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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틱톡처럼?… 친구와 기계의 추천 대결 승자는? [한세희 테크&라이프]

인스타그램 앱 콘텐트 노출 방식 틱톡처럼 바꾸다 역풍 맞아
SNS, 팔로우 관계 중심에서 사용자 맞춤형 콘텐트 노출로 방향 바꿔

 
 
인스타그램이 콘텐트 노출 방식을 친구 중심이 아닌 사용자 선호도 위주의 콘텐트 추천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 [사진 PxHere]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답게!”
 
미국의 유명 연예인이자 인플루언서인 킴 카다시안과 카일리 제너 자매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밈(meme)이다. 여기에는 “인스타그램을 틱톡처럼 바꾸지 말라”, “우리는 친구들의 사진을 보고 싶을 뿐”이라는 문장도 담겨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긁어 들이는 인플루언서인 이들이 인스타그램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비스 개편을 통해 인스타그램이 디자인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중국의 숏폼 비디오 앱 틱톡을 따라했다.
 

인스타그램을 틱톡처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앱에서 콘텐트가 노출되는 방식을 틱톡처럼 바꾸었다.
 
인스타그램은 친구의 콘텐트를 우선 추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선호를 판단해 추천하는 콘텐트의 비중을 높였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게시물이 피드에 올라올 가능성이 커졌다. 또 틱톡 방식의 숏폼 영상인 ‘릴스’가 많이 보이도록 조정했고, 틱톡처럼 영상이 스마트폰 화면 전체를 차지하며 나타나게 했다. 페이스북도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트의 노출 비중을 높였다.
 
사용자 간 친구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추천 알고리즘이나 화면 전체를 차지하는 영상 등은 모두 틱톡의 시그니처다. 메타는 2020년 인스타그램에 틱톡과 똑같은 ‘릴스’를 선보이고, 영상 비중을 높이는 등 급성장하는 틱톡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 왔다. 이제는 아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핵심인 친구 기반 콘텐트 노출 방식마저 틱톡 같이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 개편에 대한 사용자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틱톡을 모방하느라 친구 사진이 줄어드는 등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특유의 매력이 사라진다는 불만이 잇달았다. 카다시안과 제너도 공유한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답게’ 밈이 바이럴을 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둘이 합쳐 6억 860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카다시언 자매의 발언은 바짝 마른 건초더미에 마지막 불씨가 튄 셈이 되었다. 결국 인스타그램은 서비스 개편을 잠정 중단했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철옹성 페이스북 흔들리다

페이스북은 친구 관계를 맺은 사람들, 그리고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의 글과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팔로우 관계를 중심으로 사용자에 사진과 영상을 노출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구축한 사용자 간 친구 관계, ‘소셜 그래프’는 메타의 핵심 자산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 사회적 관계망을 바탕으로 사용자 30억 명에 가까운 거대한 소셜 미디어 제국을 구축했다. ‘소셜’을 키워드로 스마트폰 시대에 올라탄 메타는 모바일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사용자의 친구 관계와 관심사를 활용해 끝없이 콘텐트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과 시간을 붙잡아 두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생산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리는 글과 사진, 영상은 신문과 방송 같은 기존 미디어에 치명상을 입혔다.
 
메타가 구축한 요새는 좀처럼 외부의 적이 함락하기 어렵다.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각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가치도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일단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킨 선도 주자가 나타나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빼앗기란 대단히 어렵다. 특히 메타 산하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처럼 각각 10억 명 혹은 20억 명 이상의 사용자 네트워크를 확보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메타가 구글과 함께 세계 디지털 광고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종말

그런 메타가 틱톡처럼 인공지능 알고리즘 중심의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 것은 사실상 ‘소셜 미디어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조종이나 다름없다. 틱톡에는 친구가 없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는 달리 사람들이 가족과 친구의 영상에 더 관심을 보이리라는 가정 같은 것은 없다. 오로지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하다 판단해 띄워 주는 스크린 가득 찬 영상을 엄지손가락으로 넘겨 가며 볼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메타가 사람들의 친구 관계를 분석해 제공하는 소셜 콘텐트보다 사용자의 영상 시청 선호도를 분석해 제시하는 틱톡의 콘텐트가 사람에게 더 재미있게 여겨지고, 시간과 관심을 더 많이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앱 시장조사 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올해 1분기 1억 7600만 건 다운로드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 되었다. 틱톡은 사상 5번째로 35억 건 다운로드를 기록한 앱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제 사람들은 유튜브보다 틱톡에서 더 오래 영상을 본다.
 
개별 사용자의 친구 관계를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가 순전한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틱톡에 자리를 내 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친구와 가족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서 친밀한 사람들 사이의 교류는 메시징이나 24시간 후 사라지는 ‘스토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셜미디어는, 이미 충분히 매스미디어로 변질되긴 했지만, 이제 더욱 노골적으로 대중 매체로 바뀌어 가고 있다.  
저커버그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친구 관계와 상관없이) 추천에 의해 보여지는 콘텐트 비중이 현재 15%에서 30%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메신저로 시작해 소셜 플랫폼이 된 카카오는 이제 ‘관심사가 같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톡 대화량의 40%는 오픈 채팅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픈 채팅 사용자 수는 2019년보다 76% 늘었다.
 
인스타그램은 ‘틱톡화’에 대한 역풍이 일자 일단 디자인을 예전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틱톡 같은 비디오가 콘텐트 소비의 중심이 됐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영상 기반 엔터테인먼트가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는 추세도 변하지 않았다. 아마 메타는 언제든 다시 틱톡처럼 모습을 바꿀 준비를 할 것이다. 기존 소셜 그래프를 지키면서 거부감 없이 틱톡처럼 되는 것이 메타의 중단기 과제인 셈이다. 어쨌든 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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