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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디트로이트 그림자
미중 무역전쟁 격화…시간 번 한국

정책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리더십 부재로 관세 협상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국도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도널드 트럼프 미

2025.04.10

4분 소요
25년간 한국인 위 건강 책임진 hy '윌'...신제품 대박 행진 비결은 [이코노 인터뷰]

유통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건강’이다.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졌다. 여기에 저속노화, 헬시플레저 트렌드까지 확산되면서 건강 관련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야쿠르트로 유명한 에치와이(hy·옛 한국야쿠르트)는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다. ‘신선한 가치, 건강한 습관’이라는 기업 가치를 갖고 있는 것만 봐도 hy가 건강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건강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hyhy는 지난달(3월) 신제품 ‘윌 작약’을 선보였다. 이는 hy 대표 위 건강 발효유 제품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윌)의 기능을 한층 더 개선한 제품이다. ‘건강기능식품’ 타이틀이 붙은 첫 번째 윌(액상형 기준)이기도 하다.나국남 hy 중앙연구소 유제품팀 책임연구원은 “올해로 25년이 된 윌은 그동안 11차례 정도 리뉴얼을 했고, 중간중간 신제품도 냈다”며 “hy는 이 과정에서 항상 기존보다 더 나은 제품을 선보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특히 연구소에서는 기능적 부분의 향상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능성 소재에 대해 탐색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덧붙였다.‘윌 작약’은 2000년 처음 출시돼 25년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윌의 역사에는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제품이다. hy는 그동안 쿠퍼스 등을 통해 선보인 이중제형 방식을 윌에 처음 적용했다. 이는 정제(알약)와 액상을 한 번에 섭취하도록 구성하는 형태를 말한다.hy가 기존보다 더 나은 제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윌 작약이 탄생했다. 나 연구원은 “2021년에 hy에서 처음 개발한 꾸지뽕잎 추출물이 개별 인정형 소재(신규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등록됐다”며 “그때부터 좀더 기능적으로 좋을 수 있는 윌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검토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이어 “꾸지뽕잎 추출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개별 인정형 소재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작약 추출물 등 복합물이 새롭게 선정됐다”며 “연구소에서는 지난해부터 윌 작약 출시를 위한 개발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연구소에서 윌 작약을 개발하기까지 1년 정도가 걸렸다. 생각보다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재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hy가 10여년 간 노력해 온 결과물들이 윌 작약에 담겼기 때문이다. hy의 꾸지뽕잎 추출물과 작약 추출물 등 복합물은 각각 6년, 9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된 소재다. 까다로운 개발 과정...소비자 마음 사로잡아나 연구원은 윌을 개발하는 과정은 항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hy라고 하면 가장 먼저 윌을 떠올리게 된다”며 “신제품, 리뉴얼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이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항상 있다. 물론 소비자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hy의 더 나은 제품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윌 작약은 출시 40일 만에 누적 판매 300만개를 돌파했다. 일평균 8만5000개씩 팔린 셈인데, 이는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윌이 출시 첫 해 기록한 기록(일평균 9만개)과 유사한 수준이다.나 연구원은 “윌 작약은 표면적으로 오리지널 윌의 기능적 성분이 모두 두 배가 됐다”며 “hy의 특허 유산균도 두 배 증량해 즉각적으로 속 불편감 완화 등의 효과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제품 개발 과정을 보면 윌 제품에 대한 나 연구원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그는 “hy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등을 사전 조사한 뒤 개발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토대로 제품 개발에 돌입하며, 개발된 제품은 소비자 관능 조사에서 기준치를 넘어야 공식 출시될 수 있다. 이 점수를 넘지 못하면 내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도 제품이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hy 연구소는 윌 작약 출시 이후에도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고객의 건강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신제품을 계속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나 연구원은 “윌을 비롯해 쿠퍼스, 엠프로 등 hy의 주요 제품은 해당 출시 시기에 시장을 선도해왔다”며 “hy는 식품 기업이지만 고객의 건강을 같이 생각하는 게 기본적인 기업 가치”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단순한 발효유 영역을 넘어서 건강과 관련된 여러 소재 개발이 선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연구개발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제품 출시는 계속된다. 올해 윌 작약이 나왔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5.04.20 10:00

