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비전과 자신감’ 주제로 사내강연 .."적은 내부에"
[이사람]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비전과 자신감’ 주제로 사내강연 .."적은 내부에"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과천 코오롱 본사 옆 별관 1층 대회의실. ‘풍년가’와 ‘아리랑’ ‘닐리리야’ 등 흥겨운 민요와 동요 7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노래에 맞춰 어깨춤이라도 저절로 나올 법 하지만 정작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는 3백여명의 임직원들의 얼굴은 심각했다. 이 자리가 그룹 내 팀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이웅열(46) 회장이 실시한 ‘특강’이었기 때문이다. 청바지를 입고 강의에 나선 이회장은 1시간 30분간의 강의 시간 내내 임직원들에게 ‘젊은 바람’을 불어넣는 데 안간힘을 썼고 임직원들은 이를 조용히 경청했다. 이회장이 이 날 실시한 강의의 주제는 ‘비전과 자신감’이었다. 이회장은 강의에서 “한때 4백%대에 달하던 높은 부채비율도 1백45%까지 낮췄다”며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만 남았다”며 임직원들이 자신감과 그룹경영에 대한 확신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회장은 글로벌기업으로 급성장한 스타벅스 커피의 경영혁신 사례를 설명하며 기존 사업에 대한 의식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최대의 서점 체인망에서 아마존닷컴에 밀려 2등으로 전락한 반스앤노블과 세계 최대의 백과사전 업체란 자만에 빠져 경영여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한 브리태니커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이회장은 이 날 강연에서 화끈한 얘기들로 임직원들의 관심을 모았다. 1등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회장은 이 날 강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임직원들에 대한 포상 한도는 파격적으로 높일 계획”이며 “연말에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임원들에게 10대의 BMW를 주는 것은 물론 그룹 최우수사원에 주는 상금도 대폭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구상한 ‘당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앞으로 팀장급 이상 간부는 건강관리를 위해 코오롱 계열 헬스센터인 스포렉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여러 가지 유형의 ‘당근’을 개발 중임을 내비쳤다. 반면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엄격히 적용, “관료주의에 젖어 구습을 타파하지 못하는 임직원들은 잘라내겠다”며 내년 3월 정기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회장은 “그동안 답답한 사례들을 많이 봐왔다. 아무리 얘기해도 고치지 않는 사람들은 이제 어쩔 수 없다. 잘라낼 것은 반드시 자르고 말겠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이회장의 이 날 발언은 엄포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회장은 내년 초 현재 6단계(이사보·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인 임원 직급을 4단계(상무·전무·부사장·사장)로 줄이기로 했다. 인사제도 개편으로 자연퇴직을 유도할 수 있는 셈이다. 이회장이 이 날 실시한 강연은 최근 코오롱이 주력사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코오롱은 지난 9월 고합 나일론 필름(식품포장재)을 인수하고 최근에는 쌍용정보통신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감량경영’에서 ‘공격경영’으로 경영의 틀을 뒤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장은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탄탄한 기본에 대한 자신감을 임직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부가가치 신규 사업 진출로 2003년을 도약의 해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신규 사업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망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건강관리사업으로 현재 사내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한편 이회장은 지난 2000년에도 사내강연에서 ‘근무복장 자율화’를 선언하며 임직원들의 의식전환을 요구했고, 이 날 강의에서도 ‘신상필벌’ 확대와 인사제도·포상제도 개편으로 의식전환을 이행한 사람들에 대한 포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회장은 “로마제국의 멸망은 외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 때문이었다”며 “우리의 경쟁상대는 바로 우리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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