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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미세공정…EUV 확보 사활 [반도체 불황 극복 기술에 답 있다 ②]

성능·효율 개선에 생산량 증대 효과까지
대당 2천억 넘는 EUV “없어서 못 판다”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왼쪽 첫번째)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구자흠 삼성전자 부사장(왼쪽 두번째) 및 강상범 상무와 3나노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세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초격차를 통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세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을 위한 물밑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세공정이 적용된 라인에서 시스템 반도체와 D램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양사 모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미세공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공정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상당하다. 우선 반도체에 세기는 회로가 더욱 얇아지는 만큼 생산 효율이 올라간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다이(Die, 회로가 새겨지는 작은 사각형 조각)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만큼 한 웨이퍼로 더 많은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다.  
 
또 같은 다이 안에 세밀한 회로를 새길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성능과 직결되는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넣을 수 있다. 여기에 트랜지스터의 밀집도가 높은 만큼 전력 효율도 상당 부분 개선된다. 즉 미세공정이 적용됐다는 뜻은 기존보다 성능과 효율을 개선하면서 더욱 많은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양산하는 10나노급 4세대 D램. [사진 SK하이닉스]

삼성·SK 기술 초격차 속도

업체별로 보면 미세공정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미세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이하 공정을 구현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등 두 곳뿐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성공하며 경쟁사 대비 한 발 더 앞서 나가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차세대 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GAA 기술은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는 TSMC가 준비 중인 핀펫(FinFET) 방식 대비 데이터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EUV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선단 14나노 D램 양산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D램의 성능과 수율을 향상시키고 14나노 이하 D램 미세 공정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14나노 D램은 업계 최고의 웨이퍼 집적도로 이전 세대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10나노급 4세대(1a) 미세공정을 적용한 8기가비트(Gbit) LPDDR4 모바일 D램 양산을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는 10나노대 D램부터 세대별로 알파벳 기호를 붙여 호칭하고 있으며,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에 이어 1a는 4세대 기술이다. 1a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D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SK하이닉스의 D램 중 처음으로 EUV 공정 기술을 통해 양산된다는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EUV 공정기술의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향후 1a D램 모든 제품을 EUV를 활용해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1y(2세대) 제품 생산 과정에서 EUV를 일부 도입해 안정성을 확인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UV를 양산에 본격 적용함으로써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 네 번째) 등과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UV 확보가 곧 경쟁력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세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앞으로 EUV 활용 수준이 기술 리더십의 우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UV 장비 확보 경쟁이 더욱 과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는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원판에 빛을 쪼여 회로 패턴을 그리는 포토(노광)공정에서 활용되는데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한다. 기존 액침불화아르곤(ArF)의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10분의 1 미만) 반도체에 미세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고 성능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선폭이 7나노 이하의 선단(첨단) 공정 가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대당 가격이 2000억원이 넘지만 미세공정 구현을 위해 수요는 여전히 높다. 앞서 3나노 도입 과정에서도 삼성전자와 TSMC는 ASML의 노광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물밑경쟁을 펼친 바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EUV로 불리는 ‘하이(High) NA’를 ASML 고객사 모두가 발주한 것으로 알려지며 눈길을 끌었다. 하이 NA는 기존 EUV 대비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어 차세대 공정인 2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실현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업황이 안 좋아질수록 기술 초격차를 통한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미세공정 경쟁은 전 반도체 분야에서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EUV 확보전 또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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