4분 소요
태양광 발전·전기차 충전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 적극 공략

부동산 일반

현대엔지니어링이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월 동유럽 세르비아에서 2조원대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태양광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미국 태양광 업체 ‘UGT리뉴어블스’ 컨소시엄은 세르비아 정부가 발주한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최종 확정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지난 2023년 11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세르비아에서 2조원대 태양광 발전소 사업 수주이 사업은 세르비아 남동부 지역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와 200메가와트(MW)급 전력저장 시스템을 짓는 사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조달·시공(EPC)을 턴키 방식으로 수행한다. 사업 규모는 총 17억 유로이며 이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 수주액은 15억 유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국내 건설사가 따낸 해외 태양광 사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국내 건설사가 세르비아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세르비아 정부는 최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세르비아 등 동유럽 태양광 시장에 추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7월 미국 OCI에너지로부터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한 첫 사례다.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소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남쪽으로 약 100㎞ 떨어진 힐 카운티에 짓는다. 260MW의 설비용량과 492GW의 발전량을 갖췄다. 이는 미국 기준 연간 4만6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2027년 상반기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통적인 플랜트와 건설 사업을 넘어 ▲신재생에너지(태양광·해상풍력 등) ▲그린수소 ▲소형모듈형원자로(SMR) 등 다양한 친환경·에너지 기술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왔다.지난해 4월에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이하 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MOU체결을 계기로 유럽 및 남미 권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하여 타당성조사를 비롯해 사업개발·금융조달·건설 및 운영 등 전 사업개발영역을 대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이에 앞서 지난 2023년 8월에는 에퀴노르코리아(노르웨이 국영 종합에너지 기업), LG화학 등 4개사와 함께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풍력 발전사업 공동개발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제주 추자도 인근 해역에 발전용량 3GW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3월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2025년 전기자동차 완속충전시설 보조사업자’로 3년 연속 선정됐다. 이는 환경부가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진행하는 사업으로, 공동주택·사업장·대규모 주차장 등에 공용 완속충전시설을 구축하는 경우 설치 수량 및 충전기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한다. 환경부는 충전시설 설치부터 사후 관리까지 역량을 갖춘 사업자 중 경영 상태·사업관리·이용 편의·사업수행·유지관리·충전기 및 충전 서비스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해 사업수행기관을 매년 선정한다. 전기자동차 완속충전시설 보조사업자 3년 연속 선정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및 운영 관리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2023년부터 3년 연속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전기차 충전 사업 전담팀을 신설하고 시공 및 설치, 운영, 유지·보수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에 약 7100기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며, 북미∙인도네시아∙인도∙유럽 등 해외에서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반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회사 측 관계자는 “3년 연속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지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당사의 전기차 충전 시설 구축 및 운영 역량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앞으로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은 물론, CPO(전기차 충전 운영사업자) 사업, EV 버스 인프라 구축 사업, 홈 충전기 설치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EVC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그린수소 생산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린수소는 신재생 및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톤 이상 수소생산 용량을 갖춘 수소생산기지 구축에도 나선 상황이다.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3년 충청남도 보령시청에서 충남도청·보령시청·한국중부발전·테크로스 워터앤에너지·아이에스티이와 ‘보령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협약서를 체결했다.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충남 보령시에 하루 1톤 이상의 수소 생산 용량을 갖추고 수소의 저장과 운송이 모두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해당 기지에서 생산된 수소는 인근 수소충전소에 공급돼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본 사업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총괄설계와 수전해 설비 구매, 인허가 및 시공을 담당하게 된다. 올해 중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인 수소가 미래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청정 수소사업 수행 역량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및 해외 다수의 기관과 협력해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2025.04.20 09:02

4분 소요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에 현대엔지니어링 흔들…신임 대표, 위기 관리 능력 시험대

부동산 일반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4위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교량 붕괴 사고에 이어 2건의 근로자 사망 사고가 더 발생하면서 지난해 11월 취임한 주우정 대표 역시 중대재해 리스크에 봉착하게 됐다.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 실적 개선을 위해 그룹의 대표 재무통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주우정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주 대표는 기아 부사장(재경본부장) 재임 시절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한 인물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2401억원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3년만에 최대 규모 적자였다. 이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주 대표가 현대엔지니어링의 방향키를 잡게 된 것이다. 당시 현대자동차차그룹은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주 대표의 선임 이유를 밝혔다.연이은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주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계열사에서 재무관리 전문가로 활약했다. 기아에서는 ▲슬로바키아법인 경영관리실장 ▲유럽법인 재무실장 ▲본사 재무관리실장을 맡았다. 이후 현대제철로 이동해서 ▲재무관리실장 ▲원가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을 지냈다. 2019년부터는 기아 재경본부장으로 임명돼 CFO로 활약했다. 주 대표는 기아 CFO 재직시절 기아가 코로나 위기 등을 거치면서도 호실적을 유지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주 대표는 철저한 재무 관리를 바탕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살림을 책임지며 기아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아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건설인’ 출신인 주 대표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서만 3건의 대형 사고로 13명의 사상자를 냈다.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2월) ▲평택 주택공사 추락 사고(3월) ▲아산 오피스텔 공사 추락 사고(3월) 모두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한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앞서 주 대표는 지난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건설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직접 사과했다. 그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자 지원 및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공사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부상을 입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향후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고 철저히 이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현대엔지니어링은 유가족에 대한 장례절차와 정신적 충격 완화를 위한 심리 상담 지원, 부상자를 위한 부상 및 재활치료 지원 계획을 밝혔다. 피해 가구당 300만원의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고 인접 가옥의 피해를 조사해 불편 사항을 해소하는 등 주민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이후 지난 3월 국회에 출석한 주 대표는 교각 재시공 계획과 관련해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저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 대표는 추후 대응에 대해 “사고 이후에 계속 조사를 하고 있다”며 “안전사고가 없도록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주 대표의 사과와 국회 출석 이후 또다시 근로자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와 전국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4월 말까지 기획 감독을 실시, 최근 일어난 사망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감독 대상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현재 시공 중인 87개 현장 중 25곳이다. 고용부는 사망 사고 발생 시 ▲경고 공문 발송 ▲일부 현장 점검 ▲전국 단위 기획 감독 등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안전 관리 수준을 점검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가장 강도 높은 조치에 해당한다.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본다. 이 법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이런 상황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 전망까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대규모 해외 사업 손실과 잇따른 건설현장 사고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NICE신용평가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신용등급(원·외화 기준) AA-를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을 기존 ‘하향검토’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는 ▲높은 원가 부담으로 예상되는 중단기간 낮은 영업 수익성 ▲최근 국내 사업 환경 저하세 ▲대규모 손실로 저하된 재무 안정성 ▲낮은 현금 창출력에 따른 차입 부담 증가 추세 등의 원인에 따른 것이다.또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등 산업 재해 발생으로 인한 국내 사업 환경 저하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경우 도급액 2053억원으로 회사 참여 지분(62.5%) 고려 시 사업 규모는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 정지 등 행정 처분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로 인한 대외 신인도 및 수주 경쟁력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2025.04.20 09:01

