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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CEO 임기 살펴보니②] 은행장 ‘단명’ vs 증권·운용사 ‘장수’하는 이유는?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서열 위해 단축, 투자업은 실적이 근간
변화되는 경영환경에선 장기 CEO가 투자계획 세우는 데 유리

 
 
◆ 스페셜리포트
① 정일문·최희문 연임 가능성…낮은 CEO는 누구?    
② 은행장 ‘단명’ vs 증권·운용사 ‘장수’하는 이유는? 
 
‘2+1+1’과 ‘1+1’. 허인 KB국민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재임 기간이다. 2017년 11월부터 국민은행을 이끌어 온 허 행장은 2019년 한 차례 연임한 데 이어 지난해 두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3월부터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권 행장도 올해 초 연임했다. 모두 합쳐 4년, 2년밖에 되지 않는 임기가 2~3회로 각각 쪼개져 있는 셈이다. 이 두 행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장들의 임기는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과거엔 통상 첫 임기로 3년을 보장받았지만, 현재는 대부분 2년이다. 여기에 연임으로 1년이 추가되는 정도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처럼 처음 부여받은 임기가 1년에 그치는 사례도 있다.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도 2018년 1월 취임 당시 임기가 1년에 불과했다. 전임 농협금융지주 회장(김용환)이 수익 극대화 차원에서 성과를 강조하며 은행장 임기를 1년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업계나 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는 상대적으로 은행장보다 긴 편이다. 첫 임기로 2~3년을 받은 뒤 1년씩 연임하는 구조는 비슷하지만,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장수 CEO도 존재한다. 투자업권상 실적이 자리를 지키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로 11년째 한 회사의 CEO를 맡은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대표적이다. 최 부회장은 2010년 2월 취임해 첫 임기로 3년을, 고 사장은 같은 해 5월 취임해 4년을 부여받았다. 이후 두 사람 모두 3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때마다 재임 기간은 3년씩 연장됐다. 자산운용업계에선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장수 CEO로 꼽힌다. 그는 2012년 10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 자리를 지켜오다 최근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박 대표의 임기는 총 12년으로 오는 2024년까지다.  
 
5년 이상 재임하는 CEO도 상당수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2016년 취임), 김신 SK증권 대표이사 사장(2014년), 김미섭·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2014년·2016년),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2015년), 조옥래 교보악사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2015년) 등 많게는 7년에서 적게는 5년째 CEO 자리를 유지 중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 4년 vs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 11년

 
은행장과 증권·자산운용사 CEO의 재임 기간이 다른 건 금융지주사 체제 때문이다. 현재 5대 금융지주 산하엔 은행과 카드, 보험, 캐피탈 등 다양한 계열사가 있다. 그러나 지주사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은행이다. 직책은 지주사 회장이 높지만, 실질적 권력자는 은행장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간 서열을 확실히 하는 차원에서 은행장 임기를 깎은(3년에서 2년) 뒤 ‘2+1’ 방식이 보편화 됐다. 지주사 회장 임기는 3년을 보장하고, 은행장은 매년 성과로 연임을 평가받는다. 증권사 중에서도 5대 금융지주사 아래 있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은 CEO 임기가 최대 4년(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서 최소 1년 9개월(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로 타사 대비 짧은 편이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선 CEO 임기가 짧으면 중장기 성과보단 단기업적에 치중하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EO가 2년 임기를 받고 업무를 시작하면 업무파악, 현장시찰만으로 사실상 반년이 날아간다”며 “그 뒤 반년은 자기 사람과 사업을 꾸리면서 지나가고, 실제로 CEO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은 1년 정도라 2년 임기도 아주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CEO 입장에선 1년 동안 중장기적 프로젝트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연임을 위해서라도 단기 성과를 내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9년 8월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는 은행장 등 금융사 경영진이 단기 성과로 평가받는 지금 같은 환경의 부작용을 잘 보여준다. 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를 편입한 펀드들이다. 이들 국가의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면서 2019년 8월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불러왔다. 금윰감독원에 따르면 당시 단기 성과에 치중한 일부 은행들이 자사 직원들에게 DLF 상품판매를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자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CEO의 임기는 길어지는 추세다. 업권 특성상 자산에 투자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예컨대 펀드가 한번 출시되면 10년 이상 운용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환경에서의 투자 결정은 쉽지 않다”며 “이런 경영환경에서는 회사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장기 CEO가 중장기적인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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