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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기…어떻게 돌파할까 [회장 이재용의 과제①]

‘삼성=이재용’ 실적 책임 이 회장에 쏠릴 가능성
위기 피하지 않아…투자 계획대로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년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같은 날 해당 안건을 의결하며 ‘이재용 회장’ 시대를 알렸다. 이로써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그룹의 회장 자리도 모두 채워지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98년 부친인 최종현 회장 타계 후 만 39세의 나이로 회장이 됐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젊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만 40세 나이로 회장에 올라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만 50세 나이로 회장에 올랐다.  
 
이재용 회장은 회장 취임 이전부터 삼성그룹 총수로 사실상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국정농단 사건 연루로 취업 제한 등의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8월 윤석열 정부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존재감을 나타낸 바 있다.  
 

삼성전자 ‘재도약’ 이끌까

이재용의 회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는 삼성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어지는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경우 책임의 화살이 이재용 회장에게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로 촉발된 자국 기업 보호와 무역 장벽 높이기가 삼성전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점도 삼성을 이끌 이재용 회장에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에 대표와 이사회가 있지만,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이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삼성전자의 실적이 이재용 회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매출액 기준 글로벌 반도체 기업 1위 자리에서 내려올 전망이다. 그 자리는 대만의 TSMC가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해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대만 TSMC가 올 3분기(7~9월)에 전 분기 대비 11% 증가한 20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왕좌를 지켰던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이 2분기보다 19% 감소한 183억 달러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려날 것으로 봤다. IC인사이츠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자유낙하(free-fall) 상태에 있다”며 “반도체의 대규모 재고 조정 기간이 최소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 부문 매출액은 23조200억원,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약 3조원, 영업이익은 절반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9월 1일 기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358.5원이었던 것을 고려해 계산하면 매출액은 약 17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국내외 시장조사업체들의 예상보다 적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예상을 웃도는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화권 모바일 등 소비자용 메모리 제품군의 수요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분야에서 실적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반도체 전문가 30인 설문 조사를 보면 17명(56.7%)이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 상황 초입’에 있다”고 했다. ‘다운 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대표도 지난 9월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고 내년에도 좋아질 수 있는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DS부문 매출액은 55조3650억원, 이 가운데 41조1668억원이 메모리에서 나왔다. 매출액 기준 반도체 사업의 74.3%가 메모리에 쏠려있다는 뜻이다.  
 

위기, 정면돌파…파운드리 투자 지속

삼성전자는 위기를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는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기존 사업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Samsung Tech Day 2022)' 미디어 행사에서 “현재로선 감산 논의는 없다”며 “앞으로 메모리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미국 투자를 늘려 TSMC와 경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미국 테일러시 공장 신축과 평택 4라인(P4)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등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로 벌어질 수 있는 위기는 한 기업이나 총수의 힘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우리 기업 가운데서는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했다. 이번 ‘유예’ 조치로 두 회사는 특정 물품과 관계없이 1년 동안은 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중국에서 자재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레시가 전체 생산량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이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을 일방적으로 옭아매기는 쉽지 않겠지만, 기업 입장에선 언제든 찾아올지 모르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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