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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생활쓰레기 ‘첨단’으로 둔갑

외국 생활쓰레기 ‘첨단’으로 둔갑

베이징(北京)의 산위엔차우(三元橋) 부근에 있는 한 중고전자제품 시장에 가면 외국의 낡은 전자제품이 숱하게 쌓여 있다. 이중 상당수가 외국에서 버리는 물건을 전문적으로 수집해 들여온 것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베이징의 다른 중고PC시장에도 이런 가게가 많다. 판매코너만 1백여개가 넘고 486급에서 펜티엄급까지, PC본체·모니터·프린터에서부터 CPU·메인보드·하드·CD롬·키보드·마우스까지, 외국브랜드 제품이 수두룩하다. 가장 흔한 게 PC 모니터인데 현재 신품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삼성·LG는 거의 없고 마쓰시타·히타치·후지쯔 같은 일본 브랜드의 한물간 제품들이 많다. 이곳에서 만난 한 중고컴퓨터 상인은 ‘외국 부품’으로 조립한 컴퓨터가 대당 1천∼2천위안(한화 16만∼32만원)밖에 안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현재 중관춘(中關村)에서 팔리는 신품 펜티엄Ⅳ의 값이 대략 8천∼9천위안인 것에 비하면 확실히 싸다. 중국인 친구 말에 따르면, 여기서 파는 외국산 모니터나 노트북·중고PC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밀수된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것도 ‘생활 쓰레기’로 광둥(廣東)성 같은 남쪽지방으로 들어온 뒤 베이징에까지 진출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1990년 외국 쓰레기 수입량은 99만톤이었으나 2000년에는 무려 1천7백50만톤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밀수품을 포함, 2천만톤을 넘었을 것이라는 비공식통계도 있다. 일부 지방에선 아예 외국 쓰레기에서 찾은 중고 옷만 파는 전문시장까지 있다고 한다. 중국의 현재 경제발전 속도는 우리나라의 80년대와 비교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빠르다. 변화가 얼마나 빠르냐고? ‘옷걸이’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옷걸이’를 베이징의 시장에서 구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후미진 동네에서 아침에만 열리는 ‘자우스(早市)’에서까지 1위안에 하나를 살 수 있을 만큼 싸졌다. 그 정도로 소비재가 흔하다 보니 쓰레기가 느는 것은 당연하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도시의 생활 쓰레기는 연평균 8∼10% 늘고 있다. 경제성장률 7%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미 전국에 그냥 방치된 채 쌓여 있는 쓰레기만 60여억톤에 달한다는 중국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 가운데 도시 생활 쓰레기만 연 1.5억톤에 달하지만 중국의 쓰레기재처리·재활용률은 아직 10%도 안된다. 베이징의 뒷길로 약간만 들어가도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곳이 수두룩하니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쓰레기를 직접 매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토양·수질·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베이징·톈진(天津)·충칭(重京)에 이어 광저우(廣州)가 쓰레기 처리 비용을 주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중국에서도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중국의 일부 악덕업체들이 외국의 생활 쓰레기를 수입해 처리해주면서 돈을 챙기는 사례가 늘어 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작년 10월22일 톈진(天津)세관이 8백38.8톤의 고물을 적발하고, 12월12일 광저우(廣州)에서 30톤의 ‘외국 쓰레기’ 밀수품이, 12월18일 롄윈항(連運港)에서 ‘외국 쓰레기’가 담긴 28개의 컨테이너가 들통나는 등 외국 ‘쓰레기 밀수’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또한 웃지 못할 비극적 사건도 터지고 있다. 광둥성 차우양(潮陽)시 서부의 외딴 마을 꾸이위진(貴嶼鎭)은 오랫동안 ‘외국 쓰레기’만 전문으로 수입·해체해 파는 장사를 해왔다. 한창 때는 작은 마을에 분야별 고물해체회사가 3백여개 되고 3천∼4천가구 농민들은 아예 ‘해체회사 종업원’으로 변신해 재미를 봤다. 여기서 해체된 부품은 중국의 날고 기는 ‘가짜’ 제조회사에 최고의 ‘원재료’로 팔려나갔다. 그러나 산 좋고 물 맑던 이 마을은 불과 10여년도 안돼 밭에 곡식이 자라지 않고 식수는 오염돼 외지로부터 물을 얻어다 사용해야 하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는 중국신문의 보도다. 그런데 이런 곳이 중국에는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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