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단말기 업체 기가텔레콤의 김호영 사장
| 기가텔레콤 김호영 사장 | “대기업의 병폐를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직원들 대부분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체 연구원 출신입니다. 지금까지 이들 중 저희 회사를 떠난 연구원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기가텔레콤의 김호영(41) 사장은 기업문화를 대기업 비판으로부터 설명했다. 김사장은 지난 99년 기가텔레콤의 사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준비된 벤처기업인이었다. 그는 국내 정보통신 연구 분야의 본산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10년을 근무한 후 팬택 전무이사와 모토로라 CDMA 엔지니어링 연구소장을 지냈다. 역사가 고작 7년에 불과한 CDMA 분야의 1세대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20여년 가까이 소위 잘 나가는 회사에서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일을 했지만 그는 늘 ‘갈증’에 목말라 했다.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TRI시절 퀄컴과 작업을 같이 하면서 퀄컴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대기업 방식으론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그 때 스태프로 있던 직원이 나가서 먼저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1998년도의 일이죠. 그 뒤 1년에 제가 사장으로 취임했죠.” 김사장은 처음부터 내수는 쳐다 보지도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서 진검승부를 하고 싶었던 탓이다. 기가텔레콤의 매출은 1백% 수출에서 나온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2백3억원. 회사 설립 후 매년 2백%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가텔레콤은 남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이런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은 전세계 메이저 단말기 회사들의 각축장입니다. 저희 같이 작은 회사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죠. 그래서 처음부터 남미시장을 틈새로 판단하고 집중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기가텔레콤은 브라질·베네주엘라 등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특히 베네주엘라는 현지 통신사업자의 브랜드가 아닌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기가텔레콤에는 공장이 없다. 모두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한다. 최근에는 중국에도 진출했다. 단말기 외에 김사장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CDMA 단말기 제조기술을 응용한 파생상품 개발. 원격검침기나 PDA 등에 CDMA 모듈을 공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파생상품이다. 이미 호주에 원격검침기 CDMA 모듈을 국내 최초로 수출했다. “단말기는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만 마진이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닙니다. 또한 단말기 메이저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서 그들을 따라해선 승산이 없죠.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이런 파생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사장은 그리고 차량이동통신시스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앞으로의 시대는 동화상을 포함한 데이터커뮤니케이션의 시대입니다. 자동차를 이용한 데이터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것입니다.” 기가텔레콤은 이미 외국의 다국적 자동차 회사와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의 자동차 회사와 자동차 내장용 이동통신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회사는 국내에 기가텔레콤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가텔레콤은 벤처거품이 사라진 2000년 11월, 일본의 동경미쯔비시 은행의 계열사인 코쿠사이캐피탈로부터 액면가 대비 25배에 자금을 조달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일본의 리치맨 종합상사로부터 무상증자 없이 17.3배에 펀딩을 받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만 해도 1백억원이 넘는 우량회사다. “코쿠사이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 동경미쯔비시 서울지점에서 깜짝 놀라더군요. 이렇게 높은 배수에 투자한 선례가 전혀 없었다구요. 당시 현대사태로 일본 투자가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였거든요.” 한 달의 반을 해외에서 보내며 오로지 해외시장에서만 승부하는 김사장. 그가 꿈꾸는 ‘한국의 퀄컴’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듯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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