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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유망업종…貸金業외국계와 국내 대형은행도 진출

차세대 유망업종…貸金業외국계와 국내 대형은행도 진출

대금업은 차세대 유망금융업종-. 기존 일본계 대금업체들 뿐만 아니라 국민·신한 등 국내 대형은행들이 앞다투어 고리(高利) 소액급전 대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IMF환란 이후 낮은 조달금리를 무기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커다란 성장세를 보이자, 국내 금융기관들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실제 주요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영업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A&O크레디트·프로그레스 등 일본계 6개 대금업체의 올 3월 말 대출잔고는 6천7백48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5천4백5억원보다 3개월 사이에 24% 증가하는 등 황금알을 낳는 차세대 금융업종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국내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외국계 은행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BNP파리바 계열의 세텔렘은 신한지주회사와 합작으로 대금업에 진출할 계획이며 씨티그룹도 씨티파이낸셜코리아란 자회사를 설립한 상태다. 효성 등 일부 대기업들도 금융 자회사를 통해 대금업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국내 대금업 시장은 일본계, 일본을 제외한 외국계, 상호저축은행과 국내 토종 대금업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전쟁으로 대출금리 하향세 하지만 대금업체마다 영업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 대금업의 발상지인 일본에서 50여년 가까운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일본계 대금업체들과 국내 토종 대금업체들은 연 90∼1백%의 금리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출 신청 즉시 대출이라는 편리성을 무기로 국내 대금업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외국계와 국내 은행계 대금업체들은 이보다 낮은 금리를 무기로 제도권 금융회사와 고리의 대금업체 중간의 고객들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자본금 2백억원의 신한세텔렘캐피탈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서민들을 상대로 연 20∼30%의 대출상품을, 씨티파이낸셜코리아(가칭)는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연 15∼30% 범위 내의 대출상품을 준비 중이다. 대출한도는 모두 1천만원.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인당 평균 대출금이 3백∼5백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높게 책정된 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신규로 진출하고 있는 일본계 대금업체들도 금리를 낮추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진출한 원크레디트는 연 54%의 대출을 주력상품으로 하고 있다. 4월부터 영업을 개시한 M-1크레디트도 연 87.6%의 금리로 저축은행과 기존 대금업체 사이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 대금업 시장에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일본에서 크게 성장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은행들이 부실채권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와중에서도 대금업체들은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일본 내 외국 금융기관 중 프라이빗뱅킹 업무와 대금업 두 분야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씨티은행의 경우 진출 2년 만에 업계 3위로 떠올랐다. 씨티그룹이 대금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는 일본 사업부 전체 이익의 70%에 이를 정도다. 실질 금리가 0%인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한국의 급팽창하는 대금업 시장 진출을 수익원 다변화의 계기로 삼고 있다. 일본 최대의 대금업체인 다케후지와 2위 프로미스도 이미 한국진출에 대한 준비를 끝내고 출범만 남겨 놓은 상태다. 한 일본계 대금업체 관계자는 “일본 대금업체들이 불황 가운데서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이런 와중에 정서와 문화가 비슷한 한국시장에 진출한 먼저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성공적인 영업을 펼치자 자극을 받는 회사들이 많다”고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금융기관들과 외국계 은행들의 대금업 시장 진출에도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A&O크레디트 관계자는 “대금업은 일본식이 우월한 장점을 갖고 있다. 대금업의 영업 관행은 매우 간단하다. 돈을 빌려 주고 수시로 전화를 해서 돈을 갚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간단한 업무를 하는데 일본인들의 민족성에 잘 부합되는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대금업체들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잣대는 자금관리 능력이다. 국내 대형은행과 외국계는 신뢰도를 무기로,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시장 선점에 대한 우위와 일본식 경영 노하우를 무기로 하고 있지만, 국내 토종 대금업체들과 상호저축은행들은 이들에 비해 열세에 놓은 상태다. 어차피 외국계와 국내 은행은행은 현재의 대금업체와 상호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사이에 놓여 있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영업을 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이 분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대금업체 관계자는 “시장 분할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도 이런 시장 분할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출 규모”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연 60%의 이자로 생존할 수 있으려면 최소 3천억원 가까운 대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경험적으로 이런 기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와 국내 토종 대금업체들은 빨리 이 정도 규모의 대출을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금업체, 이합집산 가능성 커 경쟁이 치열해지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대금업체간의 이합집산이 일어날 전망이다. 대금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하는 일종의 노동집약적 업종이다. 규모가 커야 금리를 낮출 수 있고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국내 토종 대금업체와 상호저축은행이 설 자리는 많지 않아 보인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라 진출하는 대금업체들이 먹을 것이 남아 있지만, 이런 식의 추세라면 금세 포화단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금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국내 토종 대금업체들은 일본계 대금업체나 국내 대형은행에 비해 자금력이나 경영 노하우 측면에서 열세”라며 “이들 대금업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금리를 낮춘다면 생존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벌써 이런 움직임은 시작됐다. 이미 국내 1·2위 업체인 대호크레디트와 삼한트러스트가 합병한 데 이어 다른 업체들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대금업체들의 이런 공격적인 영업에도 이자상한법과 대금업법 등 관련법 제정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특히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이자상한선이다. 정부 당국에서는 연 60%를 이자상선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고리를 합법화한다는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금업체들도 이 정도 금리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은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도, 대금업체의 입장에서도 모두 거부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대금업체 관계자는 “실제 시장금리는 1백%선이다. 이 정도 금리를 받아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국내 대금업체들은 없다. 만일 60%를 상한선으로 한다면 국내 대금업 시장은 모두 외국계 대금업체들이 독식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계 대금업체들도 국내 토종 대금업체들보단 강도가 덜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60%로 생존하려면 최소 3천억원 정도의 대출규모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이 정도 대출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보다 시장 상황을 이해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여론에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쪽에서는 “가뜩이나 신용카드 연체자들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고금리를 합법화는 것은 말도 안 될 일”이라며 “60%라는 이자상한선은 가계 부실을 가속화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입장에 서든 대금업 합법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금융기관으로 자리잡아 영업을 하고 또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돈 되는 시장이라는 생각에 일본계 대금업체뿐 아니라 외국계 금융기관들도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정부 당국이 시장 원리를 보다 잘 작동시켜 ‘경쟁을 통한 금리 인하’라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장 가격을 규제해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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