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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뱃놀이·노을…3色 낭만 가득

물안개·뱃놀이·노을…3色 낭만 가득

망무봉 중턱에서 바라본 산정호수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일년 중 가장 나들이하기에 좋다는 가을. 주말이면 ‘탈출’의 욕구가 생기는 시기다. 더구나 금새 찬 바람이 불 것이라고 생각하면 주말을 그냥 날려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이럴 때 계곡의 물과 호수를 감상하고 가벼운 등산과 함께 색다른 음식을 맛보기에 좋은 곳은 없을까?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과 강원 철원군에 걸쳐 있는 산정호수와 명성산은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또 이곳은 올해 전국 곳곳을 강타한 태풍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 나들이하기에 좋다. 산정(山井)호수는 1925년 포천 지역의 관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그러나 명성산과 망무봉으로 에워싸인 주변 경관이 워낙 수려해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산속에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가 있다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 만수 때의 면적이 7만8천평에 이르며, 최고수심이 23.5m이며 둘레는 3㎞이다. 호수를 빙 두르고 있는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나 노인들의 건강나들이로 좋다. 산책로 끝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푸른하늘 아래의 산정호수는 볼수록 멋있다. 한바퀴 완전히 도는 A코스는 1시간 30분, 구름다리 부근만 도는 B코스는 30분 정도가 각각 소요되므로 상황에 따라 산책로를 선택할 수 있다. 산정호수엔 새벽 물안개·한낮 뱃놀이·저녁노을 등 3색 낭만이 있다. 새벽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오후에는 주변 숲을 배경으로 보트를 타는 연인들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 같다. 특히 저녁에 차갑고 맑은 공기가 깔리면 주변 산의 나무에서 피톤치드가 발산돼 마치 산림욕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산정호수 주변에 있는 명성산도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명성산은 ‘울음산’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궁예가 자신의 부하였던 왕건에게 패한 후 이곳으로 쫓겨와 크게 울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궁예가 도망했다는 패주골, 왕건의 군사가 쫓아오는 것을 살피던 망무봉 등 인근 지명이 그런 전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계곡에는 비선폭포와 등룡폭포·자인사 등이 있으며, 왕건에 쫓긴 궁예가 조성한 명성산성도 볼 수 있다. 산행은 해발 9백22m의 정상을 밟는 코스와 삼각봉(해발 9백3m)을 오르는 코스가 있다. 산정호수에서 삼각봉을 거쳐 명성산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를 잡으려면 당일 일정으로는 약간 무리다. 따라서 산정호수에서 삼각봉을 올라 등룡폭포 쪽으로 내려오는 길(등룡폭포 코스)이나 자인사 코스 중 하나만 택해 오르는 게 좋다. 돌봉우리를 우회하는 평탄한 계곡길인 등룡폭포 코스는 아이들도 쉽게 오를 만큼 평탄하다. 풍광도 아름답다. 산행 들머리는 산정호수 유원지 내 상동주차장. 돌을 다듬은 너덜길이 등산로 초입부터 시작되는데, 10분 정도 오르면 비선폭포에 닿게 된다. 이 곳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을 끼고 30여분 오르면 물안개를 따라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등룡폭포가 나타난다.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의 복숭아탕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2단 폭포다. 억새밭이 나올 때까지 계곡이 이어지는데 올 여름 내린 많은 비로 물이 적지 않다. 계류는 굵직굵직한 바위를 맴돌아 흐른다. 1∼2주만 지나면 붉은 단풍으로 물드는 지역이다. 약 2시간 정도 산보하듯 걸으면 숲이 엷어지면서 평탄한 분지가 눈에 들어온다. 봄과 여름에는 온갖 야생화가 만개하는 이 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완전히 억새밭으로 장관을 이룬다. 억새로 유명한 산으로는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경남 양산의 영축산(1천59m)과 울산의 신불산(1천1백59m)일대를 비롯해 경남 창원의 화왕산(7백56m), 전북 남원시 지리산의 만복대(1천4백33m), ‘호남의 금강’으로 불리는 전남 영암의 월출산(8백9m), 전남 장흥 천관산(7백23m), 강원도 정선 민둥산(1천1백20m) 등이다. 명성산은 여기에 비하면 억새 군락이 작지만 서울에서 손쉽게 산행을 즐길수 있기 때문에 주말이면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억새는 여름내내 잡풀처럼 아무렇게나 자라다가 가을이 오면 백조처럼 화려한 날개를 편다. 억새는 또 바람이 불면 ‘대자연의 교향악’을 들려준다. 이 곳의 억새는 키가 크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면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숨어 있는 사람들의 인기척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사진작가·가족·연인들이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겹다. 23일 현재 억새꽃은 30% 정도 피었다. 10월 중순이면 절정에 이른다. 포천군에서는 10월 12∼13일 억새축제를 연다. 기념 등반대회와 사진전·국악공연·놀이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명성산 정상에 오르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을 거쳐 2시간 이상을 더 올라가야 한다. 가벼운 산행을 원하는 나들이족들은 억새밭에서 삼각봉을 향하는 길목의 암릉까지 20분 정도만 더 올랐다가 하산하는 것이 좋다. 암릉까지 가보라고 하는 것은 산정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기 때문이다. 봉우리 사이로 거울 같은 호수가 드러난다. 단풍이 붉게 물들면 로키산맥에 자리잡은 캐나다 밴프의 ‘레이크 루이즈’ 못지않은 비경을 자랑한다. 하산길은 삼각봉 아래 삼거리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이렇게 걸으면 총 산행 거리가 6.5㎞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단 평일엔 수시로 군 부대의 작전 지역에 포함돼 산행이 금지되므로 요주의. 산정호수에 가면 호수와 명성산의 경계에 위치한 자인사를 들러야 한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 태조에 오른 후 자신의 시호를 따서 조그마한 암자를 세운 것이 시초. 산불로 소실되자 충열왕 3년(1227년) 재건됐으며, 6·25 때 전소된 것을 1964년 다시 짓고 자인사로 개명했다. 절 마당에서 웃고 있는 석불이 인상적이다. 왜소한 대웅전에 비해 턱없이 큰 석불이 미소짓게 만든다. 경내에 맑은 샘물이 솟는데 맛이 좋다. 자인사 코스로 명성산에 오르는 이들은 이 샘물로 수통을 채운다. 산정호수 동쪽으로는 또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국망봉·강씨봉·백운산·청계산·현등산 등이 있고, 서쪽으로는 천보산맥이 뻗어있어 산정호수를 중심으로 물과 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정호수에는 대단위 위락시설이 갖춰져 있다. 바이킹·크레이지 댄스·범퍼 카 등을 갖춘 놀이공원과 음식점 카페 등 없는 것이 없다. 호반에서는 모터보트와 노보트를 즐길 수 있다. 야간 자동차 극장(031-531-1500·대당 1만5천원)까지 영업한다. 산정호수는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거리인데다 서울과 포천을 연결하는 47번과 43번 국도를 이용해 오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도권에서 이 두 도로만큼 다양한 패키지 코스를 제공하는 곳도 흔치 않다. 11자형으로 나란히 뻗어 있는 이들 도로 주변에는 가벼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산을 비롯해 휴양지 유적지 온천 먹거리촌 등 명소들이 많다. 값싼 가구단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코스를 찾는 보람일 수 있다. 인근에 한탄강·고석정·순담계곡·직탕폭포·삼부연폭포가 승용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이곳에선 ‘철의 삼각지’ 안보관광도 손쉽다. 산정호수 관광지부(031-532-6135)

