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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미래 리더] “그래핀 센서 못 만든다”는 10년 전 분석, 지에버가 깼다

[인터뷰] 류민 지에버 대표
자체 개발 그래핀으로 반도체식 가스 감지기 생산
유독가스 감지, 혈당 검사지로 응용제품군 늘릴 것

 
 
류민 지에버 대표는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지만 생산단가가 아직 높다″면서도 ″머지않아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2007년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그래핀을 이용한 이산화질소(NO2) 가스 감지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 다른 소재보다 감지 정확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센서에 필요한 양의 그래핀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지난 2011년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반도체식 가스 감지기 개발 동향’ 보고서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반도체식이 화학식보다 값싸고 안전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고 전기 소모가 크다는 것이 문제였다.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을 쓰면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1그램(g)당 가격이 10만원을 넘는다. 같은 무게의 금(1일 한국거래소 기준 6만8425원)보다 50% 가까이 비싸다. 흑연에서 탄소로 이뤄진 막을 원자 하나 두께(0.2나노미터)로 분리해내야 해서 그렇다.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 공장 확보 양상체계 갖춰 

류민 지에버 대표는 2016년 창업한 이후 수년간 연구한 끝에 그래핀을 활용한 반도체식 가스 감지기를 개발했다. 지난 2월엔 그래핀 제조방법과 휴대용 반도체 가스 감지기 설계를 담은 특허를 연이어 출원했다. 제품 가격도 화학식 감지기(1000~1500달러)의 절반 수준인 500달러다. 류 대표는 “소재부터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지에버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2019년 13억원 매출을 거두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지난해에도 매출 1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8월엔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 내 공장을 확보해 제품 양산체계를 갖췄다.
 
류 대표가 탄소 소재를 다뤄온 시간은 20년이 넘는다. 포스코 협력업체에 있으면서 신소재를 연구해왔다. 철강에 탄소가 적게 들어갈수록 부드럽고 잘 늘어나는 반면, 탄소가 많으면 단단해지는 대신 잘 부러진다. 류 대표는 “연구실에서 동료들과 흑연(탄소로만 이뤄진 광물)을 가지고 놀다가 비즈니스로 만들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류 대표는 다른 유독가스 감지기로 제품군을 넓혀가려고 한다. 산업안전관련 법령이 깐깐해지는 데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려면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센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 때문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프로스트앤설리번은 올해 글로벌 가스 감지기 시장 규모가 38억 달러(4조4726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2015년엔 27억 달러였다.  
 
혈당 검사지 시장도 노리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매일 1~3회 혈당을 측정하기 때문에 검사지 시장이 작지 않다. 류 대표에 따르면 국내 시장만 600억원 규모다. 그런데 검사지에 들어가는 소재(탄소 잉크)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미국 식품의약처(FDA) 규정에도 맞지 않았다. 류 대표는 “그래핀 기반 소재로 수출까지 노려볼만하다”라고 말했다.
 
류 대표가 그리는 최종 목표는 그래핀 자체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것이다. 응용제품을 상용화하면서 양산능력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게 전략이다. 다행히 전망도 밝다. 그래핀을 소재로 써 전지 효율을 높이려는 2차전지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퓨처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된 그래핀의 31%가 이미 배터리에 쓰이고 있다(2019년 기준).
 
류 대표는 “수소자동차도 한때는 ‘물로 가는 자동차’라고 해서 사기로 여겨지지 않았느냐”며 “그래핀 시장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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