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집마련 잘못하면 큰코다친다
강원도 정선 카지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카지노 방문 고객의 70%가 게임의 룰을 정확히 모르고, 알아도 극히 기초적인 룰만을 알고 카지노 게임을 시작한다고 한다. 즉 겨우 30%의 고객만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보다 조금 나은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상대방은 게임의 룰에 정통한 노련한 딜러, 혹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카지노 기계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카지노 딜러들은 매 20분마다 교체되며 휴식을 취한다고 하는데 이에 맞서 싸우는 고객들은 밤새 잠 한숨 못 자야만 겨우 카지노에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일확천금에 눈이 먼 이성 잃은 고객과 전문가의 싸움은 초반부터 결정되어 있는 게임인 것이다. 위 내용은 SBS에서 작년 여름에 방영한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프로에서 방영한 정선 카지노에 관한 방영 내용의 일부이다. 그 프로를 보면서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카지노에 빠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TV를 껐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들이 얼마나 그들과 다를까? 나는 그 프로를 보면서 묻지마 청약을 하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오버랩하면서 우리들 자신 역시 카지노에 몰려드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잠 한숨 못자고 새벽부터 줄서는 청약 풍경뿐만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청약을 하는 사람들이 카지노 기계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물론 대다수가 소박한 내집마련의 꿈(정말로 상투적이고도 진부한 표현이지만)을 이루고자 청약하는 것이고, 당첨 프리미엄을 노리고 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면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우리는 내집마련이라는 인생 최대의 목표를 위해, 게임의 룰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카지노에 뛰어드는 사람처럼 아파트를 청약하는 것은 아닐까? 카지노에서 한 번 배팅하는 수만원·수십만원보다 수백배·수천배나 큰 배팅(?)을 단 한 번에 하면서 말이다. 내집마련 게임은 잘못해도 본전이라는 소박하고도 순진한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이름 모를 새들도 집을 짓듯 주거지에 대한 본능적인 소유욕 때문일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이 주택마련 게임이 카지노라는 극단적인 장소에서 행하는 게임보다도 더 위험하고 손해가 날 게임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주택마련 게임 역시 지난 10년간 대부분 사람들이 손해 본 게임이며,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 후 7년 만에 내집마련을 하고 나서 주위의 사람들이 내집마련을 한 후에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음에 놀랐다. 주식으로 망한 사람 이상으로 지난 10년간 내집마련을 잘못하여 재산상의 큰 손실을 잃은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물론 IMF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IMF가 극복(?)됐다는 지금도 대부분의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90년 시세를 회복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대다수는 90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집값에 놀라 무리하게 융자를 끼고 샀던 사람들이다. 내집마련을 위해 20년 장기 융자를 받아 10년 동안 낸 이자만도 수천만원인데 나머지 10년을 30%의 고금리로 갚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암담했을 것인가? 이러고도 과연 우리들이 사는 세상이 카지노장보다도 더 무서운 도박장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자. 청약 시장에는 떴다방이니 청약통장 불법거래가 난무하고 아파트 분양 광고는 거의 사기 수준의 미사여구가 판을 친다. 그리고 계약서에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건설사는 책임을 회피한다. 언제부터 우리가 미국처럼 변호사와 상의 하면서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고 했던가?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올라도 청약하는 사람은 당연한 가격인 줄 알고 청약한다. 차라리 카지노에는 IMF도 고금리의 위험도 없고 기계가 지시하는 정확한 게임의 룰만 있을 뿐이니 더 안전한 놀음장인지도 모른다. 강남의 집값이 또 폭등했다고 난리다. 분명 이것은 강남에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는 IMF 체제의 고금리보다도 더한 고통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집이 있든 없든 강남을 동경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혹은 강남이 아닌 먼 제주도에 사는 사람에게도 역시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일이다. 그리고 IMF 위기 때 고금리로 재미를 봤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재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기분 좋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살고 있는 집이니 시세가 오르든 내리든 상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렇까? 그러고 혼자 뒷간에 가서 웃지나 않을까? 자, 우리 모두 뒷간에 가서 웃을 수 있도록 내집마련 게임의 룰을 배우자. 물론 전문가들이 다 가르쳐 주지 않는다. 책에서도 모든 것이 적혀 있지는 않다. 난 재작년 말에 처음으로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내집마련에 도움이 될까 싶어, 한 인터넷 사이트에 내 자신의 경험과 연구한 글을 올렸다. 어디에서도 전문가들이 내가 터득한 것과 비슷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 알면서도 그들만이 알고 있으려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후 한 전문가가 내가 쓴 글을 인용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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