4분 소요

산업 일반

애플은 지난 3월 한달 간 전세기를 동원해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을 미국으로 실어 날랐다. 이 기간 인도 내 애플 제조 협력사 폭스콘과 타타의 아이폰 미국 수출은 20억 달러(약 2조8570억원)로 추산된다. 월간 역대 최고 실적이다.애플이 전세기 6대를 동원해 약 150만대의 아이폰을 부랴부랴 미국으로 보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가 발표되기에 앞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한편, 미국 국내에서도 관세가 발효되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아이폰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전국의 애플 스토어가 마치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붐볐다. 4월 2일 발표된 관세율은 인도 26%, 중국 145%였다. 확실히 인도에서 들여오는 편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해 90일 간 상호관세를 유예했다. 또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은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다시 “이는 일시적 조치”라며 추후에 반도체에 대한 관세와 합쳐질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오락가락 했다.트럼프 행정부의 좌충우돌 관세 정책이 과연 무엇을 의도하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 수출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그 기업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미국의 블루 컬러 계층에게 만족감을 주고, 해외로 생산을 돌린 미국 기업에 다시 국내로 복귀하라는 압박을 가하면 확실히 정치적으로 도움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물자의 국내 생산은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국내에 리쇼어링 하는 메이저 기업이 나온다면 이는 트럼프의 큰 정치적 승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폰이 미국에서 생산되기를 바란다”라는 뜻을 밝혀 왔다. 아이폰의 미국 내 생산은 그간 트럼프가 추구한 모든 정책의 정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이 화끈하게 “국내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겠다”라고 선언하면 어떨까? 2020년 1월 의회 난동 사건 후 트럼프 대통령을 페이스북에서 차단해 미움을 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적극적 친화 모드로 돌아섰고, 덕분에 이제는 유럽의 빅테크 규제에 제동을 걸어 달라고 민원도 넣는 사이가 되었다. TSMC 역시 3월 초 앞으로 4년 간 미국에 최소 1000억달러를 더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아이폰 미국 내 생산은 애플에게 꽤나 큰 정책적, 정치적 혜택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애플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는 매우 어렵다. 월스트리트에선 현재 1000달러 수준인 아이폰 가격이 미국에서 생산되면 3배가 넘는 3500달러까지 치솟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돈 512만원이다. 통념과 달리 이는 인건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인력, 소재와 부품 등 공급망의 집중도와 효율성 등이 복합된 문제이다. 팀 쿡 애플 CEO는 과거 한 행사에서 “중국은 이미 인건비가 낮은 나라가 아닌지 오래 됐다”며 “애플이 필요로 하는 정밀한 세공(tooling) 기술을 가장 풍성하게 갖고 있고, 이런 기술을 한 자리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중국에선 이런 생산 기술을 가진 사람들로 몇 개의 운동장을 채울 수 있지만, 미국에선 회의실 하나 채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감탄하는 애플 제품의 세심한 만듦새를 구현할 인력 풀이 중국에만 있다는 것이다. 중국엔 이런 인력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수십 만명의 근로자가 오직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출근하고, 이들이 먹고 자고 생활할 도시가 형성된다. 이는 미국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아이폰 핵심 부품소재나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들도 상당수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이 같은 인력과 재능, 기술과 노하우, 공급망의 밀집은 생산 효율을 끌어올린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제조하면, 한국과 일본의 부품을 미국으로 가져오느라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시차와 거리를 극복하며 협업하기도 힘들어진다. 제조업을 소홀히 한 결과애플이 중국에 건설한 아이폰 제조 생태계는 단순히 복사하고 붙여넣기 해 미국이나 다른 어느 곳에 옮기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이 생태계를 구축한 주역인 쿡 CEO는 누구보다 이를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 집중된 생산 역량은 애플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인도로 생산 역량을 옮기는 이유다. 중국에 구축된 아이폰 제조 생태계는 자유무역과 글로벌 분업의 황금기가 만들어낸 효율과 규모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의 성장에 ‘하나의 시장’이라는 낙관론은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만난 현실은 선진국 시민들이 누리는 첨단 제품을 실제 손을 써서 만들 사람이 선진국에 별로 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없다면 ‘디자인 인 캘리포니아’가 만드는 막대한 부가가치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장 몇 개와 회의실 하나의 차이다. 사실 애플에서 하드웨어 전문가가 귀해졌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나왔다. 애플 워치 출시를 준비할 때 금속 가공 전문가를 찾지 못해 이미 은퇴한 임원을 다시 불러들여야 했다.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반도체 제조 역량이 TSMC를 따라잡을 날이 다시 올까? 선진국이 될수록 제조업에서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실제 사람이 쓰는 물건을 만드는 현장을 남에게 온전히 맡기고 디자인과 설계 역량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혁신이 일어나 시장을 뒤엎는 일이 생기거나, 세상이 바뀌어 자유롭게 협력하지 못할 상황이 오기도 한다. 제조업에선 사람이 떠나고, 설계와 디자인 역량은 아직 최고 수준에 이르지 못했는데 세계 정세의 큰 변화는 이미 거칠게 덮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이는 중요한 문제일 터다.

