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브랜드가 NFT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희소성 가치 보장받고 브랜드 가치 높일 수 있어
NFT, 가상가치를 현실가치로 확실히 보장받는 수단

 
 
CES 2022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계자가 NFT 콘텐트 구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CES 2022에서 주목 받은 삼성 신제품은 TV나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NFT 거래 플랫폼이었다. 신제품 TV에 ‘NFT플랫폼’이란 앱을 탑재해 일반 소비자가 TV를 통해 NFT 예술품과 사진, 동영상 등 각종 콘텐트를 보고 즉시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삼성은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라는 세계적인 NFT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플랫폼을 론칭시켰지만, 이후 주요 NFT 거래소와 협업을 통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TV가 NFT 거래의 중심플랫폼이 될 것을 예고한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TV의 화질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고,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생생한 화질을 구현하는 최고의 디지털 디바이스가 됐다. 바꿔 말하면 NFT 작품 가치를 대중적으로 전달하기에 TV만 한 것이 없다. 
 
세계 최고의 TV 제조사 삼성의 참여로 NFT 시장이 경쟁사인 LG는 물론이고 전 세계 TV 제조사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더 빠른 속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이유다.  
 

이세돌 알파고 대국 NFT 영상, 2억5000만원 가치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벌인 5번기 제4국이 NFT로 발행돼, 경매 거래됐다. [사진 화면캡처]
 
NFT는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어다. 디지털의 최대 약점인 ‘무제한 복제’를 막아주는 기술이다. 각각의 토큰이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이것이 디지털 예술품이나, 음악·영상·사진·게임 심지어 SNS 메시지에도 삽입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NFT가 원본이라는 것을 디지털 기술로 보장해 줌으로써 그 희소성과 유일성을 만들고 소장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최고가에 거래된 NFT 작품은 'Beeple'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미국의 마이크 윙켈만(Mike Winkelmann)의 ‘Everyday:The First 5000 Day’란 디지털 회화작품이다. 이는 무려 우리 돈 825억(6930만 달러)에 경매가 되어 NFT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끌어냈다. 또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그라임스는 NFT로 만든 자신의 그림 10점을 580만 달러에 판 것으로 유명하다. 
 
트위터 창업자 잭도시는 지난해 자신이 2006년 처음으로 포스팅한 첫 트윗을 NFT로 만들어 경매사이트에 올려 290만 달러에 경매했다. 지난해 5월에는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꺾었던 대국 동영상이 NFT로 발행된 뒤 경매에 나와 가상화폐 60이더리움(당시 기준 약 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세계 최대 NFT 경매사이트인 오픈씨(OpenSea)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이디 ‘Doohan_Capital’을 쓰는 이용자가 낙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NFT 기술은 소유권 개념을 적용하기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디지털 공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상공간에서의 자산에 대한 경제활동을 가속하는 혁신을 몰고 왔다. 당연하게도 브랜드와 마케팅의 영역에도 NFT는 여러 가지 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초기에 NFT를 이용해 마케팅에 활용한 분야는 미술품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수집물 분야다. 그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미국 프로농구 NBA의 탑샷이다. 팬들은 NFB 기술의 플랫폼을 통해 고유 번호가 부여된 NBA의 게임 영상 하이라이트를 사고팔며 실물농구 트레이딩 카드의 디지털 버전을 즐기고 있다. NBA 최고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20만 달러에 팔리기도 하는 등 NBA의 탑샷 플랫폼은 3억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카콜라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들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NFT로 제작해, 가상세계에서도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재해석하기 위해 경매에 올린 바 있다. 코카콜라가 50년 이상 후원해온 스페셜올림픽을 위해 NFT를 장착한 4개의 디지털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1956년식 레트로 자판기, 코카콜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배달 유니폼의 이미지로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착용할 수 있는 버블재킷, 특유의 병을 따는 소리, 얼음 위에 코카콜라를 따르는 소리 등이 그것이었다. 이 사상 첫 코카콜라 NFT 수집품들은 경매에서 무려 우리 돈 6억8000만원(57만5000 달러)에 낙찰됐다. 
 
맥도널드와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인 ‘타코벨’도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NFT를 마케팅으로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맥도널드는 대표메뉴 4개의 그림을 NFT 토큰으로 발행해 SNS 이벤트의 경품으로 활용했다. 그 희소성으로 인해 맥도널드의 NFT 토큰은 아무도 화폐로 사용하지 않고 소장되고 있다고 한다. 타코벨은 5명의 작가와 협업을 통해 대표 제품인 ‘타코’ 이미지를 NFT 아트로 개발, 25개를 경매를 통해 판매했는데 모두 30분만에 매진됐다. 거래 시작가가 1.79 달러였는데 결국 700달러에 마감되었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들의 오랜 골칫거리인 ‘짝퉁’ 문제를 해결하고 브랜드의 소장가치를 높이는 데 의미있는 역할을 하면서 NFT 열기가 뜨거운 곳이 패션 분야다. 거기에 메타버스 내의 디지털 콘텐트로서의 가치도 브랜드로서는 놓치기 싫은 기회다.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LVMH와 프라다, 까르띠에는 ‘아우라’라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자신들의 실물 제품 안에 전자칩을 삽입하고 이와 연동되는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NFT로 발행하기로 했다. NFT에는 해당 자산의 소유권과 구매자 이력 등이 영구적으로 담기다 보니 브랜드는 재판매 시에도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여지에 주목하고 앞다퉈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에스티 로더, 휴고 보스 등도 NFT 사업 계획을 줄이어 발표하는 것이 그것이다. 디지털 디자인 스튜디오 RTFKT는 10대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NFT운동화를 만들었다. 에어포스 원 에크스 가상 운동화에 아티스트 3명의 그림을 올려, 하나에 3천 달러, 5천 달러, 1만달러에 출시했다 실제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아님에도 621켤레의 디지털 신발이 3천만 달러의 수익을 낸 것은 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희소성’과 ‘유일성’ 보장에 MZ세대 열광

