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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도 이겼는데…” 김진수 사장

“장애도 이겼는데…” 김진수 사장

“믿고 물건을 대줬는데 이럴 수가….”강원도 원주시의 (주)진명라이팅(0371-45-6401) 김진수 사장(43)은 지난 두 달 새 2억5천여만원의 부도를 맞았다. 지난 95년 11월 둥지를 튼 뒤 1백%가 넘는 고성장(96년 4억9천만원, 97년 10억8백만원)을 거듭하며 이룬 신화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조명업계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판매량이 50%나 줄어 고전하던 김사장은 어이가 없었다. 형광램프용 안정기와 인연을 맺은 지 26년.‘이제 고생은 끝났다’며 한숨 돌린 게 화근이었을까. 김사장의 40평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공병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던 김사장은 72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오른쪽 손목을 잃었다. 군입대 전 야간고등학교 시절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품어온 꿈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이런 꼴로 어떻게 사나.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떠올렸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었다. 병원 침대에서 보낸 8개월은 그에게 생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줬다. 운명의 여신은 잠시 그에게도 엷은 미소를 지었다. 78년 군입대 전 다니던 신진전기공업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고 거기서 부인 정명희씨도 만났다. 사랑스런 연인이자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것이다. 1급 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다시 품었다. 밤낮없이 이론과 실무를 두루 익혔다. 모진 운명이 그를 다시 할퀸 것은 84년 12월 늦은 밤. 공장에서 야근을 하던 김사장은 기계에 왼손이 끼여 손가락 4개를 잃고 만다. 김사장 집은 술병이 이리저리 뒹굴고 날마다 울음바다가 됐다. 그러나 하나님은 결딜만한 시련을 주시는 법. 아내의 눈물겨운 뒷바라지 덕에 김사장은 다시 일어섰다. 장애를 딛고 안정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김사장은 이번 부도위기를 ‘담금질’로 여긴다. 110W 형광등 안정기, 전자스타터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 낸 자신의 기술을 믿기 때문이다. KS마크를 딴 품목이 24개나 되며 에너지관리공단의 고효율기자재인증도 곧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 16명도 내 일처럼 열심이다. 지난 2월부터 월급을 못 줬지만 불평 한 마디 없다. 오히려 상여금을 반납하고 수당도 안 받는다. 출퇴근 통근버스를 배달차량으로 바꿨다. 면장갑은 빨아서 다시 쓰고 난방비도 줄였다. 2억5천만원을 어떻게 갚을지 아직 막막하지만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다시 일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다. 면장갑을 빠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사장은 다시 이를 악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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