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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망에 정·재계 반응 엇갈려…추징금은 어떻게 되나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 회고록 유언
국가장 반대 여론에 가족장으로 치러질 전망
여·야 조문계획 없어, 윤석열 후보는 ‘오락가락’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보호 육성 성과” 평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는 2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고인의 회고록을 인용해 “'북녘 땅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그냥 백골로 남아 있고 싶다'고 남긴 내용이 사실상의 유언의 전부”라며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라고 말했고, 유가족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순자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씨, 딸 효선씨가 있다. 재용씨 부인인 배우 출신 박상아씨가 며느리다. 앞서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5일간의 국가장으로 치러졌지만 전씨는 반대 여론이 거세 국가장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낮다. 이에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다만 3남인 재만씨가 미국 체류 중이어서 귀국 시간을 고려해 장례가 3일장을 넘겨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 부장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과하고 갔어야” 선긋기 나선 정치권

이날 정치권은 전 전 대통령이 군사독재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탄압 등 과오에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조문에 나서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장에 반대하며, 조문을 가거나 조화를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두환 사망에 대해 민주당은 조화·조문·국가장 모두 불가”라며 “끝까지 자신의 죄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무리를 빚었던 윤석열 대선 후보의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전 전 대통령 빈소를 조문하지 않겠다"며 "당을 대표해서 조화는 보내도록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조문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묻는 가자들의 질문에 “전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노태우 대통령 일가와는 과오에 대해 다른 자세를 보여왔다”며 “독재의 상징이 됐고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이 없었던 전 전 대통령에 대해 당 대표로서 조화는 보낼 수 있어도 개인적인 추모나 조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선 후보 간에는 대응이 일부 엇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전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해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께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이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며, 조문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당내 경선 과정에서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전 전 대통령 조문 계획을 밝혔다가 번복하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이날 전 전 대통령이 생전 5·18 무력 진압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은 데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지금 돌아가셨고 상중이니까 정치적인 이야기를 그 분과 관련지어 하기는 시의적절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이양우 변호사가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단체도 ‘조용’ 중소기업계는 ‘애도’

주요 경제단체들도 23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별도의 애도와 추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입장이나 논평을 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난달 26일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 이들 단체는 일제히 입장을 밝히고 88 서울올림픽 개최, 북방 외교 등 노 전 대통령의 경제·외교적 성과를 거론하며 명복을 빌었다.  
 
중소기업중앙회만이 이날 애도 입장을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전두환 제11대·제12대 대통령 별세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을 내고 “고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 중소기업 진흥 10개년 계획 추진, 유망 중소기업 1만개 육성, 중소기업 경영안정 및 구조조정 촉진법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양적 성장을 견인했다”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독과점 폐해가 심각해지자 공정거래법 제정을 통해 중소기업 보호 육성에 성과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소기업 진흥 10년 계획’을 추진하며 중소기업의 성장과 전문화를 지원한 바 있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부인 이순자 씨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추징금 미납 956억원 환수 어려울 듯

전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하며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진승 부장검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검찰이 환수한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은 1249억원이다.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57%로, 미납 추징금은 약 956억원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 절차가 중단된다. 유산과 함께 상속되는 채무와 달리 벌금이나 추징금 등은 법무부령인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에 따라 납부 의무자가 사망하면 ‘집행불능’으로 처리된다.  
 
형사소송법은 예외적으로 몰수 또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해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그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해도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을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검찰은 제3자 명의의 재산에 대해 추징금 추가 집행이 가능한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2013년 7월 특별환수팀을 구성하고 미납 추징금을 집행해왔다. 연희동 자택, 오산시 임야, 용산구 빌라 및 토지 등 책임재산에 대해 압류 후 공매를 진행했으나, 전 전 대통령 측 이의제기에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약 313억원을 낸 다음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남은 추징금 납부를 미뤘다.
 

전두환 며느리, 연희동 별채 공매 무효 항소심 패소

최근엔 전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이윤혜씨가 전 전 대통령 연희동 자택 별채 공매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이상주 권순열 표현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이윤혜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공매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내지 않자 2018년 그의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겼다. 이 자택은 캠코의 공매 대행으로 2019년 3월 51억37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연희동 자택이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 명의 본채, 비서관 명의 정원, 며느리 명의 별채 등 3곳으로 나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법원에 형사재판 집행에 관한 이의를 신청하고, 이윤혜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향년 90세로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던 모습. [연합뉴스]
☞ 전두환
향년 90세 나이로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11·12대 대통령을 지냈다. 1931년 경남 합천군에서 태어난 그는 1955년 육군사관학교를 11기로 졸업했다. 1979년 10월 26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 피살 사건에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12·12 군사반란을 획책했다. 전 전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했으며 1988년 초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퇴임 후 내란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199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최근 알츠하이머를 비롯해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등 지병을 앓아온 그는 23일 오전 8시 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사망 당시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었으며, 오전 8시 55분께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됐다. 경찰은 오전 9시 12분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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