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단]철강 분쟁 어떻게 되나?
[해외진단]철강 분쟁 어떻게 되나?
지난 3월 초 미국은 수입 철강에 대해 3년간 8∼30%의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표했다. 미국에 이어 3월 말 유럽연합은 냉연강판 등 15개 철강제품에 대한 잠정 세이프가드 조치와 세이프가드 조사개시를 선언했다. 대상 품목의 수입 규모가 1999∼2001년 기간의 평균 수입량을 10% 이상 초과한 부문에 대해 14.9∼25%의 관세를 6개월 동안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캐나다와 칠레가 각각 3월 말과 4월에 철강재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조사를 개시했다. 5월 하순에는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중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표되었다. 중국은 일반 중후판, 일반 박판, 전기강판 등 9개 품목에 대해 6개월 기간을 대상으로 최근 3년(99∼2001)간 연평균 수입량의 50%를 기본 쿼터로 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7∼26%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이들을 포함한 11개 품목에 대해 즉시 산업피해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바야흐로 철강무역이 세계적인 보호주의로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철강산업은 IT산업 등과는 달리 선진국에서 개도국까지 다양한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산업으로 세계적으로 약 1억톤 이상의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 철강업계는 수입철강재의 시장 잠식, 산업구조 조정 과정에서의 구조조정 지체, 철강재 수요의 정체 등으로 대구모 적자를 기록했고 97년 말부터 2001년 말까지 베들레헴 스틸을 포함하여 총 28개 철강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고통을 겪었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국을 대상으로 덤핑이나 보조금 규제 등을 통해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해 왔다. 일례로 2001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1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스탠다드 강관을 비롯하여 5억 달러 이상의 철강이 반덤핑이나 보조금 조항의 규제하에서 수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철강산업은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철강업계, 노조 및 철강지역 출신의원들의 강력한 압력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이다. 이에 EU 및 중국이 긴급수입제한 조치로 대응하는 동시에 이들을 포함한 대미 철강수출국들은 미국을 WTO에 제소하기 시작했다. EU가 먼저 3월에 미국의 조치가 절차 및 요건상의 필요조건을 구비하지 못했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제소한 이후 5월까지 한국·일본·중국·스위스·노르웨이·뉴질랜드·브라질 등이 이 문제를 WTO로 끌고 갔다. 이후 개최된 미국과의 양자협의에서 이들은 공동으로 세이프가드 조치를 철회하거나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이 곧 설치될 예정이다. 분쟁해결기구에서 최종 판정을 내릴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이 동안은 철강 수출국들의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철강 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 같지는 않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紙가 보도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열연철강 제품의 가격이 지난해 12월 바닥을 친 이후 50% 이상이나 상승했고, 지난 6개월 동안 US스틸 이나 AK스틸의 주가는 무려 두 배나 뛰었다. 이와 같은 호전은 세이프가드의 효과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많은 철강회사들의 부도로 국내에서 공급능력이 감소했고, 부분적으로 반덤핑 규제 등으로 수입이 감소했으며 자동차 등의 산업 호조로 철강 수요가 더 이상 감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미국이 철강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WTO 협정은 긴급수입제한 조치의 대상으로 수출에 피해를 입는 국가들이 보상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미 EU는 보상을 요구한 바 있고, 5월29일 영국을 방문한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보상은 수용할 수 없지만 다른 방안을 찾겠노라고 한 바 있다. 타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분쟁의 근본 원인이 세계적인 과잉생산설비에 의한 철강업계의 구조적인 공급초과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아킬레스건이고 이를 어떻게 전세계적 차원에서 조정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OECD는 지난해 12월 2010년까지 세계 철강설비의 9.5%를 감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이번 4월에 열린 회의에서는 2005년까지의 총 1억톤 이상의 설비 폐쇄 계획에 대한 참가국들의 상황을 검토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OECD의 설비 감축이 시장 왜곡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미국 등이 보호주의를 통해 산업을 보호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세계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세계적인 자원배분은 비효율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프란치스코 교황, 병세 계속 위중… 교황청 “한때 호흡곤란”
2"식구끼리 비방하면 누가 좋나"…이재명 강성 지지층 자제 당부
3경제8단체 “상법 개정 철회하고,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
4 이준석 “이재명, 정치도 운전도 이렇게 하면 사고 나"
5이재명 “아직도 초부자감세 미련 있나”…세제개편 토론 제안
6지난해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은 남성…처음으로 30% 넘어
7국민 55%는 ‘국장’보다 ‘미장’ 선호…그 이유는?
8SK텔레콤, MWC 2025 참가…AI 기반 혁신 기술 공개
9주가 '반토막' 더본코리아 ...백종원 '오너 리스크' 함정 빠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