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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 조정없이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 피해는 최대 8조8000억원”[게임 질병코드 부여 논란②]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 발표
창작 위축 초래할 가능성 크다는 지적 나와…산업적·사회적 비용 줄이는 노력 필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갈등조정 없이 국내에 도입할 경우, 게임산업 피해가 최대 8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했으며, 우리 정부도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꾸린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앞서 객관적인 지표를 설정하기 위한 연구용역 결과다.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했고, 한동숭 미래융합대학장이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진은 질병코드 여파 분석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 인터뷰를 수행했다. 의료 전문가 150명, 교사 151명, 중고등학생 300명, 사회문화 전문가 161명, 게임산업 전문가 195명 등이 참여했다.
 
질병코드 도입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남자 교사집단은 찬성 50%, 반대 24%의 의견을 보였다. 여자 교사집단은 찬성 70%, 반대 13%로 조사됐다. 아울러 남자 고등학생 집단은 찬성 17%, 반대 44%의 의견을 나타냈으며, 여자 고등학생 집단은 찬성 41%, 반대 13%의 결과를 보였다.
 

총 생산 감소 효과 최대 12조3623억원

의료분야의 경우 남자 의료인이 찬성 44%, 반대 48%로 찬반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것과 달리, 여자 의료인은 찬성 69%, 반대 19%로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게임산업의 경우 남성 집단이 찬성 10%, 반대 86%의 의견을 보였으며, 여성 집단은 찬성 25%, 반대 61%로 조사됐다. 아울러 사회문화 남자 집단은 찬성 28%, 반대 51%로 나타났으며, 여성 집단은 찬성 53%, 반대 24%로 집계됐다.
 
게임산업 전문가들은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우려했다. 질병코드를 도입하면 사회적 낙인 효과가 생기고, 게임 이용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산업 종사자가 질병 제공자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산업 전문가 중 찬성 측은 질병코드 지정 이외에 전국적인 통계 데이터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질병코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병원이나 센터에 게임 문제만으로 오는 청소년이 드물고, 공존질환이 문제가 돼 오는 경우가 많기에 질병코드가 도입된다고 해서 크게 변화되는 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문화 전문가들은 질병코드 도입은 문화 향유의 위축뿐 아니라, 창작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화중독’은 물질중독이나 행위중독과 다르며, 게임 과몰입 또한 생산적이고 창작 지향적인 중독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질병코드 도입은 창작의욕 저해 및 더 나아가서는 창작 자체를 범죄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게임산업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도입 1차 연도에 전체 산업 규모의 약 20%가 축소되고 2차 연도에 약 24%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 게임산업 규모를 2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1차 연도에 약 4조원, 2차 연도에 4조8000억원 등 2년간 총 8조8000억원의 게임산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게임산업 평균 매출액이 약 20% 감소할 경우 총생산 감소 효과는 5조6192억원, 줄어드는 취업 기회는 3만6382명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2년간 약 44% 감소할 경우 총생산 감소 효과는 12조3623억원, 줄어드는 취업 기회는 8만39명으로 집계됐다.
 
질병코드 도입으로 직접적인 손실이 예상되는 게임산업과 달리 사회적 비용은 사회전반에 걸쳐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2000명 중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한 응답자는 897명이며, 평균 지불의사금액(WTP)은 3만2420원으로 조사됐다. 2021년 대한민국 인구수를 기반으로 사회적비용을 산정해볼 시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약 1조6801억원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응답자 2000명 중 질병코드 도입을 찬성한 응답자는 963명이며, 평균 WTP는 3만1086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대한민국 인구수를 기반으로 사회적 비용을 산정해볼 시 질병코드 도입을 찬성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약 1조6109억원이다. 이는 질병코드 도입과 미도입 모두 응답자 수와 WTP가 거의 유사하게 산정된 점에서 국민 여론이 절반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병코드 도입 둘러싼 시나리오 4가지

향후 질병코드 도입을 둘러싼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다. ▶갈등 조정 없이 질병코드가 도입되는 경우 ▶갈등 조정 없이 질병코드가 미도입되는 경우 ▶갈등 조정 이후 질병코드가 도입되는 경우 ▶갈등 조정 이후 질병코드가 미도입되는 경우 등이다.
 
갈등 조정 없이 질병코드가 도입되는 시나리오의 경우, 지금과 같이 사회적 갈등이 증가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바로 질병코드가 도입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해당 시나리오는 갈등이 고조돼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으로 산정된 산업계의 피해는 최대 8조8000억원이며, 사회적 비용은 1조6000억원으로 예상됐다.
 
갈등조정 없이 질병코드가 미도입되는 경우는 현재와 같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다 질병코드가 도입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해당 시나리오는 도입으로 인한 게임산업 피해는 없으나, 사회적 비용은 1조6000억원으로 예상됐다.
 
갈등 조정 이후 질병코드가 도입되는 시나리오는 중재기구의 도입으로 사회적 갈등과 산업계 여파를 감소시키고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상황을 말한다. 중재기구를 통해 갈등이 감소해 50%의 중재기구 효과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 8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산업계 피해 역시 절반으로 줄어든 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갈등 조정 이후 질병코드 미도입 시나리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해서 분쟁을 관리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50%의 중재기구 효과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 8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산업계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질병코드 도입에 있어 ‘게임’과 ‘게임이용장애’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며 “분야별로 ‘게임’과 ‘게임이용장애’ 기준이 다르기에 용어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질병코드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는 WHO조차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했으나 이후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게임 이용을 장려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별도의 중재기구 중재 없이 질병코드 도입을 시도할 경우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가장 크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질병코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이미 발생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산업적,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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