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진단]물가 걱정 목소리 높은데…정책기조 바꿀 정도는 아닌 듯 국제 유가 움직임이 결정적 변수
[국내진단]물가 걱정 목소리 높은데…정책기조 바꿀 정도는 아닌 듯 국제 유가 움직임이 결정적 변수
|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물가에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우의 후유증은 가시고 있으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임금·임대료 등 비용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 압력을 총수요 측면과 비용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으나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회복기에는 지난 1990년대 초반처럼 내수가 주도하고 있어 과거에 비해 물가가 상대적으로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 6.3% 중 소비·건설 등 내수부문에 의해서만 6.0%나 성장할 정도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 경제 전체의 인플레이션 압력 정도는 국내총생산(GDP) 갭(실제GDP-잠재GDP)이라고 불리는 총수요 압력의 추정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만약 특정 시점에 GDP 갭이 플러스(+)라면, 적정생산 수준보다 수요가 더 많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고, 마이너스(-)일 경우엔 공급능력보다 수요가 적어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게 된다는 의미이다. 올 2분기 현재 GDP는 잠재GDP 수준을 살짝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GDP 갭이 우려할 정도로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현재 GDP 갭이 점차 커질 것이냐 여부이다. GDP 갭의 상승, 즉 총수요 압력 발생 여부는 경기의 향방에 달려 있다. 하반기 이후에도 경제성장률이 6% 이상을 유지한다면 총수요 측면의 인플레 압력은 점점 커질 것이다. 반면 전기대비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회복세가 둔화된다면 GDP 갭은 다시 마이너스로 반전되어 총수요 압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경제의 더블딥, 국제유가 폭등 등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협하는 불안요인들이 현실화되어 경기가 위축된다면 총수요 측면의 인플레 갭은 다시 디플레 갭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용 측면에서의 인플레 압력은 서서히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로 국제유가·노동시장·부동산시장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수준보다 낮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를 고비로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이제는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올 들어 노동시장에선 고용 사정이 전반적으로 타이트해지면서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이에 따라 임금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명목임금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중 4.7%에 머물렀으나 올 1분기 들어 8.4%로 급등했으며, 지난 4∼5월 중에는 11.6%로 더 높아졌다. 올 상반기 생산성에 근거한 적정임금상승률은 5, 6%대 정도이나 지난 1∼5월 중 명목임금상승률은 9.6%로 나타나 적정수준보다 4%포인트 이상 상회하고 있다. 현재 노동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 압력은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임금상승은 상품가격보다 서비스가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올 들어 물가불안 심리를 가장 크게 자극하고 있는 부문은 단연 부동산, 그 중에서도 주택가격이다. 작년 상반기 0.7%에 그쳤던 전국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작년 하반기 들어 6.3%로 상승하였고, 올 2분기 중엔 17.4%까지 높아졌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집세가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집세의 기여율은 올 1∼8월 중 30.8%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8%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올 1∼8월 중 소비자물가상승률 2.5% 중 0.78%가 집세 때문에 올랐다는 의미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90년대 초반 내수 버블 발생 당시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분기 이후에는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 압력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격이 99년 이후 분양이 정상화되었던 시기의 풍부한 입주물량이 공급되면서 공실이 늘어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격도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조만간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큰 변수다. 만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실현될 경우에는 전쟁의 장기화 여부, 후세인 정권 축출 여부 등에 따라 유가 방향 자체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단기에 큰 피해 없이 후세인 정권 축출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전쟁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이라크의 증산과 이로 인한 OPEC 내의 증산 경쟁으로 원유공급이 증가하여 배럴당 25∼30달러선에서 안정될 전망된다. 반면에 전쟁이 장기화되어 미군이나 주변국의 피해가 커지고 후세인 정권 축출에도 실패한 경우에는 중동지역 산유국의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가상승폭이 커지고 배럴당 30달러를 크게 웃도는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 경우 회복세에 있는 세계경제는 다시 불황으로 빠져들고, 우리나라도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전쟁 발발과 함께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년 중반까지 국내 물가에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