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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은 하셨나요?…개인용 클라우드 접고 B2B로 턴하는 기업들

삼성·SKT·LGU+, 잇따라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 종료
배경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바뀐 시장 환경

 
 
삼성전자는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삼성 클라우드'를 9월 30일부로 서비스 종료했다. [사진 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인기몰이하는 동안 조용히 문 닫은 서비스가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제공하던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삼성 클라우드’다. 이 서비스를 쓰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거나 초기화해도 파일·연락처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런 쓰임새에도 삼성전자는 지난 9월 3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6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는 곳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9월 27일엔 SK텔레콤(‘클라우드베리’)이, 지난해 8월엔 KT(‘엠스토리지’)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었다. 오는 12월 1일엔 LG유플러스도 ‘유플러스박스’를 종료한다. 이로써 국내 기업이 제공하는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는 네이버의 ‘마이박스’만 남게 됐다.
 
2010년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원드라이브’)와 구글(‘구글드라이브’)이 개인용 클라우스 서비스를 내놓을 때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 2010년 유플러스박스를 시작으로 2016년엔 클라우드베리와 삼성클라우드가, 2018년엔 엠스토리지가 나왔다. 
 
10년도 채 안 돼 국내 기업들이 서비스를 접은 이유가 뭘까.
 
해외 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나 구글과 비교하면 통신사와 디바이스가 한계였다. 사용자 입장에서 통신사나 휴대전화 브랜드를 옮기면 기존에 쓰던 서비스를 함께 바꿔야 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게 개인용 클라우드의 가장 큰 장점인데, 통신사와 제조사는 경쟁이 어려웠다. 
 
결국 사용자 수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의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이동통신 3사를 합쳐 72만명에 그쳤다. 구글드라이브(구글포토 포함)는 1614만5368명, 원드라이브는 126만6303명이었다.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서 집계한 결과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이런 경쟁력 문제를 서비스 종료 배경으로 꼽지 않는다. SK텔레콤은 “변화된 시장 상황”을, KT는 “사업 환경의 변화”를 서비스 지속이 어려운 이유로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변했단 말을) 변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클라우드 시장의 무게중심이 개인에서 기업·공공기관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관계자는 MS에서 제공하는 사무용 프로그램 툴인 ‘오피스365’를 예로 들었다. 과거엔 MS 워드로 문서를 작성하려면 CD나 USB 같은 이동식 저장장치를 구매해 컴퓨터 내장 메모리에 설치해야 했다. 또 작성한 문서 파일을 내장 메모리에 저장했다. 클라우드에 저장하거나 공유하려고 해도 사용자가 직접 파일을 클라우드로 옮겨야 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경기 안산시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조형도. [사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공공 부문 클라우드, 국내 기업 각축전

그러나 이젠 사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해 MS 계정만 입력하면,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MS 워드를 쓸 수 있다. 여러 사용자가 클라우드를 활용해 하나의 문서를 동시에 편집할 수도 있다. 이런 서비스 형태를 사용자가 기업의 클라우드에 접속해 소프트웨어를 쓴다는 뜻에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라고 부른다. 이젠 개인이 ‘기업의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방식이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장 판도가 바뀌다 보니 국내 기업들도 기업용 클라우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물론, 네이버와 NHN, 카카오 같은 플랫폼기업도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도 춘천에 첫 번째 데이터센터 ‘각’을 세웠고, 현재 세종시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짓고 있다. 카카오도 경기 안산시에 첫 데이터센터를 짓는 중이다.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는 2025년까지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1만여 개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위해 86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런데 해외 사업자는 이 시장 진출이 어렵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보안 인증(CSAP)을 받아야 입찰할 수 있는데, 해외 사업자엔 인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건 네이버다. 현재 500여 개 정부·공공기관이 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을 쓰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 6월 공공기관용 보안 인증을 취득하면서 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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