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6백24억의 주식차익 어디에 썼나'

'6백24억의 주식차익 어디에 썼나'

KTB네트워크 권성문 사장
한때는 벤처 술수의 주인공으로, 또 한때는 벤처 대박 신화의 주인공으로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던 KTB네트워크의 권성문(42) 사장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권사장은 ‘기업 인수·합병(M&A)의 귀재’라 불리며 벤처붐과 함께 많은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다. 미래산업·터보테크·옥션 등 굵직굵직한 벤처들에 일찍부터 투자한 KTB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우리 벤처산업과 성장의 궤를 같이 해온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사이다. 5년 전 ‘미래와사람’의 ‘냉각캔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그는 이로 인해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8월, 돌연 미국행을 선언했다. “국내 최고의 벤처캐피털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벤처캐피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선진 기법을 배워야 한다. KTB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가 일터를 미국으로 옮기는 극단적인 처방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당시 그가 밝힌 도미(渡美) 이유였다. 기업경영의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이고, 이를 위해 도미하는 것이니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는 것이 당시 그의 주문이었다. 그의 미국행이 ‘도피성’이라는 항간의 루머를 의식한 얘기였다. 지난해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주식시장은 장기 침체에 시달렸고, ‘묘수’를 찾지 못한 그가 결국 미국행을 ‘탈출구’로 삼았다는 분석이 돌기도 했다.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권사장은 현재 미국의 실리콘밸리 팔로알토(Palo Alto)에 머무르면서 미국 현지투자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공식 직함은 KTB벤처스 회장. KTB벤처스는 88년 설립된 KTB네트워크의 미주 사무소가 지난해 3월 현지법인으로 확대되어 만들어진 회사다. KTB네트워크는 자본금 1천만 달러를 투자해 이 회사를 만들었다. 권사장은 국내의 KTB네트워크 대표이사(비상근) 사장직을 유지하며, KTB벤처스의 회장을 겸하고 있다. 권사장은 요즘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경영대학원 등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며, 단지 회사를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 오전 9시께 회사에 출근해 5시께 퇴근하며, 주말은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는 것. 골프도 열심이라고 한다. 국내 업무도 꼬박꼬박 직접 챙기고 있다. 한국의 사무실이 출근하는 시간이 되면 KTB네트워크의 백기웅 부사장으로부터 회사 업무를 이메일로 보고받는다. 중요한 투자 관련 결정은 그가 직접 점검후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미국에서의 현지 투자 기업 발굴과 현지 네트워크를 쌓는 일. 특히 미국에서의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권사장이 직접 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기금의 투자 유치 등을 위해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의 앰벡스 벤처그룹 이종문 회장, 스톰 벤처스의 남태희 파트너,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밀러 교수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 현지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는 일도 또 다른 업무. 이를 위해 현지에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조언을 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IT전문 벤처캐피탈인 ‘레드포인트 벤처스’의 존 월레치카 등 벤처캐피털 파트너사들로부터 투자 관련 정보를 모으고 있다. 현재 KTB벤처스가 투자한 기업 중 2개사가 추가로 올해 중 나스닥에 상장될 예정이라는 것.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마케팅을 돕는 벤처 종합상사 역할을 하는 것이 KTB의 미래”라는 것이 권사장의 말이다. 권사장은 지난 2월4일 뉴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KTB에 따르면 WEF의 ‘전략적 경영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세션에 토론자로 초청받은 권사장은 ‘한국 벤처기업들의 글로벌 전략과 경영혁신’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한국이 IMF 환란위기를 이겨낸 원동력은 벤처를 비롯한 기업의 경영혁신”이라며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권사장이 참여한 이 세션에는 캐나다의 브라이언 토빈 산업부 장관, 미국의 제임스 킬트 질레트 그룹 회장, 마이크로소프트 크레이그 먼들 부사장 등 12명이 참석했으며, 아시아에선 권사장 외에 대만과 인도에서 1명씩 초청됐다. 또 국가경쟁력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가 특별초청돼 주제발표를 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권사장과 특히 인연이 깊은 사람이라는 것. 포터 교수가 쓴 「경쟁론(On Competition)」이란 책의 서문에 권사장이 글을 쓰기도 했고, 권사장은 포터 교수와 만나 벤처의 미래 등에 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KTB의 일본의 사무소와 중국 북경의 지사를 통한 해외 네트워킹을 확고히 하는 일도 권사장이 요즘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저금리를 활용한 자금 조달 부분을 챙기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위해 다리를 놓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 중국·일본·미국을 엮는 ‘트라이앵글’ 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권사장의 장기적인 ‘글로벌’ 플랜 중 하나이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 미쓰이 물산과 1백억원 규모의 한일 공동벤처투자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직접 도쿄로 건너가 협정서에 사인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업무도 꼼꼼히 챙겨 권사장이 조만간 일시 귀국을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권오용 상무는 그가 오는 4월께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사장은 이번에 귀국해 대략 보름 정도 머물 예정이다. 4월 중국에서 열리는 ‘차이나컴덱스’에 참석한 후 서울에 들를 예정이라는 것. 지난해 서울을 떠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2003년 6월에 귀국하겠다고 미국 체류 시한을 못박기도 한 그는 아직 서울을 다녀간 적이 없다. 지난해 말 일본에 들른 권사장이 당초 서울로 오려고 했으나 측근들이 말렸다는 것. 2, 3일 정도 서울에 다녀갈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너무 촉박하게 나올 경우 괜히 몰래 다녀간 인상을 줄 수 있어 철회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의 귀국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를 대신해 국내 업무를 맡고 있는 백부사장은 권사장의 오른팔이라 할 만큼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사람이다. 전무로 있던 그를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시킨 것도 권사장의 작품이다. 이를 놓고 권사장이 원격조정을 위해 신임하는 백부사장을 박아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권사장의 최근 행적과 관련해 제기되는 또다른 궁금증은 그가 올린 막대한 주식 차익을 과연 어디에 썼을까 하는 점이다. 권사장은 지난해 초 그가 개인 자격으로 투자한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주식 2백60만2백50주를 미국 이베이(eBay)에 매각해 6백24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권사장은 이 돈을 어디에 쓴지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았었다. 권사장의 한 측근은 이 돈을 권사장이 개인 빚 갚는 데 썼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권사장은 그간 개인 자격으로 여기저기 투자한 돈이 많았으며, 이때문에 빚도 꽤 졌다는 것. 이 돈을 메우기 위해 일부 사용하고 나머지는 아마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게 측근의 얘기다. 또한 새로운 유망 기업에 투자한 것도 일부 있을 것이란 것. 하지만 이같은 추측은 상식적인 선에서 가능한 원론적인 추측일 뿐이며, 권사장 본인이 이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는 까닭에 세세한 사용내역을 알긴 힘들다. 아무튼 6백24억원의 매각 차익을 올린 덕에 권사장 개인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건전해졌다는 것이 이 측근의 전언이다. 한편 KTB네트워크의 재무구조 역시 최근 들어 매우 탄탄해진 편이다. 지난해 2천5백억원의 채무를 상환해 현재 부채비율은 1백50%. 이를 금년 말까지 1백10%로 낮추겠다는 것이 KTB 측의 입장이다.

