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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經硏선언파장… 각계 욕구 '봇물' 터진다

韓經硏선언파장… 각계 욕구 '봇물' 터진다

“…우리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이여.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지는 마세요. 당신의 아들 딸들은 당신의 품 밖에 있습니다. 당신이 걸어온 낡은 길은 급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와주시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막지는 마세요. 시대는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요… (…Come mothers and fathers throughout the land. And don’t criticize what you can’t understand. Your sons and your daughters are beyond your command. Your old road is rapidly agin. Please get out of the new one if you can’t lend your hand.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지난 64년 반전(反戰) 사회운동의 기수였던 가수 밥 딜런이 불렀던 ‘시대는 변해간다’라는 유명한 포크송은 오늘의 한국 사회상에 너무나 어울리는 가사로 돼 있다. 물론 변화 욕구의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온갖 부정부패 현상, 급변하는 사회구조와 의식, 젊은이들의 기성사회에 대한 불신과 저항,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국민정서 등을 볼 때 노래 가사를 모두 소개하고 한 번 같이 부르고 싶을 정도이다. 대선을 7개월여 앞둔 오늘, 많은 국민들은 정보통신 기술혁명에 따라 시대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도 유독 정치권만은 부패의 고리와 고비용 저효율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청와대 등 권력핵심부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썩어 있는데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지도자들이 바뀌고 정치와 국가운영 시스템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시대변화에 따라 국가가 발전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 쌓여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으며, 이에 따라 대선후보 당내 경선제가 실시되자 박수를 보내는 한편 대세론에 안주해 즐겨온 정치인은 밀어내고 변화를 시도해온 정치인을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국민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욕구가 활화산처럼 분출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한 주요 단체들도 하나 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차기정부 개혁과제’를 발표한 것 또한 정치개혁 없이는 경제발전도 없다는 긴박한 개혁 필요성에서 제기된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2류, 정치는 3류로 치부하고 있던 재계에서는 정치권이 경제발전을 막는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개혁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그 내용은 선거공영제 확대와 불법정치자금 특별법 제정 및 국회의원 리콜제에서부터 방송·철도·수도·우체국의 민영화와 특수권력기관장 인사 청문회에 이르기까지 분야별 개혁과제를 망라하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은 장기 전략기획 및 통치행위 보좌에만 전념하고 각 부처에 간여하거나 국정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등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경련 회장단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재계의 공식 입장이나 다름없다. 재계는 핵심적인 정치자금문제와 관련, “정치지도자들이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고해성사를 한 뒤 이를 일괄 사면하고 이후 고해성사에 포함되지 않거나 새로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충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고해성사와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과거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당시와 같이 대기업들이 돈 대주고 감옥 가는 사태를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재계와 정치권의 대타협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회창·노무현 후보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정치권과의 마찰을 꺼리고 있는 보수집단인 재계가 대선을 앞두고 앞장서 과감한 개혁과제를 제시한 것을 보면 다른 집단 및 사회단체들도 줄줄이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6월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선거공영제와 정치자금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획기적인 선거개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선관위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그들 손으로는 선거자금을 한푼도 쓸 수 없고, 쓰지도 않아도 되는, 그러면서도 후보자의 자질을 충분히 국민에게 알리고 정책대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선거공영제를 내놓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연일 터지고 있는 온갖 권력형 부패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국민들은 만약 개혁과 변화를 주도해야 할 국가나 사회단체 또는 정당이 과감한 변화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국민 스스로 나서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존 케네디 대통령이 개혁이 평화롭게 이뤄질 수 없다면 폭력적인 개혁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혁은 혁명하기보다 더욱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문민정부 기치를 내걸었던 김영삼 대통령이나 국민의 정부라고 자처해온 김대중 대통령 모두 개혁을 최대과제로 내세웠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들 두 정권의 집권 과정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중요한 교훈과 과제를 얻을 수 있다. 첫째,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분명한 주도세력이 있어야 한다. 김영삼 정권은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잔재의 반개혁 성향 때문에 분명한 주도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채 개혁을 추진해 한계를 노출했다. 김대중 정부 또한 구정권 세력인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과 정권연합을 이루어 개혁추진이 어려웠다. 바로 개혁대상이 개혁주체 속에 끼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대통령 측근들은 개혁을 추진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개혁 주도세력과 지지기반 없이 대통령 혼자서 하는 개혁은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을 두 김대통령이 잘 보여 주었다. 둘째, 개혁 프로그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영삼 정부는 일부 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나, 이를 작성했던 주체들이 신변문제 등으로 집권 초 권좌에서 밀려나자 차질을 가져왔으며, 김대중 정부는 사실상 미처 당선되리라 확신하지 못한 채 집권했기 때문에 청사진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금융실명제 실시나 군개혁 등을 단행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셋째, 개혁은 국민지지 기반이 확고한 집권 반년 안에 모든 기초를 다져놓아야 한다. 개혁이 지지부진하거나 단편적이고 산발적으로 추진되면 탄력을 잃고 약발이 먹히지 않으며, 국민지지가 약화돼 실패하기 마련이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초 90% 가까운 국민지지를 받았으나, 집권 말기에는 바닥세를 면치 못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넷째,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세력이 있기 마련이므로 철저한 극복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혁은 누구에게나 고통수반과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명분에는 찬성하면서도 실제 개혁에는 반대하는 큰 딜레마를 안고 있다. 민심 자체가 뜬구름 같은 것이어서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지 모르는데다 누구 하나 고통분담이나 희생을 자처하고 나서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저항이 커지게 마련이다. 다섯째, 국민인기나 여론만 좇는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김대중 정권의 개혁추진은 지나치게 다중주의(populism)에 빠져 실패하고 말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90%의 지지율을 믿으며 대중적 인기에만 의존해 개혁을 추진했으나, 개혁정책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좌초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선에 나설 후보들이 확실한 개혁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대선 후보는 시대변화를 꿰뚫어보는 시대적 감각과 분명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같은 좌파이면서 블레어 영국 총리가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면서 노동당 개혁을 추진해 성공한 반면, 프랑스의 조스팽 총리는 변하지 못하고 구좌파 노선에 안주하다 극우 르펜에 망신을 당한 것은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경제문제만 놓고 보아도 정보통신 기술혁명으로 이제 경제는 사실상 리얼타임 경제(real-time economy)로 바뀌고 있어 급변하는 시대변화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국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을 정도가 됐다. 국민들 또한 후보 중 누가 개혁과 변화에 대한 분명한 의식, 충분한 개혁 프로그램, 개혁 주체세력, 개혁 저항에 대한 대응책을 가졌는지 등을 따져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만약 김영삼·김대중에 이어 이번에 집권하는 대통령마저 변화와 개혁에 실패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불행하게도 지난 두 정권의 추악한 말기 현상을 또다시 목격할 수밖에 없게 되고 나라는 아무런 희망이 없어질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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