2025.04.20 07:00

4분 소요
초고령사회, 금융 리터러시를 다시 생각하다

전문가 칼럼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달’을 보면 은행 직원이 고령의 VIP고객의 돈을 빼돌리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또 다른 드라마에서는 치매에 걸린 재벌회장님의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자식들의 치열한 암투와 부모의 인지능력을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범죄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 비율이 36.4%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피해액도 700억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이게 드라마에서나 나오고 다른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당장 우리 부모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멀지 않은 미래에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고령자들이 판단력이나 대응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사기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한국 고령자의 자산 대부분은 ‘집’에 묶여 있다. 통계청의 2024년 한국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의 비중은 75%에 이른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수치이다. 그런데 노인 가구의 실물자산비중은 이보다 더 높다. 그래서 고령자일수록 자산(주택 등 부동산)은 있지만 현금이 부족(Asset rich income poor)한 경우가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층에 ‘어떻게 살고 있는 집을 유지하거나 처분할 것인가’ ‘살던 동네에서 조금 더 작은 집으로 옮길 수는 없을까’ ‘노후에 맞게 리모델링을 하면 어떨까’와 같은 질문들이 현실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함께 고민해줄 정책이나 전문가 조언의 창구가 많지 않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지금 노인을 위한 금융정책, 특히 소유한 집과 노후에 삶을 의탁할 안전한 주거공간을 위한 ‘부동산 리터러시’가 절실해지고 있다. 노인을 위한 한국의 금융정책, 어디까지 왔나한국에는 고령자 자산관리를 위한 몇 가지 제도가 마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연금이다. 평생 살던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처럼 받는 제도다. 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어,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고령자의 인지기능 저하에 대비한 ‘치매신탁’이나 ‘후견신탁’도 은행권에서 도입하고 있다. 평소에 미리 신탁계약을 체결해두면 본인의 판단력이 약해졌을 때도 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할 수 있는 장치이다. 법원에서 지정하는 성년후견제도도 있다. 판단력이 약해진 사람을 위해 후견인을 선임해 자산을 보호하고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절차나 비용 부담으로 활성화 되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제도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당사자나 가족의 ‘선제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 괜찮다”라는 판단이 제도를 외면하게 만들고 그 사이 사기나 손실 위험이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미국은 이미 ‘금융 제론톨로지(Financial Gerontology)’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고령자의 금융 문제를 학문적으로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연방정부 산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고령자를 위한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 사기 예방 교육 자료와 금융결정 능력 자가진단 툴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치매 초기 증상을 알아볼 수 있는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메릴린치 같은 대형 금융회사는 노년학 전문가와 함께 재무상담사 교육을 진행한다. 고령자의 건강상태나 가족관계, 주거상황까지 고려한 조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호주의 경우는 금융학대(Financial Abuse)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사용하며, 가족에 의한 착취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고령자 명의의 재산을 대리인이 자의적으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전국단위 후견인 등록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기관에는 의심거래를 일시 정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일본 역시 초고령사회를 제일 먼저 진입한 국가로 금융기관 중심의 ‘현장 대응’과 치매 대비 신탁제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금융청은 고령 고객 응대 시 인지기능 저하를 체크할 수 있도록 관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은행들은 치매 진단 전 신탁을 설정해 자산을 보호하는 ‘후견형 신탁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본은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상, 보호자 개입보다는 본인의 사전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령자 대상 금융교육 보다는 금융사의 책임과 상품 설계 중심으로 제도를 정비해가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집’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령자의 자산 보호는 이제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재정 안정성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자산이 많든 적든 노후에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삶의 질과 존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무엇보다 고령자들이 가진 ‘집’이라는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적 조언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집을 처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는 어디인지 ▲경제적 여건에 적합한 다운사이징 ▲노인요양주택이나 장기임대주택으로의 이전 ▲리모델링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 ▲자녀와의 동거 계획까지 포함된 통합적인 ‘부동산 리터러시’가 필요하다.최근에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는 아파트 단지에서 고령자들이 분담금 문제로 사업에 반대하거나 동의를 미루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기사를 자주 본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추가 분담금은 은퇴 이후 고정소득이 없는 고령자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취지가 오히려 노인 세대에게는 불안과 소외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런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업성은 물론 고령의 입주민 특성을 고려한 공공의 조정기능과 지원대책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은행 창구나 부동산 중개현장에서도 고령자 친화적 설명과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계약서를 무조건 ‘읽고 사인’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숙려 기간을 보장하고 의심스러운 금융상품이나 계약 권유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우리는 누구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금융교육 프로그램 마련 ▲부동산 상담 창구 개설 ▲노후자산 진단 서비스가 은행의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에 한정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려면 정책과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2025.04.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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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3년이 국내 반도체 시장 골든타임인 이유 [스페셜리스트 뷰]