‘자만’하다 나스닥펀드 놓쳐 KTB네트워크의 최근 항로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최근 KTB네트워크는 정보통신부가 추진한 ‘나스닥 IT 인큐베이팅 펀드’를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였으나, 결국 이를 놓치고 말았다. 나스닥 IT 인큐베이팅 펀드는 정부와 해외자본 등 민간부분이 3년간 공동출자해 모두 5천만 달러 이상 규모로 조성, 국내 벤처캐피탈사와 미국 유력 벤처캐피탈이 공동으로 운영하게 된다. 정통부의 심사 끝에 펀드 운영권은 산은캐피탈과 스틱IT벤처가 가져갔다. 이에 대해 KTB 측은 못내 섭섭하고 아쉬운 표정이다. KTB의 권오용 상무는 “사업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준비를 많이 했지만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KTB가 분석하는 패인은 ‘자만’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을 나스닥 등 해외 증시에 상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는 KTB는 이같은 경험 덕에 당연히 자신들이 펀드 운영권을 따리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반대였다. 권상무는 “정통부의 심사 기준에서 경험에 대해 배점은 작은 것 같다”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항간에는 KTB가 그간 소문이 안 좋게 나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2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3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4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5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

6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7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8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9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

실시간 뉴스

1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2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3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4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5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