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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산업, 시장 '무궁' 성장 '무한'

애견산업, 시장 '무궁' 성장 '무한'

‘올 여름엔 시원한 소재의 방수천으로 만들었다는 여름용 침대에서 자 볼까? 새로 나온 클래식 음반을 들으면서 오수를 즐기는 것도 좋지. 이번 주말엔 하남에 있다는 공원에 가자고 졸라야지. 3만원 주고 머리도 새로 했겠다, 자기랑 커플룩으로 입고 나서는 거야.’ 이렇다 할 일도 없고 철도 없는 새내기 주부의 야무진 꿈이 아니다. 요즘 견공(犬公)들의, 있을 수 있는 ‘발칙한’ 상상이다. 애견용 여름 침대 ‘튜브 베드’는 2만5천원에 팔리고 있는 애견용품이다. 개도 들을 수 있는 중저음파 영역의 클래식 편곡 음반도 이미 선보였다. 서울 압구정동 일대의 잘나가는 애견 미용실에 가면 커트 풀 코스에 3만원 받는다. 시중엔 주인과 애견이 함께 입는 커플룩이 나와 있다. 애견과의 커플룩은 더 이상 애니메이션 영화 ‘101마리 강아지’나 텔레비전 광고 속에만 있지 않다. 경기도 하남시 상산곡동에 가면 2천평 규모의 위니도기애견공원이 있다. 애견사업 컨설팅도 하는 ㈜위니도기가 운영하고 있는 이 공원은 눈치껏 개를 데리고 들어가는 일반 공원들과 달리 애견들이 주인공이다. 수도권에서는 유일한 이 애견공원에 가면 각종 애견을 동반한 애견인들이 고기를 구워먹으며 여가를 보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월드컵 시즌을 맞아 애견용 월드컵 유니폼까지 등장했다. 애견 키우기 붐이다. 있는 대로 멋을 낸 개들이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한 주인들과 함께 거리를 누비고 있다. 애견산업은 불황 없는 산업으로 통한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국장은 “개는 생명체라 애견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에 가깝다”고 말한다. 상품에 내구 기간이 있듯이 아무리 충직한 개도 언젠가는 주인 곁을 떠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막 분양된 어린 강아지들은 치사율이 높다. 박국장은 우리나라 애견시장 내지는 애견산업의 규모가 연간 8천억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IMF 관리체제 전인 5∼6년 전에 비해 두 배 정도로 커졌다. 애견 숫자는 1백5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동남아국가들의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크고 일본의 애견시장 규모가 5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미루어 2∼3년 안에 1조원 규모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니도기의 조현규 관리팀장은 애견산업의 규모를 연간 7천6백억대로 잡을 때 가장 규모가 큰 업종은 6천4백억원에 달하는 애견 관리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애견 분양쪽은 통계에 잡힌 규모를 전체의 10%로 가정할 때 6천억원선에 이른다. 미용 시장은 5백40억, 훈련 시장은 86억 규모로 위니도기측은 파악하고 있다. 요즘 애견시장에서 뜨는 직업은 애견 미용사다. 월 1백20만원에서 3백만원까지 수입을 올린다. 덩달아 애견미용학원도 성업 중이다. 이름난 애견미용학원은 수강자가 몰려 수강 대기자 명단을 발표할 정도다. 애견숍 등에서 애견을 통합 관리하는 애견 관리사도 월 2백만∼3백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애견협회에서 6개월간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전통적인 애견 사업으로는 애견 용품·애견 전용 서비스 등을 파는 애견 전문점, 애견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견병원 등이 있다. 애견 전문점에서는 교배·분양 등도 하고 애견 호텔을 겸하기도 한다. 주수입원은 애견 등 애완동물의 분양. 애견병원은 관련법이 개정돼 수의사를 고용하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 마진율이 높아 진료비의 70∼80%가 순이익이다. 애견 카페도 등장했다. 애견 카페란 애견인들이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카페. 애견 인구 증가와 더불어 애견과 외출하거나 애견 동반 모임에 참석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출현한 신종 애견 사업이다. 일반 카페에서 취급하는 메뉴들과 함께 개들이 먹을 수 있는 음료와 식품을 팔고, 개를 위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애견용품을 함께 팔거나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방문 애견 미용 서비스도 선보였다. 중국에 애견 수출도 한다. 애견협회 박국장은 애견 수출은 IMF 체제 때 오히려 초고속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96년 보따리 무역으로 시작된 애견 수출은 꾸준히 늘어나 현재 연간 2백∼3백 마리씩 내다파는 업자들이 몇 백명을 헤아린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독일이 세퍼드를 수출해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수출액의 4%를 차지합니다. 벤츠를 수출해 버는 돈보다 많아요. 좋은 혈통의 개를 잘 관리해 올리는 수입은 식용견 사육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물론 수출 두수(頭數)보다 많은 애견들이 수입되고 있다. 검역소를 거치는 것만 연간 6천여 마리. 이들보다 훨씬 많은 개를 일반인들이 휴대해 들여오고 있다. 애견동물원도 만들어진다. 전북 임실군은 지난달 관내 오수면 금암리 일대 6만3천여 평에 애견동물원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2006년까지 1백54억원을 들여 지을 이 동물원엔 개 전시장과 사육장·애견 스포츠장·개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애견동물원은 영국·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임실군은 애완견 판매는 물론 개 용품 사업,애견과 관련한 캐릭터 사업 등도 벌이기로 했다.

애견 붐은 왜 일고 있을까? 위니도기의 조팀장은 핵가족화와 독신인구·노년층의 증가, 소득 수준의 향상 등을 꼽는다. 가족 수가 줄어들면서 애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겨난 데다 생활의 여유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애견의 품위와 치장의 수준이 부의 상징이자 척도로 여겨지는 풍조마저 생겼다. 애견협회의 박국장은 방송 등 미디어의 힘을 지적했다. 애완동물을 소재로 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이 애견 기르기를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어느 새 외산 품종들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현상도 눈길을 끈다. 조팀장은 “외국 개들은 몇 대에 걸쳐 순치된 반면 진도개 등 우리 개들은 연구·개량이 덜 됐고, 상대적으로 털이 짧아 미용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문성 문화일보 기자는 그러나 6년째 우리나라 똥개를 키우면서 겪은 일들을 엮어 지난 봄 동화 「우리 집 똥개 아롱이」를 펴냈다. 그는 “똥개라서 다른 데 가면 미움 받을지 모른다며 아이들이 미니어처 슈나우저 대신 똥개 아롱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미니어처 슈나우저라면 얼마 전 모 TV 드라마에 등장한 후 품귀 현상이 빚어진 외래종이다. 애견 붐을 타고 일부에서는 ‘애완동물’ 대신 ‘동반동물’이라는 말을 쓰자고 주장한다. 어떤 애견 관련 사이트에서는 ‘반려동물’이란 말도 쓴다. 애견은 인생의 동반자 내지는 반려자라는 인식에서다. 개박사로 통하는 박창규 전북사역견훈련소장은 “영리한 개는 눈치 없는 마누라보다 낫다”고 말한다.

어떤 개가 과연 명견일까? “종·혈통·값에 관계 없이 못난 개라도 사랑을 베풀고, 그래서 그 개가 주인의 마음을 읽고 따르면 명견입니다.” 40여 년을 개와 동고동락해 온 박소장의 ‘유권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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