산업 일반

바야흐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의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OpenAI’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한층 더 안락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 ▲시스템 반도체 제조사 TSMC ▲AI용 메모리인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의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 등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한때 전통의 강자였던 인텔의 몰락과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부진은 업계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韓 반도체, 반전의 기회는 지금이다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6일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은 한국 반도체 산업 50주년이었다. 그러나 기념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은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회복하고 품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실적을 보면 SK하이닉스가 23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5조1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엔비디아의 공식 승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적자 상태인 파운드리 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8.1%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말, 9년 만에 부활한 삼성 임원 교육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직접 언급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을 강조했다.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본 글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향후 3년이라는 전제하에, 경영·기술·산업 생태계의 세 가지 관점에서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3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AI 반도체 기술 수요의 승부처가 향후 3년 안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OpenAI를 비롯한 인프라 기반의 AI 기술 투자의 방향성은 2027년 말에 결정된다. 이러면 엣지 컴퓨팅·온디바이스 AI의 어떤 제품군이 주류로 자리 잡을지 윤곽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다양한 기술들이 각축을 벌인 끝에 과점 형태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둘째, 향후 3년이 삼성전자 중심의 파운드리 산업이 좌초할지, 혹은 TSMC와 겨룰만한 기업으로 성장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마지막 반전의 기회일 수 있다.셋째, 현재 메모리 반도체 기준으로 약 2.5년에서 3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보이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추격해 올 가능성이 커지는 시기가 향후 3년이기 때문이다. 그 격차를 유지하거나 다시 벌려야만 한국의 메모리 주도권이 유지될 수 있다. 반도체 승부수, 세 가지 관점을 보라이처럼 골든타임인 향후 3년 안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승부를 보려면 세 가지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 관점은 반도체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변경이다. 국내 반도체는 1960년대의 미국이나 1970년대의 일본보다 늦어진 약 20년 후에나 관련 사업에 착수했다. 후발주자로서 추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1974년 1월 26일 삼성에 인수된 한국반도체의 사업은 답보상태였다. 그러다 1983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도쿄선언’을 통해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이 회장은 일본이 미국에게 이긴 유일한 산업이 반도체임을 알고 있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했다.이후 용인시 기흥구에 반도체 생산단지 1라인 조기 착공에 돌입했다. 1987년 초 전자산업 수요 감소로 반도체 사업 자체의 위기감이 고조됐던 시기에도 이 회장은 생산단지 3라인 투자를 지시했고 결국 이는 결실을 맺었다. 이와 같은 주문들이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성공을 이끌었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이후 10년 만인 1993년, 국내 반도체는 디램(DRAM)분야 세계 1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메모리 분야 1등을 지키고 있다. 보통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삼성과 인텔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부에서 처리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를 표방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기업 내부에서 모두 운영하는 것은 내부 기술 협력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다. 다른 회사들은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하지만 시간이 흘러 제품군이 PC에서 모바일, 그리고 AI까지 확대되는 시점에서 한 회사가 모든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장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각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인텔은 삼성전자와 달리 모바일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1등 기업으로 올라섰다. 당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에는 문외한인 사람이었다. 결국 CEO의 의사결정 실패로 위기에 몰린 셈이다.종합 반도체 회사에서 설계와 생산을 나누는 방식을 창안한 곳은 TSMC다. 특히 TSMC에는 여러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몰렸다. TSMC가 반도체 설계 특화 회사로 올라선 배경이다. 자연스레 TSMC는 반도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에서 보듯 설계 분야에 있어 삼성전자의 성과는 요원하다. TSMC와 삼성이 애플 아이폰 생산으로 경쟁하던 지난 2014년, 삼성은 설계 분야의 핵심 기술 기업인 ARM의 기술까지 내재화하려는 전략을 세웠지만, 실패했다. 결국 아이폰 생산 수주를 TSMC에 내어주는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설계의 핵심을 알아내고자, 퀄컴의 기술을 삼성 모바일폰 설계에 활용했다. 그리고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부품인 코어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몽구스 프로젝트’를 극비에 운영했지만 2019년 결국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두 번째 관점은 생산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모두의 적, TSMC는 모두의 친구’라는 일갈을 냉정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는 설계 회사의 기술 보안을 위해 생산 라인을 따로 지정하고,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마저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고객이 요청하는 정보에 대한 문서가 체계화돼 있고, 고객 대응 조직이 상당히 두터운 편이다.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선단 공정의 첨단 기술 문제나 수율이라는 생산성 문제에 뒤처져 있음에도 내부 기술보안 정책을 기준으로 정보 공개에 서툴거나,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이유로 대응이 늦은 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업의 개념에 대한 성찰이 요구됨을 보여준다.세 번째 관점은 반도체 산업 생산체계에서 상생협력의 기조를 재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 후발주자로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를 해외에서 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었다.국내 대기업들은 주로 수입 대체를 위한 협력사를 양성해 국산화를 달성하는 전략을 썼고 이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특히 일부 산업의 경우 완전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반도체 설계도는 이미지에 불과할 뿐, 반도체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극단적인 미세 공정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방해하기 위해 글로벌 장비사의 수출 금지를 전략으로 세웠듯이, 장비가 없다면 유려한 설계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만큼 반도체 제조에서 장비업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국내에는 소부장 업체들이 생겨났으며 국산화 비율이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 산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장비 국산화는 22%, 소재 국산화는 34%에 그친다.또한 반도체 장비 기업은 ‘슈퍼을’의 위치에 있다. 국내 장비회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때로는 글로벌 장비사와 특허소송에 휘말리기도 하며, 장비의 단가를 낮추는 전략적 도구로 오용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결국 전략적 협력을 통해서 글로벌 1등 기업들과 함께 과점의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 SK하이닉스는 소재 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수출 규제 항목이었던 극자외선용 감광액(PR, Photo resist)을 SK머티리얼즈에서 국산화에 성공했고, HBM의 핵심소재 EMC(Epoxy Molding Compound·반도체 방습·발열을 하는 탄소 물질) 관련 일본회사와 독점적 계약을 맺고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또한 대만의 사례도 눈에 띈다. 대만은 산업 정책상 반도체 장비 기업을 양성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회사의 장비 구매 방식을 활용했다. 구매 이후 품질 보증기간이 끝난 뒤 장비 유지보수와 개조개선 회사를 자국 내에서 양성해 ‘장비사 수입대체’ 방식을 피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인재와 기본기최근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모든 기업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 기술로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새로운 세대로 등장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사업의 의사결정 방향이나, 세부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재무 담당자에게 기술인력이 허락을 받는 의사결정 방식은 개편돼야 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스탭 조직과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기술부서의 의사결정 구조 및 권한 배분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결국 기술에 대한 면밀한 존중이 필요하다. 또 기술 인력을 중시해야 한다. 故이병철 회장은 1976년 상공회의소 기고문에서 ‘인재 확보와 양성을 못하는 것은 부실 경영만큼 기업인의 범죄’라고 강조했다.수율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제품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현재’가 무너진다. 수율은 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良品)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불량률의 반대어다. 수율은 특히 반도체의 생산성, 수익성 및 업체의 성과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산업과 달리 반도체 수율은 특정 연구개발 조건을 바꾼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소에 천여개에 달하는 공정 조건을 만들면, 제조센터에서 수많은 장비로 동일한 공정 결과를 구현해야 수율 확보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수천대의 장비가 똑같이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는 얘기다.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의 모든 반도체 기업들은 90% 이상 동일한 글로벌 장비를 쓰고 있다. 왜 같은 장비를 쓰는데 수율에서 차이가 있을까?삼성전자는 반도체 핵심 제작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TSMC 추격에 실패하기도 했다.수율 문제는 단품 중심 경영에서는 이익 창출의 문제겠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연결되는 핵심 사항이다. 이 문제는 천재급 인재를 데려와도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 TSMC는 어떻게 수율을 확보한 신규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는 결국 기술의 기본기를 강조하고 존중했다는 데 있다. 최근 반도체 칩을 이어 붙이는 ‘패키지 공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HBM의 성공과 실패에는 패키지 공정 개발을 단시간에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품 개발 중심 기술 임원들의 오판이 작용했다.TSMC가 삼성전자에게서 애플 수주를 빼앗아 올 때도 패키지 공정의 진일보가 있었다. 이후 TSMC는 패키지 공정마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설계 회사들은 고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TSMC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SK하이닉스 또한 상대적으로 전략적 움직임보다는 기술 인재들을 존중했고, 설계와 제품 중심이 아니라, 공정과 장비기술 및 웨이퍼 공정과 패키지 공정의 수평적 위계를 통해서 미세공정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반도체, 안정된 생태계 확보돼야최근 대기업에서는 시니어 인력들을 ‘뒷방 늙은이’라고 힐난하면서 그들의 숙련을 고임금의 저성과자로 간주하며 쫓아내기 바쁘다. 생태계 확보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모욕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다. 대기업은 인력 순환의 정점이 돼 산업 인력 양성소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들어간 인재들은 대기업이라는 온실에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썩어가고 있다.국내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기술 유출의 혐의를 받으며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생긴다. 반면 중견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절반이 중고신입으로 1년 만에 퇴사하는 등 인력난을 겪는다. 중견기업의 신입 직원들은 1년 전후로 다닌 경력을 없애더라도 취업시즌이 되면 대기업 신입 채용에 눈길을 돌린다. 대기업이 최종 종착지가 돼버린 지금, 산업 생태계 확보 및 중견기업 이하 처우 개선은 국가 차원에서 돌아봐야 하는 문제다. 반도체 산업협회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은 약 30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양성되는 방식으로는 약 7만7000명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특히 대기업들은 ‘계약학과’ 방식으로 우수 인력들을 미리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수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약학과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반도체 장비는 정밀한 ‘기계 설계’와 ‘가공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우수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필요한 분야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서 화학 반응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유관된 전공에서 관련 지식체계를 습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기술인재 양성 대학인 폴리텍 대학은 최근 반도체 전공을 강화하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에서도 반도체 학과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숙련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는 낮다. 정부가 인력 양성의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할 때다. 또한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기업들에게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수율의 핵심적인 기능은 아주 작은 볼트·너트의 품질에 달려 있다. 체결과 구동의 미묘한 품질 변화가 곧 기술력이다.그렇지만 볼트·너트 등 값싼 소모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매우 영세하다. 국가 단위에서 반도체 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지원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정밀 기계 공업, 소재의 순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밀 화학 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회사를 위한 기술 인프라 확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향후 반도체 미래 3년에 가장 단단한 뿌리며 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산업은 기술 인재의 존중과 중요 기술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히 요구된다. 또 생태계 확보를 위한 전 국가적 노력은 몇몇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두텁게 쌓아가야 한다. 한국 반도체의 명운이 걸린 앞으로의 3년을 위해 이제 하루에 한 걸음씩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할 때다.