브랜드가 이토록 NFT에 열광하는 이유의 본질은 희소가치를 보장받으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디지털과 가상공간에 익숙한 MZ세대들이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제품을 갖기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브랜드의 소유 열망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는 NFT를 이용해 브랜드의 스토리를 디지털 형태로 상품화시킬 수 있고, 브랜드가 그들의 디지털 자산이 되면서 소비자는 그 희소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소장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이유다.
 
게임 시장에 불고 있는 NFT 열풍은 폭발적이다. 이른바 P2E( Play to Earn)으로 알려진 돈 버는 게임이 등장하며 NFT 시장에 불을 붙였다. 과거 게임 시장에서는 중앙 집중화된 활동으로 모든 데이터, 자산 및 게임 내 통화는 일반적으로 게임이 시작된 경우에만 가능하며, 이러한 아이템의 모든 소유권은 개발자들에 의해 유지되었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자신이 얻은 게임 내 아이템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NFT 기술이 적용되면 이용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이를 외부에서 거래도 할 수가 있다. 게임도 하고 돈도 버는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베트남 게임사 서울대·고대·연대 마비스의 ‘액시인피니언’ 이란 게임은 NFT기술의 접목으로 P2E 시장을 만들어 게임 시장을 뒤흔든 대표적인 사례다. 
 
이용자가 게임 내 캐릭터 ‘엑시(Axie)’를 번식, 사육 또는 다른 엑시와 싸움을 벌여 코인을 획득하는 게임으로 엑시에 NFT기술이 적용돼 나만의 엑시를 만들어 마켓플레이스에 판매도 가능하다. 게임 분석업체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20억8000만 달러 거래 규모를 달성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299억 달러로 전 세계 게임업체 중 블리자드, 닌텐도, 로블록스, 일랙트로닉 아츠(EA)에 이어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에 캐릭터 NFT를 정식 도입했다. 이용자들이 자신이 키운 게임 캐릭터의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중앙포토]
 
한국에서도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게임에 비트코인 기술을 신작 게임 ‘미르4’에 접목해 두 달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3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게임에 정식으로 NFT를 적용, 적용시킨 캐릭터를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해 이용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업 가치를 폭발적으로 상승시킨 바 있다. 위메이드의 성공으로 컴투스와 앤씨소프트등많은 업체가 게임 내 NFT 시스템으로 P2E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다만 P2E게임은 우리 정부가 사행성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면서 게임사들은 이를 피해 해외에서 게임을 출시하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디지털 게임에서 NFT가 만든 가상과 현실 간의 교환가치와 희소가치는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지만, 이는 이용자 주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수적인 수익이며 게임의 본질적 경쟁력을 통한 질적 성장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NFT 전문 채널인 넌펀지블닷컴(NonFungible.co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모든 대체불가토큰(NFT)의 총 시가총액은 약 2억1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시장이 3배로 증가했다. 그런데 블록체인 데이터플랫폼 기업 ‘체이널이시스’는 2021년 들어 한해에만 NFT시장이 무려 269억 달러(32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NFT의 시장 규모는 곧 1조 달러가 될 거라는 예측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렇듯 NFT 시장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초기에는 디지털 자산의 고유 가치를 인정하고 원본임을 증명하는 특성으로 인해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게임공간, 메타버스 등 디지털 공간이 점차 확장됨에 따라 패션,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는 세상이다. 메타버스의 성장과 더불어 가상세계의 자산가치를 현실의 교환가치로 바꾸어주는 NFT는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매개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브랜드는 현실은 물론이고 가상의 공간에서도 그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디지털 가상공간은 현실의 거울이면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NFT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현대자동차그룹, 미 IIHS 충돌 평가서 ‘안전한 차’ 18개 차종 선정

2임현택 의협회장 “의대 정원 발표, 사법부 존중 않는 비민주적 행태”…정부와 ‘강 대 강’ 대치 이어가

3“물러서지 않는다”는 틱톡 vs “중국 공산당이 통제권을 가진 앱”이라는 미 하원

4정부 조사 끝나지 않았는데…홍채 이용 서비스 재개한 월드코인

5미국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한국도 적극적인 참여?

6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 변론 마무리…선고 올해 안에 나올 듯

7 공수처, ‘채상병 사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소환

8LG·두산 간병돌봄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이는 데 앞장선다

9운전자 안도의 한숨…6주간 상승했던 주유소 기름값 둔화

실시간 뉴스

1현대자동차그룹, 미 IIHS 충돌 평가서 ‘안전한 차’ 18개 차종 선정

2임현택 의협회장 “의대 정원 발표, 사법부 존중 않는 비민주적 행태”…정부와 ‘강 대 강’ 대치 이어가

3“물러서지 않는다”는 틱톡 vs “중국 공산당이 통제권을 가진 앱”이라는 미 하원

4정부 조사 끝나지 않았는데…홍채 이용 서비스 재개한 월드코인

5미국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한국도 적극적인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