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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본 적 없는 ‘대출 한파’ 온다 [2021 금융업계 리뷰-부채 규제]

코로나19 이후 연간 100조원씩 불어나는 가계부채
은행권, 하반기부터 본격적 대출 조이기 시작
당국, '상환 능력 있는 자만 대출 가능' 관행 만든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은행권을 뜨겁게 달궜고, 현재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이슈가 있다. ‘가계대출 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로 가계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대출 규제에 나섰다.  
 
은행들도 당국 보폭에 맞춰 대출 관리에 들어갔다. 우대금리를 없애고 한도를 축소하고, 급기야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은행업계는 내년은 더 심한 대출 한파를 예상한다. 금융당국 주도로 지금껏 보지 못한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번 기회에 ‘상환 능력 있는 만큼만 받는 대출’ 문화를 정착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잡히지 않는 대출 증가세

금융권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총 잔액은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매달 빠르게 대출 총량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2021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1060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매달 9~10조원가량씩 증가한 셈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월 말 국내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01조원이다. 한 해 만에 100조원이 증가했고, 올해도 그 증가세가 여전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출 잡기에 나섰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5~6%대가 지켜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각 은행에 부동산대출 등을 관리하도록 했다. 이에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각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 축소와 한도 조정, 부동산 대출 중단 조치 등을 내놨다.  
 
금융위는 급기야 2023년까지 예정된 대출 규제를 내년에 조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상환 능력 있는 차주가 대출을 받는다’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규제의 최종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위는 10월 26일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통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RS) 40% 적용의 단계별 이행 시기를 내년 시행하기로 했다.  
 
은행은 DSR을 기존 DTI·LTV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차주에게 요구하는 규제로 받아들인다. 이 규제가 차주의 연 소득 대비 전체 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을 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갚아나가야 할 부채 규모를 모두 반영해 이자 상환액이 소득 대비 얼마나 되는지 따지기 때문에 소득이 없으면 대출받기는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매매가 6억원의 아파트를 구매할 시 30년 만기 담보대출로 대출금 4억원을 받을 경우, 금리 2.9%를 적용하면 매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은 2000만원 가량(1998만원)이다. 여기에 DSR 40%를 적용하면 연 소득이 최소 5000만원 이상이 돼야만 4억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현 DSR 규제는 부동산만 아니라 신용대출 등 대부분의 대출을 모두 합산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에 다른 대출이 있으면 최대 가능 대출액은 줄어든다.  
 
금융위는 이런 방식으로 차주별 DRS 적용 대상을 강화해 내년 1월부터 개인의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내년 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적용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내년 7월부터 2억원 초과 시부터, 2023년 7월부터 1억원 초과 시부터였다. 
 

대출 1억원만 있어도 DSR 규제 영향권에

고승범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시행하기로 한 DSR 규제로 내년에 이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금융소비자는 60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내년 차주 단위 DSR 규제에 포함되는 대출자는 593만명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의 계획대로 1월부터는 약 263만명이 DSR 40% 규제에 적용되고 7월부터는 593만명이 영향권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억대의 주담대를 받은 상태라면 일반적인 봉급 생활자는 앞으로 다른 대출을 추가로 받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1억원 초과 차주 가운데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20대와 60대는 추가 대출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세대출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10월 26일 가계대출 규제 조기 시행 발표를 하면서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로 판단해 규제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당국은 전세대출 증가 추이를 보고 이 부분도 규제에 묶을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다. 은행업계는 전세대출을 잡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는 줄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12월)에서 규제 영향이 작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증가와 부실화 동반될 우려도↑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688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670조1539억원)과 비교해 5.75%가 증가해 당국의 권고치에 도달한 상황이다.  
 
은행업계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진 증가세가 강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풀리지 않으면서 생활자금 필요 등으로 대출 수요가 쉽게 줄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중금리대출은 규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출 부실화 염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아울러 금리상승도 대출 부실화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올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 데 이어 내년 초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 1060조9000억원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은 전체의 75.5%(80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 잔액 비중을 기준으로 대출 금리가 0.25%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는 2조원이 증가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증가율이 잡힌다고 해도 은행이 우려하는 부분은 대출 부실 확대”라며 “앞으로 다수의 대출자가 대출을 받지 못한다 해도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에게는 대출 문이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금리 상승기라 대출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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