2025.04.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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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미운데 스트레스가 안 미우랴? [이코노 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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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그 사람이 저지른 ‘행동’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함의가 있겠다. 만약 스트레스가 사람의 정신건강을 힘들게 하는 죄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가 개인에게 가하는 몸과 마음의 고통은 피해야(미워해야)겠지만, 스트레스 자체는 인간에게 쓰임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트레스에도 용도가 있다는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개똥도 약에 쓴다고 하지만, 스트레스는 그만도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개똥이 스트레스처럼 불쑥불쑥 나에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 갑자기 찾아와서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트레스 대처 이론(Stress Coping Theory)에서는 그 ‘힘듦’ 자체가 인간으로 하여금 환경에 적응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상호작용적(interactional) 혹은 거래적(transactional) 스트레스 모형이다. 라자루스와 포크만(Lazarus and Folkman, 1984)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개인이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상황이 개인 안녕을 위협한다고 여길 때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주장이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개인은 인지적 평가(cognitive appraisal)와 대처 전략(coping strategy)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인지 평가는 1차 평가(primary appraisal)와 2차 평가(secondary appraisal)로 나뉜다. 1차 평가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내가 이 상황을 스트레스가 아닌 도전(challenge)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는 위협(threat)으로 받아들일지 분류한다는 설명이다.상황을 변화할 수 있다면 '도전'으로 받아들여2차 평가는 내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지 대처 자원을 확인하는 단계다. 대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문제 중심 대처(problem-focused coping)다. 스트레스 요인 자체를 변화시키는 행동이다. 다른 하나는 감정 중심 대처(emotion-focused coping)다. 요인 자체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정서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이다. 현실에서는 두 전략을 혼용하는 경우가 다수다. 그럼에도 개인은 상황이 변화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도전) 문제 중심 전략을, 변화가 어렵거나 변화 가능성이 떨어질 때 감정 중심 전략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두 학자의 발견이다.20대 A씨는 직장에서 겪는 문제를 위협으로 인지한듯 했다. A씨는 최근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 상사 탓이었다. 상사가 온갖 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면서 타박을 주니, 밤이 되면 속상한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고 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바람을 쐬면서 기분 전환을 하거나 친구에게 속풀이를 하는 식으로 화를 삭이려 했다고 그는 말했다. 상사라는 문제 요인을 제거할 수 없으니, 화를 식이는 감정 중심 대처를 시도했던 셈이다.이 설명에서 스트레스가 약이 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스트레스 여부가 나에게 닥친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도전에 적절하게 응전하면 된다. 위협 상황이더라도 스트레스는 일정 부분 쓰임이 있다. 스트레스가 문제 중심 대처를 하는 자극제처럼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입에서는 쓰지만, 일정 부분 좋은 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입에 쓴 약이 전부 명약(名藥)은 아니듯, 스트레스가 반드시 좋은 약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문제에 기민하게 반응하더라도 반응 과정에서 생긴 고통마저 없던 게 되지 않는다. 만약 감정 중심 대처를 선택했다면 어려움은 한층 커진다. 상황 변화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상태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을 삭이는 셈이기 때문이다.문제 바꿀 수 없을 때 자신의 ‘화’ 삭이는 감정 중심으로 대처 A씨도 그랬다. 문제 중심 대처를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상사의 마음을 돌리려 자발적으로 철야를 하기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화를 삭이고 나아질까 싶으면 상사가 여지없이 훈계와 잔소리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화를 삭이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었던 듯했다. 자신은 되도록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왔다”며 강력히 권유해서 내원을 선택했다고 그는 말했다. 혼자만의 대처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충분치 않았던 셈이다.A씨와 같은 경우를 보다 보면 자연히 스트레스가 미워지곤 한다. 죄를 미워하는 데 사람을 어떻게 안 미워하느냐는 말이 떠오른다. 죄와 사람을 분리해서 볼 수 없듯,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게 스트레스인데 양자를 어떻게 분리해서 볼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어찌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실이야말로 스트레스 대처의 마지막 전선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람들이 문제·감정 중심 대처 속 고통을 이겨내고자 찾는 ‘분투 현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전선에 함께 선 입장에서 의사가 할 일도 정해져 있겠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때까지 고통을 덜고 줄여내서, 우리 모두가 스트레스를 다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일이다.

