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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바이오 기업 화두는 ‘AI 신약 개발’…경쟁 치열해져 [김한조 바이오 뉴스 돋보기]

버지 지노믹스 루게릭병 치료제 약물 발견
소피아 제네틱스·MS 의료 AI 신뢰성 높이기 나서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 이미지 뱅크]
이번 호부터 해외 제약·바이오업계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김한조의 바이오 뉴스 돋보기’를 격주로 선보입니다. 〈편집자〉
 

AI로 발굴한 루게릭병 치료제 성공하나

10월 31일, 미국 AI 신약개발사 ‘버지 지노믹스(Verge Genomics)’가 AI 기반 신약 VRG50635의 임상 1상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버지 지노믹스는 대형제약사 머크(Merck&Co), 일라이 릴리(Eli Lilly), 그리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번 VRG50635의 임상은 현재 FDA 승인 약물이 단 3개뿐인 질환인 루게릭병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버지 지노믹스의 AI 기반 신약 발굴 플랫폼 ‘ConVERge’는 DNA, RNA, 단백질 프로필에 대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질병의 생물학적 정보를 매핑해 새로운 대상과 약물을 식별하는 AI 플랫폼입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루게릭병의 새로운 원인 메커니즘이 엔도리소좀(endolysosom)의 기능 손실이라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유망 치료 타깃인 PIKfyve라는 효소도 발견했습니다. VRG50635는 루게릭병 환자의 뉴런에서 엔도리소좀 기능을 복원하는 강력한 PIKfyve 억제제이고, 전임상 연구에서 VRG50635가 뉴런의 퇴화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버지 지노믹스가 루게릭병 약물을 발굴해 임상 1상까지 오는 데에는 4년이 걸렸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루게릭병 약물 발굴 방법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버지 지노믹스의 CEO는 설명합니다.
 
현재 AI로 발굴한 신약이 임상 시험에 들어간 것은 몇 가지 예가 있으나, 최종 승인을 받는 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좁은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창조한 분자가 약물로서 승인을 받는 것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넓은 의미에서 도구로서 인공지능은 이미 신약 개발의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기 어려운 소외질환의 경우라면 인공지능 기술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갖는 특징이 탐색에 강하다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이 특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MS가 의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과 손잡은 이유

11월 1일, 미국 의료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소피아 제네틱스(Sophia Genetics)’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다년간의 통합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소피아 제네틱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자사의 AI 기계학습 플랫폼 ‘SOPiA DDM’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멀티모달(Multi-modal) 데이터 세트를 활용하는 기관을 연결하여 정밀 의료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죠.
 
의료 데이터는 수많은 독특한 특징이나 신호들이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어 다른 분야의 AI 활용법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데이터 세트가 환자 모집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와 같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의료 AI의 신뢰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소피아 제네틱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하는 목표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순수하게 컴퓨터로 디자인한 약물이 판매 승인을 받는 것”을 비전으로 생각하고 관련 분야에 투자를 계속했습니다. 소피아 제네틱스와 파트너십 뿐만 아니라 노보 노디스크와 같은 대형 제약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기업들이 신약개발을 포함한 헬스케어 분야에 갖는 관심이 얼마나 크고 적극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이 분야에서 매우 기초적인 연구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과 기업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융합 또는 통섭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도 어렵지만, 여러 분야의 장점을 융합할 수 있는 큰 시각을 갖는 것은 더 힘든 일입니다. 좋은 도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도구들을 사용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한다면 멋진 인생을 사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영국 AI 신약개발사, 구글 딥마인드와 경쟁

11월 3일, 영국 AI 신약개발사 ‘엑센시아(Exscientia)’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도 도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엑센시아는 그동안 저분자 화합물에만 한정해 AI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영국 옥스포드에 자동화 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사의 AI 플랫폼을 바이오의약품 분야로 확장시켜 새로운 항체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해당 기술의 초기 버전은 구글 딥마인드(DeepMind)에서 개발한 AI 기반 단백질 구조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2 (AlphaFold2)’보다 최대 3만5000배 빠른 속도로 단백질의 정확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AI 신약 개발 연구는 주로 화합물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최근 단백질이나 항체 등의 바이오의약품 분야에도 확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국내 AI 신약개발사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따라가면서 항체 분야 연구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탠다임도 최근 항체 발굴을 위한 새로운 딥러닝 모델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과거 단백질, DNA, RNA 등을 다루는 생물정보학이 작은 유기 분자를 다루는 화학정보학에 비해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제약업계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회사들이 단백질이나 항체보다 작은 유기 분자에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한편으로는 놀라운 일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대량의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우선되어야 합니다. 신약 개발 관련 실험 데이터는 이 정도의 속도와 양을 만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엑센시아의 도전은 자동화 연구소를 통해서 이 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융합과 통섭이 필요해지는 순간이죠.
 
실험을 자동화하면 높은 품질의 데이터를 많이 얻을 수 있게 되면 더 좋은 인공지능 모델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 사이클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늦게 시작해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발생합니다. 누가 인공지능 모델, 데이터, 실험 자동화의 선순환 사이클을 먼저 완성하고 격차를 벌릴 수 있는지를 놓고 많은 기업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 필자는 연세대학교 화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유기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HK이노엔 신약연구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신약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2019년 AI 신약개발사 스탠다임에 합류해 현재 글로벌전략본부장 및 합성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실험실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경계에서 두 분야의 융합을 위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김한조 스탠다임 글로벌전략본부장 및 합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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