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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ARM '79조 빅딜' 무산…삼성 100조 실탄 어디로?

미국, 영국, EU 등 규제당국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 반대의사 표명

 
 
엔비디아와 ARM 로고[연합뉴스]
'세기의 빅딜'이라 불렸던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무산됐다. 인수 금액만 660억 달러(한화 79조원)로,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 최대 규모였다. 주요 규제 당국이 모두 M&A 승인을 내지 않았고 전 세계 경쟁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선 영향이다. 
 
각국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안보로 여기기 시작했고, 공급망을 둔 패권전쟁이 거세지면서 그동안 대형 M&A로 몸집을 키워오던 반도체 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를 두고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빅딜이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년 내 대형 M&A'를 공표한 삼성전자의 실탄이 어디로 향할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 ARM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이 모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영향이다.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 역시 이들의 M&A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8월 미국 아마존과 테슬라, 한국 삼성이 미국 경쟁당국에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GPU(그래픽 처리장치) 절대강자인 엔비디아와 CPU(중앙처리장치)와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설계를 꽉 잡고 있는 ARM이 합쳐질 경우 이들의 힘이 더 막강해지기 때문이다. 
 
ARM은 컴퓨터의 두뇌인 CPU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의 설계도를 그리는 기업이다. 이 분야에선 ARM을 따라잡을 기업이 없다. 특히 AP시장 설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퀄컴, 삼성전자, 애플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각자의 반도체 칩을 다시 설계하고 만들어낸다. 이런 상황에서 퀄컴, 삼성전자 등이 엔비디아의 ARM인수를 반대한 표면적인 이유는 엔비디아가 ARM과 경쟁사들의 거래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엔비디아의 기술독점과 시장 지배력 강화 우려다. 엔비디아는 GPU 세계 1위 기업이자 AI 반도체인 NPU 시장에서도 가장 앞서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TSMC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엔비디아가 ARM을 흡수할 경우 CPU와 AP 설계능력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반도체 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규제당국 승인 장벽 높아져…삼성 M&A 불확실성 커지나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연합뉴스]
이번 딜이 각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만큼 반도체 업계의 M&A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업계 ‘빅딜’에서 M&A에 성공한 사례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거의 유일하다. SK하이닉스 역시 최종 승인까지 14개월이 걸렸다. 중국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최종 인수 실패에 대한 우려도 나왔었다.
 
SK하이닉스 인수는 성공했지만 중국 사모펀드의 매그나칩 인수와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독일 실트로닉스 인수는 각각 미국과 독일의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의 향후 M&A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향후 3년 내에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해는 삼성의 M&A가 결정되기까지 앞으로 최대 2년이 남았다. 특히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목표를 내건 만큼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의 글로벌 회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M&A 실탄으로 쓰일 수 있는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100조원대로 충분하다. 하지만 시장 독과점 우려로 각국 정부가 M&A를 승인하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 삼성전자의 M&A 계획도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 이후 멈춘 삼성의 대형 M&A가 불투명해졌다”며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기 전인 3년 전부터 꾸준히 반도체 M&A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계속 늦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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