2025.04.19 09:01

4분 소요
요즘 주목받는 스타트업 스튜디오…VC와 어떤 차이점이[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스타트업 스튜디오(Startup Studio) 보육 모델이 침체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타트업 스튜디오 제도화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스튜디오는 스타트업 육성의 모든 단계에 적극 관여하는 보육 및 투자 모델이다. 창업자의 제안서를 읽거나 사업계획서 발표를 평가해서 피투자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창업 기획자나 벤처 캐피털들과 달리, 스타트업 스튜디오는 창업자와 함께 창업 아이템을 찾아 나선다. 투자금 유치는 물론 투자금 회수(exit)까지 함께할 정도로 스타트업의 생애 주기 전반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필자는 몇 년 전 유럽 출신의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면서 스타트업 스튜디오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창업자 출신인 그는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자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국을 방문한 목적 역시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서다. 1990년대 중반 나온 컴퍼니 빌딩과 비슷스타트업 스튜디오가 새로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유형의 창업 기획 제도가 있었다. 바로 컴퍼니 빌딩(company building)이다. 이름처럼 투자자와 창업자가 함께 회사를 만들어가는 보육 모델이다. 컴퍼니 빌딩의 시초는 1990년대 중반 북미에서 설립된 기술 창업 육성 기업 ‘아이디어 랩’(Idealab)이다. 한국에서는 2012년 처음으로 패스트트랙아시아(Fast Track Asia)가 컴퍼니 빌딩을 표방하며 오늘날까지 여러 스타트업을 육성해오고 있다.북미와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컴퍼니 빌더들은 굵직한 성공 사례들을 내놓으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컴퍼니 빌딩은 낯선 제도이다. 해외 성공 사례를 빠르게 내재화하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례적으로 컴퍼니 빌딩 모델이 쉽사리 정착하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벤처촉진법의 보호를 받는 창업 기획자 혹은 벤처 캐피털과 달리, 컴퍼니 빌딩은 상법의 영향을 받는다. 창업 기획자는 외부에서 투자금을 얻어 펀드를 조성하여 이를 피투자 스타트업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이에 반해, 컴퍼니 빌딩은 내부 자금을 활용하거나 자체적으로 확보한 자본을 이용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기업 운영에 적극 관여한다. 내부 자금 활용과 지배적으로 보이는 경영 간섭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창업 기획자와 벤처 캐피털의 투자 모델이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자인 그들은 외부 자금으로 결성된 펀드를 운용한다. 피투자 기업이 성장하는 데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컴퍼니 빌더만큼은 아니다. 창업 초기부터 창업자와 함께 아이템을 기획하고 공동 성장하는 컴퍼니 빌더들이 보육 회사에 임하는 자세는 특별하다. 업계에서 활동하는 한 컴퍼니 빌더는 “컴퍼니 빌더와 보육 스타트업의 관계는 공동 창업자의 관계처럼 소유권을 나누어 가진 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외부에서 투자금만 지급하는 투자자와의 관계와는 분명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최근 컴퍼니 빌딩 모델이 스타트업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하는 현상을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변화하는 신호탄으로 보는 흥미로운 의견도 있다. 국내 벤처 캐피털은 금융업 색채가 강하다. 실제로 자금 운용 규모를 기준으로 상위권에 속한 대다수 벤처 캐피털은 금융사에 속해 있고,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는 다수의 심사역은 금융인 출신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외에서 스타트업 스튜디오 모델을 제안하고 주도하는 이들 대부분이 창업자 출신임을 주목하고 있다. 즉, 스타트업 스튜디오 모델은 금융인이 주도하는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창업자들이 존재감을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스타트업 스튜디오 국내 정착할 수 있나 지난 3월 스타트업 스튜디오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스타트업 관계자와 입법 기관 관련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침체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리고자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다. 업계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스타트업 스튜디오 모델 도입에 진척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스타트업 스튜디오 모델이 공식적으로 정착한다면, 시장에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법과 규제에 가로막혀 어렵게 활동하고 있는 소수 국내 컴퍼니 빌더들의 행보가 과감해질 것이다. 해외 스타트업 스튜디오들이 국내에 진입해 활동할 동인도 생긴다. 이 외에도 투자 시장에서 창업자들이 더욱 앞장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해외에서 스타트업 스튜디오는 최근 몇 년간 큰 주목을 받은 보육 모델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성공한 창업가들이, 가족 기업이 많은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는 패밀리 오피스들이 벤처 스튜디오 모델을 활용해 창업 꿈나무들을 적극 후원해 왔다. 과연 스타트업 스튜디오 모델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알맞게 정착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2025.04.19 07:00

