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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산업에 벤처 투자금 몰린다…‘저출산 위기지만, 고령화는 기회’

공공 요양보험 지출, 매해 20% 가까이 느는 중
민간 참여 없인 보험료 폭증, 적립금 고갈 못 막아
보험사 등 대기업, 벤처투자 참여하면서 ‘탐색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요양산업에 벤처투자가 몰리고 있다. 100억원대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스타트업)도 잇따라 나온다. 지난해까진 한 군데도 없었다.
 
시작은 지난 6월 106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끝낸 ‘케어닥’이다. 이 업체는 보호자와 요양시설·간병인을 잇는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9월엔 간병인 전문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케어네이션’이 120억원을 유치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말엔 요양시설 행정 자동화 소프트웨어 ‘하이케어’를 개발한 ‘한국시니어연구소’가 1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를 마쳤다.
 
국내 요양산업 규모를 생각하면 이 정도 액수는 당연해 보인다. 지난해 공공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만 8조8827억원이 나갔다. 운용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원, 방문요양센터 같은 요양기관에 지급한 돈이다. 공단에서 실제 비용의 85~100%를 대신 내준다. 이밖에 보험 처리가 안 되는 간병인 시장 규모도 연 3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학계에선 본다.  
 
시장이 이렇게 크면 대기업도 나올 법하다. 실제로 일본이 그렇다. 매출 1위인 ‘니치이학관’은 2017년 1482억엔(1조5328억원)을 벌어들였다. 운영 중인 방문요양센터만 1018곳, 한국의 고급 요양원 격인 ‘유료노인홈’은 428곳이다. 역시 비용의 70% 이상은 일본의 공공 요양보험인 ‘개호보험’에서 낸다. 개호보험의 2018년 지출액은 약 11조1000억엔(115조2258억원)이었다.
 

평균 수익률, 한국 0.1% vs 일본 8.4%

그러나 국내 시장에선 이런 큰 기업을 찾기 어렵다. “행정 관리도 안 되는 센터가 태반”(이진열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개인사업자 비율이 83.4%(2만1158곳)다. 개인이 많다 보니 수익성도 일본보다 떨어진다. 공단이 2017년 경영실태조사를 했을 때 국내 기관의 수익률은 0.1%였다. 일본의 8.4%보다 크게 낮다(2012년 총무성 조사).
 
이렇게 개인사업자가 많게 된 건 정부 정책 때문이다.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에 발맞춰 기관을 확충하자니 기존의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복지법인만으론 부족했다. 
 
요양비 부담이 커질까 봐 영리법인 참여는 막았다. 그러면 선택지는 개인 창업밖에 없었다. 방문요양센터의 경우 16.5㎡(약 5평) 사무실에 요양보호사 3명만 두면 창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의도대로 시설 수는 크게 늘렸지만, 부작용도 컸다. 가장 문제가 된 건 서비스의 질이다. 지난 2019년 보험연구원에서 요양보험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했던 실태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수급자의 21.9%가 서비스를 중단한 경험이 있었고, 중단한 이유로 서비스의 질을 꼽은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기관장·종사자의 태도’(34.5%), ‘서비스의 내용’(17.7%)을 주로 꼽았다.
 
질을 높이려면 좋은 서비스에 더 비싼 값을 쳐주면 된다. 간단한 일 같지만,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하다. 재정에 여유가 없는 탓이 크다. 요양보험에서 나가는 돈이 이미 매해 19.1%씩 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느는 데다, 이 중에서 요양보험 수급자로 인정되는 비율도 같이 늘고 있다. 제도 첫해였던 2008년과 비교하면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도 2.53배나 늘었다.  
 
요양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요양등급 인정을 받아야 한다. 등급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정도에 따라 1~5단계로 나눈다. 가장 낮은 등급인 5단계엔 치매 환자가 해당한다. 이렇게 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지난해 전체 노인 인구의 10.1%였다. 5년 전인 2015년(7.0%)보다 3.1%포인트 늘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조세·준조세를 통틀어 노인장기요양보험료만큼 가파르게 느는 것이 없다”며 “사람들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만큼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2018년 내놓은 해결책은 플랫폼이었다. 보호자가 좋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와 선택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케어닥’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간병인·요양보호사의 사진과 경력, 최근 돌봄 이력 등이 담긴 프로필과 실사용자의 후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의 요양시설을 비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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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공익재단 형태로 요양산업 시장 진출 

이진열 대표는 기관의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가,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처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근무시간을 어림짐작으로 기재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표는 “그간 수급자 한 명이 늘 때마다 행정비용이 늘어 대형화가 어려웠다”며 “국내에서 가장 큰 방문요양센터도 수급자가 100명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업계 실태를 파악하려고 지난 7월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방문요양센터(35개소) 브랜드 ‘스마일시니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조사해보니 수급자 한 명을 행정 처리하는 데 85분이 걸렸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하이케어’를 썼을 때 시간은 수급자 수와 상관없이 27분으로 줄었다.  
 
업계 밖 대기업들은 탐색전 중이다. 일단 이들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사업성을 따져보고 있다. 
 
케어닥 투자 라운드에는 벤처투자사 말고도 현대해상, 하나은행이 참여했다. 케어네이션에는 삼성벤처투자와 신한금융투자, 하나벤처스가 투자했다. 이 업체는 지난 4월 삼성화재와 업무협약을 맺고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들어온 기업들도 있다. 특히 금융사에선 공익재단이나 자회사 형태로 이 시장에 발을 들여왔다. 다만 아직 규모를 키우고 있진 않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01년 경기 용인시에 ‘노블카운티 너싱홈’을, 하나금융공익재단은 2009년 경기 남양주시에 ‘하나케어센터’(정원 99명)를 만들었다. 또 KB손해보험은 2016년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만들어 이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서울 송파구(‘위례빌리지’)와 서초구(‘서초빌리지’)에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정원은 각각 130명, 80명이다.  
 
정부는 보험사의 요양산업 진출을 장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보험사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노인요양시설 투자 규제 완화(토지·건물 임차 허용) ▶요양산업 진출 시 투자 인센티브 제공 ▶보험금 대신 보험사와 제휴한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현물 지급 형 간병보험 활성화 등을 개선안으로 꼽았다.  
 
박재병 대표는 “현재 추세라면 요양보험 수급 대상을 좁히고 보장 비율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중산층 이상 수급 대상자에 대해선 간병보험 등 민간 참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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