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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침수는 ‘브랜드’에게도 경종을 울렸다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기후 변화...서울엔 폭우가
브랜드 소비도 환경해결 방안으로 여겨져
생산·유통·폐기 등 전 과정에 친환경 요소 찾아

 
 
폭우가 내린 지난 8월 8일 밤 서울의 한 횡단보도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폭우가 내린 지난 8월 8일 밤 서울의 한 횡단보도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8일의 폭우는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서울에서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많은 비로 기록됐다. 서울은 시간당 강수량 136.5㎜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였던 1942년 118.6㎜의 기록을 80년 만에 갈아치웠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 평균 키가 122㎝ 정도니 136.5㎜의 비가 대략 9시간 내리면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남학생의 키 높이 정도의 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누구는 500년만의 폭우라고도 한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내린 기록적인 비로 인한 피해는 여느 때 장마철의 난리와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잦은 물난리를 겪어 치수(治水)했다는 서울 강남 한복판은 난장판이 되었다. 시민들은 허리까지 차는 물속에서 헤엄치듯 집으로 가야 했고,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특별시의 여름을 나야 하고, 도로의 침수로 움직이지 않는 수천 대의 차들이 여가 저기 뒹구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를 걱정했다. 
 
한국의 겨울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은 더 길어진다는 말의 무게감이 다르게 들린다. 한국뿐 아니다. 일본 역시도 마찬가지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전기사용을 자제했지만 에어컨은 끄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역시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가 그 원인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그뿐인가. 유럽에는 기록적인 폭염에 산불까지 겹쳤다.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었고 포르투갈은 47도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후버댐 수위가 1937년 물을 채우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일 정도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고 앞으로 더 자주, 심각한 폭염과 가뭄, 홍수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제 기후 변화는 의심할 수 없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가 됐다. 우리가 해 왔던 그대로 탄소 기반의 소비와 경제구조에 의존한다면 매년 같은 자연재해에 의해 생명을 위협받을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여기거나 먼 미래의 일처럼 만으로 느껴졌던 환경재앙이 자신들의 곁에도 찾아 왔다는 위기의식은 우리 주변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지구를 지키는 문제는 모두의 생존 문제가 된 것이고, 소비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해보지 않을 도리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있어 환경의 이슈는 이제 ESG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건강하게 실천하는 경영)을 뛰어넘는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친환경 브랜드 찾는 MZ세대  

지난해 대학내일이 MZ세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70%에 가까운 이들이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71%가 제품 구매 시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을 고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소비 행동 자체가 당장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영국, 미국, 브라질, 캐나다, 일본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영국의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민텔의 조사도 같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51%가 자신의 소비행동이 기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54%의 소비자가 아직 지구를 구할 시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 됐는데 소비자의 47%가 생산과정에서 발행하는 이산화탄소의 양 같이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 주는 라벨링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42%의 응답자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쉽게 보여주기를 원했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는 더 늦기 전에 기후 변화와 환경 보존을 위해 뭐든 하기를 원하기에 좀 더 친절한 안내만 있다면 그 브랜드를 더 사용하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인식하고 일찍이 환경에 대한 철학을 브랜드 이념으로 선언하고지속해서 마케팅을 펼치는 브랜드가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 철학을 브랜드의 이념으로 삼고 진정성 있게지속해서 성공적인 브랜딩을 펼치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평범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용기 있는 브랜딩을 실천해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파타고니아의 '5R' 이색 광고 카피  

파타고니아가 제시한 소비자 환경 선언. [사진 화면캡처]

파타고니아가 제시한 소비자 환경 선언. [사진 화면캡처]

미국에서 연중 가장 많은 매출이 일어나는 블랙 프라이데이날 신문에 게재한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광고는 환경을 위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파타고니아를 단박에 개념 있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켰다. 
 