3분 소요
미국과의 조선 협력 시 잊지 말아야 할 것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도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요, 중국의 해양 패권 확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행동에 나선 겁니다. 미국은 과거 조선업 강국이었습니다. 1920년 ‘존스법’(The Jones Act)을 제정해 미국 내에서 운항·정박하는 모든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강제하면서 자국 조선산업을 적극 보호·지원했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이 전 세계 선박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해상 패권을 거머쥐었습니다. 미국은 1970년대에는 매년 수십 척의 대형 선박을 건조하며 18만명 이상의 조선업 종사자를 고용하기도 했지만, 1980년대 초에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건조 차액 보조금(CDS)을 없애며 조선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중단하면서 미국 조선업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 사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이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조선업을 육성해 글로벌 강자로 떠올랐고, 미국은 1980년대말 46개 조선소가 문을 닫고 노동자 4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아주 많이 뒤처져 있다. 예전엔 하루에 한 척의 배를 만들곤 했지만, 사실상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쇠락한 미국 조선업의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미국은 선박 건조부터 미 해군의 군사 활동을 지원할 상선을 보유해 해양 패권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문제는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세계 조선 1위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하면서 조선업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미국 의회는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존스법 폐지와 동맹국에서 자국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하는 ‘미국을 위한 선박법’ 발의 등 여러 조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는 기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체 건조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다른 나라에서 최첨단 선박을 살 수 있다고 하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막혀 있던 미국 군함이나 상선, 혹은 대규모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정부는 조선 협력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세계 1위 K조선이 위기의 순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여 다행입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요, K조선의 미래 경쟁력입니다. K조선이 세계 1위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용접·도장 등 현장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엔진·기자재·자동화 시스템 등 부품·소재·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높으며,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에도 대응해야 하는 등 문제점도 산적합니다. 경쟁국인 중국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만성적인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해 가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과의 조선 협력은 K조선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 속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2025.04.19 06:00

2분 소요
美 반도체 vs 中 희토류 수출 제한…韓 강타한 관세 전쟁 2라운드

산업 일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 정책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2차로 격돌했다. 당초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높이면 중국은 미국 제품에 관세율을 함께 올리며 맞받아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양국이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며 관세전쟁 2라운드의 막을 올린 것이다.이번에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중국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응해 4월 4일부터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고 같은 달 13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전량 정제되는 중희토류 금속 6종, 9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희토류 자석의 수출을 제한한 것이다. 희토류 금속은 자동차나 드론, 로봇과 미사일, 우주선 등 첨단 기계제품에 핵심 요소인 전기 모터를 만드는 데 쓰인다. NYT는 “미국 군수업체를 포함한 특정 기업에 대한 (희토류) 공급이 영구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고 전했다.미국은 엔비디아의 중국용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4월 15일 미국 CNBC 방송은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 정부가 H20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해당 반도체가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다”며 H2O 수출 규제 이유를 설명했다. H20은 저사양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H200·B200 등과 비교하면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이다. 과거 미국 정부가 고사양 반도체에 대해서만 대중 수출을 규제했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중국용 저사양 반도체를 만들어 수출했는데, 이 길이 막힐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문제는 양국 갈등의 충격파가 우리 기업으로 몰려올 수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분석한 2024년 한국의 희토류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8%에 달한다. 과거 중국이 희토류 수출 억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있어 우리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대체 공급망을 확대했지만, 중국의 수출 제한 기간이 길어지면 전기차나 첨단 기계, 이차전지 산업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수출 제한과 관련해서는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한적이지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우리 정부는 미국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참여 등을 물꼬로 관세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 측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고 무엇을 희망하는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면서도 “지금은 미국 당국자들과 LNG‧조선‧무역 균형과 관련해 관심 있는 부분을 어떤 틀에서 협상할지 논의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어차피 양 정상 간 이야기에서 LNG 부분이 나왔기 때문에 검토는 안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섣불리 어떤 부분을 약속한다거나 국익에 위반되는 어떤 것을 의사 결정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 후 “대미 무역 흑자‧ 관세‧조선‧미국산 LNG 대량 구매‧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 비용 지급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25.04.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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