주식회사는 석유개발 생산·탐사와 탄소 포집·저장(CCS) 등을 맡는다. 아직 두 법인의 공식 사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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