가는 길 (약도는 상단 그래프 아이콘을 누르면 나옵니다.) ▷자가용:의정부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포천을 지나 문암교 건너 우회전, 한적한 시골길로 10분 정도 달려가면 산정호수 입구인 한화콘도와 하동주차장이 나온다. 구리를 거쳐 47번 국도를 이용해 퇴계원·베어스타운스키장·내촌을 지나 일동면에 들어선 후 제일유황천에서 좌회전해 일동사이판을 거쳐 가도 된다. 갈 때는 47번, 올때는 43번 국도를 이용하면 좋다. ▷대중교통:서울 상봉터미널에서 운천행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있다. 운천에서 산정호수행 버스는 첫차 오전 6시, 2시간마다 운행하며 15분 정도 걸린다.

먹거리 산정호수 한화콘도 지하에 있는 봉평막국수(031-534-5500)는 봉평에서 택배로 운송된 메밀을 직접 빻아 국수로 뽑아낸다. 쫄깃하지 않고 담백하다. 5천원. 돼지 목항정으로 삶은 편육은 8천원과 1만원 두 종류가 있다. 이동갈비는 너무 유명해 소개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한화콘도에서 운천 방향으로 1㎞ 정도 떨어진 명문이동숯불갈비(031-531-6040)는 한약재를 첨가한 양념이 달지 않다. 1인분(5백g 기준)에 2만원. 주변 텃밭에서 주인이 직접 재배한 무공해 채소를 제공한다.

묵을 곳 산정호수 한화콘도(031-534-5500)는 객실 2백9실에 수영장·볼링장·온천·사우나·스포츠마사지·퍼팅골프장 등을 갖추고 있다. 산정캠프(031-532-6224)에서도 단체숙식이 가능하다.

온천지 물 좋기로 소문난 포천군 일대는 온천지이기도 하다. 산에서 내려오면 어디든 20∼30분 내에 산행으로 지친 몸을 풀어주는 온천탕들이 기다리고 있다. 명성산에서 내려오거나, 백운계곡·청계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일동 사이판’ ‘일동 하와이’ ‘일동 제일유황천’ ‘용암천’ 등 대형 유황온천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지하 8백50∼1천m에서 용출되는 유황천은 수질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게 특징. 포천 운악산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명덕온천은 혈액순환에 좋다는 탄산천욕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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