‘R’로 시작하는 5줄의 소비자 환경 선언에는 ‘환경을 위해, 우리 옷은 튼튼하게 만들어졌으니 (새로 살 필요가 없는 사람은) 사지 마세요(Reduce).’ ‘손상된옷은 수선해줄 테니 사지 마세요(Repair).’ ‘싫증이 나면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팔아 재사용할 수 있게 해줄 테니 사지 마세요(Reuse).’ ‘옷이 낡아서 못 입게 되면 매립이나 소각 하지 말고 우리에게 돌려주면 리사이클(Recycle) 하겠습니다,’ ‘자연에게 그대로 되돌려 줄 수 있는 세상을 다시 상상(Reimagine)합니다’라는 카피가 그것이다. 
 
이 광고를 통해 오히려 매출이전년 대비 40%가 성장하자 어떤 이는 고도의 상술이라고 했고, 다른 이는 위선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환경에 대한 진정성은 일회성 프로모션이나 행사로 점철되는 여느 브랜드와 달랐다. 그들의 40년이 된 사업 미션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환경 위기를 깨닫게 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파타고니아와 같이 오랜 시간 환경 문제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고 유지해온 기업이 있다면 최근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 새롭게 환경을 브랜드 이념으로 걸고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하는 곳이 있다.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비건 화장품을 만드는 한국의 비건 화장품 ‘톤28’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의 웹사이트에는 ‘우리가 줄인 플라스틱 병 수 53만6009개’ 헤드라인이 보인다. 이들은 타 화장품 대비 플라스틱 용기 비율을 98%까지 줄여 종이로 만든다. 지금까지 팔린 ‘톤28’의 종이용기 상품 개수다. 
 
그뿐 아니다. 제품의 원료도 합성 계면활성제, 합성방부제, 합성향, 합성 색소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모든 제품을 천연 원료로 만들고 있으며, 보존제 최소화로 4주 사용을 권장할 정도로 피부 보호와 환경에 철저하다. 한마디로 환경을 트렌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 또한 다르다. 화장품 기업으로서 ‘아름다움’ ‘멋’을 내세우지 않는다. ‘행동’(movement)이 핵심 가치이고 내부 슬로건은 ‘행동하는 내일의 바를 거리’다. 바를 거리를 만들되 내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 하는 브랜드로 이해된다. 회사의 모든 의사 결정은 이 슬로건으로 판단되고 결정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국내 비건 화장품 업계 브랜드 평판 1위(한국기업평판연구소자료)를 차지했다. 더 놀라운 것은 매출이 모두 구독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브랜드를 지속해서 재구매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비건 화장품을 만드는 브랜드 ‘톤28’ 홈페이지 화면. [사진 화면캡처]

비건 화장품을 만드는 브랜드 ‘톤28’ 홈페이지 화면. [사진 화면캡처]

이상에서 살펴본 두 브랜드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단순하다. 환경에 대한 생각을 단순히 트렌드의 하나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이념으로 체화시키고, 지구와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절박함과 진정성에 근거 하고 있다. 
 
최근 ESG가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며 하나의 트렌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하고, 하지 않으면 정부와 소비자로부터 지탄받기에 담당 부서를 만들고 척도를 만든다. 그러나 오늘의 환경문제는 소비자 개개인이 기후의 재앙으로부터 입는 피해가 ‘나의 문제’로 나타난다. 절대로 ‘하는 척’, ‘흉내 내기’, 보여주기‘의 수준으로는 그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SNS를 통해 브랜드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상에 알려진다. 진정성 있게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 촉진의 전 단계는 물론이고 폐기하는 과정까지 기업의 철학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더 친절하게 브랜드와 제품의 환경영향을 알리고 이해시켜야 한다. 알 듯 모를 듯한뻔한 메시지가 아니라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데, 얼마나 기여 하는 것인지를 구체적이고도 쉽게 알려야 한다. 
 
기후 변화는 더는 의심의 대상이 아닌 것을 소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비도 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해야 하는 행동으로 유도해야만 브랜드가 선택받기 때문이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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