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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風에 여전히 약한 포스코, ‘崔펀치'에 휘청

外風에 여전히 약한 포스코, ‘崔펀치'에 휘청

최규선
김홍걸
포스코 유상부 회장
국내 8위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조강 생산량 기준 2천7백70만t)인 포스코(posco:옛 포항제철)가 ‘최규선(미래도시환경 대표)-김홍걸(김대중 대통령의 셋째 아들) 커넥션’에 휘말려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일 밤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부탁으로 2000년 7월30일 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홍걸씨를 만났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던 포스코가 불과 하루 만에 ‘이희호 여사 주선’사실을 번복하는가 하면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매입 의혹으로 유회장을 비롯해 포스코 임원들이 최근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회장-홍걸씨 만남 이희호 여사가 주선?=포스코의 유병창 홍보담당 전무는 5일 밤 10시 30분쯤 “이희호 여사가 홍걸씨를 만나 사업상 조언을 해줄 것을 요청해 2000년 7월30일 포스코 영빈관 ‘영광원’에서 유회장이 홍걸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6일 오전 유전무는 포스코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희호 여사의 요청으로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유전무는 “당시(5일 밤) 이희호 여사가 (홍걸씨와 유회장의)만남을 부탁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명확하게 부인하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이희호 여사 부분은)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유전무는 7일 이번 발언으로 보직해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도 “김홍걸씨와 자녀들을 위해 제철소 견학을 요청했던 최규선씨가 모임을 제의해 와 저녁모임이 이뤄졌을 뿐 이희호 여사의 요청은 없었다”고 거들었다. 유전무는 그러나 불과 12시간 만에 말을 바꿨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포스코의 모든 대외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유전무가 대통령 부인과 아들이 관련돼 있는 폭발력이 큰 사안에 대해 정말 그 중요성을 몰랐을까? 더욱이 이미 지난 2일 기자들이 이여사 관련 질문을 하기 시작했는데, 유회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도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일까? 이에 따라 ‘이희호 여사 만남 요청’ 기사가 나간 후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청와대와 회사 고위관계자 등으로부터 압력이 쏟아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전무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유회장에게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고 보고한 뒤 청와대에서 전화를 해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해명하라’는 말을 듣고 ‘알았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2000년 7월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조부사장은 “홍걸씨와 유회장은 최씨와 내가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98년 최씨가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때 자신은 박태준 자민련 총재의 비서실 차장으로 있어 자연스럽게 만났다고 했다. 최씨는 이후 조부사장을 ‘조선배’라고 부르며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그 후 언젠가 최씨는 조부사장에게 홍걸씨가 불쌍하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후 한국에 정착해 사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최씨는 홍걸씨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탐방을 주선하고 있는데 포스코도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포스코와 최씨는 홍걸씨가 광양·포항 공장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비행기표까지 샀다. 그러나 당시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뜨지 않아 취소하고 대신 유회장을 만나도록 주선했다는 것이다. 조부사장은 이 모임에서 최씨와 홍걸씨는 유회장에게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로부터 2억 달러를 유치받아 벤처캐피탈을 설립하려 한다”면서“이 사업을 위해서는 벤처의 기술력·사업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회장이 포항공대 산하의 포스텍기술투자를 소개하라고 지시했으며, 2000년 8월 초 신라호텔에서 관계자들이 만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 만남에서 홍걸씨는 유회장에게 ‘관인후덕(寬仁厚德, 관대하고 인자하며 덕을 두텁게 쌓아라)’이라는 글귀와 함께 ‘수송당 이희호’라는 이여사의 아호와 이름이 새겨진 도자기를 선물로 전달했다.

◇의혹받는 타이거풀스 주식 매입=유회장과 김홍걸·최규선의 만남 이후 2001년 4월 최씨의 요청으로 포스코 계열사와 협력업체 6개사가 타이거풀스코리아 지분 20만주를 주당 3만5천원(70억원어치)에 매입해 그 과정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일반인이 이 주식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장외거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로 당시 1만2천∼1만2천8백원이었다. 주식 관계자들은 “지난해 4월이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는 장외거래가 되지 않았겠지만, 대체로 1만8천∼2만원에서 가격이 형성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포스코 계열사들이 주당 3만5천원에 주식을 샀으니 거의 두 배 가까운 값에 주식을 산 셈이다. 조부사장은 이에 대해 “한 회계법인에 따르면 타이거풀스 주식이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보다 더 좋아 향후 24만∼2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자료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주식분산 너무 잘돼 있어(?) 외풍에 쉽게 흔들려=포스코는 2000년 10월 공기업에서 민영화됐다. 현재(2001년 12월 말 기준) 주주구성을 보면 해외지분이 62.01%다. 언뜻 보면 외국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영권 확보보다 투자가 목적이다. 나머지 국내 지분도 자사주 12.79%를 제외하곤 다양하게 분산돼 있다.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투자신탁 등 14.77%가 실질적으로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지분이다. 겉으로 아무리 독립경영을 표방해도 정부·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규선 게이트 이전부터 정치권의 인사청탁·이권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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