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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치킨 잘나가는데 bhc 어쩌나”…‘치킨 논쟁’에 난처한 MBK

[‘당당치킨’의 역설] ① ‘한지붕 두치킨’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당당치킨’이 쏘아 올린 ‘치킨’ 논란에
홈플러스 이외에 bhc 수익성까지 신경 써야 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당혹…한지붕 경쟁구도

 
 
MKK파트너스는 BHC치킨이 속한 BHC그룹의 투자처다. [연합뉴스]
최근 유통업계는 한 마리에 6990원에 판매하는 홈플러스 ‘당당치킨’ 등장으로 시끄럽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한 가운데 이들의 등장은 국내 대형마트와 치킨 프랜차이즈 간의 경쟁구도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당당치킨 대첩’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지난 6월 처음 선보인 당당치킨은 ‘당일제조’ ‘당일판매’를 원칙으로 매일 30~60마리 수준만 판매하는 마트 직접 제조 식품이다. 3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고물가 속 초저가 전략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기준 당당치킨은 32만 마리가 팔리는 등 홈플러스 각 점포에는 당당치킨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매일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가 열광하는 모습과 반대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관계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일 홈플러스 메뉴개발총괄이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치킨을 팔아도 마진이) 안 남는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6990원에 팔아도 남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화나게 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온라인 상으로 ‘목숨이 걸린 생업이니 정의로운 척하지 말라’ ‘인건비에 원재료 값까지 올라 남는 비용이 없다’는 등의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상황에 난처한 곳은 또 있다. 바로 홈플러스와 bhc그룹 주요 투자처인 사모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 규모에 MBK파트너스에 인수돼 현재까지 MBK파트너스 투자로 운영되고 있다.  
 
bhc그룹 역시 MBK파트너스의 투자 기업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박현종 bhc그룹 회장과 엘리베이션PE가bhc 경영권을 인수할 때 캐나다 OTPP(온타리오교직원연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에 참여한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OTPP와지속해서bhc그룹 투자를 추가해, 현재는 지분 58.9%를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이들의 분쟁은 마치 같은 집안 형제들 간의 다툼처럼 여겨질 수 있는 셈이다.  
 

적자 출구전략에 방긋 웃지…BHC 입장서는 울상  

홈플러스가 내놓은 6990원 치킨, 당당치킨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또 MBK는 홈플러스 측, BHC 측 운용사 입장으로 나뉜다. 먼저 매출액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던 홈플러스 운용사 입장에서는 ‘당당치킨’이 홈플러스 적자 구도의 새로운 출구전략으로 여겨질 수 있다. 홈플러스 최근 3년 연결기준 매출을 살펴보면 2019년 7조3001억원, 2020년 6조9662억원, 2021년 6조4807억원으로 지속적인 내림세를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601억원에서 2020년 9334억원으로 상승하는 듯 보였지만, 2021년에는 적자 133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MBK파트너스 인수 후 누적 적자는 약 3400억원에 달한다.  
 
물론 매일 한정적인 수량을 판매하는 치킨으로 매출을 직접 상승시키진 어렵지만, ‘당당치킨’이라는 히트상품을 필두로 소비자가 홈플러스 점포를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전략은 지난해 5월 새로 부임한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훈 대표는 과거 KFC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던 인물”이라며 “누구보다 치킨 유통구조를 잘 이해하고, 얼마나 마진이 남는지 등을 이미 꿰고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 영업이익 끌어 올리기에도 ‘치킨’ 활용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hc치킨, 초저가 치킨 등장에 ‘비난’ 대상돼

반면 bhc그룹 최대주주자 입장으로서 MBK파트너스는 이번 논란으로 bhc치킨 눈치 역시 보는 상황이 됐다. 초저가 치킨 등장으로 올해까지 가격을 올린 bhc치킨은 당당치킨의 비교 대상 또는 비난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bhc치킨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서 영업이익이 높은 곳으로, 소비자로부터 ‘마진을 최대한 남기는 기업’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bhc 영업이익은 1538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BBQ는 608억원, 교촌은 28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bhc가 32.2%, BBQ 16.8%, 교촌이 5.7% 순이었다.  
 
국내 대형마트가 초저가 치킨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 ‘당당치킨’의 인기 이후 국내 대형마트가 잇따라 저가 치킨을 내놓으면서 매출 상승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당당치킨에 이어 롯데마트는 지난 2010년에 처음 판매하던 ‘통큰치킨’을 12년 만에 부활해 치킨 한 마리당 5000원에 판매하고, 이마트는 6만마리 치킨을 598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초저가 치킨 시장이 커질수록 비교적 비싼 가격의 bhc치킨 수요는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시장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장기적인 미래 전략을 세우기보다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당당치킨과 같은 세부적인 마케팅 전략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겠으나, 이번 논란으로 홈플러스와 bhc, 두 기업 모두의 성과를 신경 써야 하는 MBK 입장은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값치킨의 등장으로 소비자는 치킨을 더 비싸다고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고 가격이 더 저렴한 치킨을 찾게될 것 이라면서 “단순 미끼 상품을 위한 기획이라고 해도, 대형마트의 치킨 판매 시설과 인력 등 판매망이 더 자리를 잡는다면 자연스레 프랜차이즈 치킨 매출이 줄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치킨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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