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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2-3세들 ‘미래 金脈’ 찾는다

재벌2-3세들 ‘미래 金脈’ 찾는다

왼쪽상단 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전무, 이홍선 두루넷 부회장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남들은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지만 그건 오너의 입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각광을 받았던 인터넷 사업도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기 힘들고, 눈 딱 감고 주력사업에만 매달리자니 중국 등 저개발 국가들이 치고 올라오고,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갈지 정말 잠이 안 올 때가 많습니다" 유명 섬유업체 2세 경영인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요즘 2~3세 경영인들은 대부분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달아올랐던 인터넷 사업의 열기가 수그러들면서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2~3세 경영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2~3세 경영인들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을 미래 유망사업 탐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연구파’, ‘감’을 잡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행동파’, 본업에 충실하며 기회를 엿보는 ‘관망파’ 등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연구파들의 공통점은 현재 후계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30대 중반이 대부분이라는 것.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34) 상무보가 대표 주자다. 올해로 삼성전자 입사 2년째를 맞는 그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소속은 삼성전자 임원이지만 다른 계열사 현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기도 한다. 최근 GE의 최고경영자 연수(EDC)에 참가하는 등 CEO로의 자질과 안목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장남 정의선(32) 전무도 제조업에서 재무·금융분야로 경영수업의 폭을 넓히고 있다.

30대 3세들 경영수업 몰두 199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8월부터 현대카드 전무를 겸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전무는 자동차와 관련한 신기술과 카드 관련 업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카드가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렌터카 전문업체인 ‘어비스(AVIS)’와 제휴해 지난 22일부터 선보인 ‘자동차 네비게이션(자동항법장치) 서비스’ 기획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감’을 잡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행동파로는 최태원 SK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경제회의 공동의장과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연구파’로 분류돼 오다 최근 제주도 선언 이후 ‘행동파’로 변신한 케이스. 그는 최근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한 제주도 세미나에서 “오는 2005년까지 생존조건을 확보하지 못하는 계열사는 이익이 나더라도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세 가지 생존조건으로 ▶사업모델의 경쟁력 확보 ▲글로벌 수준의 경영효율성 제고 ▲경제적 부가가치(EVA) 플러스 이상의 재무구조 구축 등을 제시했다. 또 오는 2005년까지 세 가지 생존조건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는 계열사는 사업철수·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그룹 회장에 오른 지 7년째인 이웅열 회장도 최근 감량경영에서 공격경영으로 터프한 변신을 꾀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회장은 지난 91년 코오롱그룹 부회장 겸 이동통신사업 추진위원장에 올라 신세기통신 지분 참여로 미래 사업에 다리를 걸쳐놓았다. 그러나 SK텔레콤에 밀려 업계 1위에 오를 수 없다고 판단, 99년 신세기통신 지분을 매각한 이후 감량경영에 치중해왔다. 그런데 최근 고합의 나일론 사업을 인수하고, 쌍용정보통신 인수도 적극 검토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40대 그룹 회장들의 승부수 더욱이 최근 이회장은 시장 규모가 1백조원에 달하는 건강관리(wellness)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혀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이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주변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핵심업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강 투자에 주력하되, 건강관리 등 신사업도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활용 코오롱 구조조정본부 전무는 “이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건강관리사업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존 제품에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첨가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향기가 나는 옷을 만들거나, 노인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업에 주력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은 중견 재벌 2~3세 경영인들 중에 많다.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의 차남 이홍선 두루넷 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아들 조현준 전무·조현문 상무·조현상 이사, 이호진 태광산업 사장이 그들이다. 이홍선 부회장은 일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 손잡고 초고속인터넷업체인 두루넷을 창업한 독특한 2세 경영인. 이 회사는 과도한 투자로 지난해 말 1조1천억원이란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몰락할 위기에 몰렸었다. 관련업계에서 부도설이 나도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몰렸지만 오너인 이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서 구조조정을 지휘, 회생의 돌파구를 찾는 데 성공했다. 그는 본사 건물과 기업전용 회선을 매각, 부채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5천5백억원 규모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조현준 전무와 조현문 상무·조현상 이사는 전통 섬유재벌 효성그룹의 맥을 잇고 있는 2세 경영인들이다. 이들은 현재 그룹 전략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조석래 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주력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여러 가지 신규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중견 재벌 2∼3세들 본업 주력 조전무의 경우 IMF 위기를 맞기 전부터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여, 조직개편을 이끌었으며 인사제도 개혁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을 소유하고 있는 조상무는 미국 허니웰사가 효성을 상대로 타이어코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이 소송을 전담, 승소로 이끌었다. 조현상 이사는 산업자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이임룡 태광그룹 회장의 차남 이호진 사장도 모기업인 흥국생명과 태광산업을 이끌며 케이블TV 사업에 투자하는 등 미래 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태광산업 울산공장 장기파업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주력인 화섬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구조조정의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재벌 2~3세들이 스캔들이나 일으키던 좋은(?) 시절은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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