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과제는?]가계 빚·부실 기업·경기 침체…악재 수두룩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과제는?]가계 빚·부실 기업·경기 침체…악재 수두룩

지난 11월27일 막이 오른 1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한달 반에 걸친 치열한 대선 레이스의 승자는 노무현-. 21세기 첫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그러나 기뻐할 틈이 없다. 챙길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우리 경제가 그렇다. 가계·기업·정부 어디를 둘러봐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내년 5∼6% 성장 전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칠 수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노무현당선자가 국내외에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걸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조흥은행 등의 부실 기업 처리, 여전히 심상찮은 노사갈등, 급증한 가계 부채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버블 붕괴 가능성, 재정을 짓누를 수 있는 공적자금, 가스·발전·철도 등 공기업 민영화, 미국·일본 중심의 세계 경제 침체…. 여기에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과 북한 핵(核) 위기 가능성까지 한마디로 지뢰밭이다. 더구나 이런 문제들이 서로 얽히고섥혀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더 큰 걱정거리다. 새 정부 출범 뒤 과거 청산 등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불거져 혼선이 생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부실 기업 정리를 비롯 결단이 필요한 정책들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또 2004년 치러질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권의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전문가들은 노무현 당선자가 이런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는 성장 흐름을 이어갈 수도, 아니면 2001년의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크게 늘어난 가계 빚과 휴화산 같은 부동산 값이 아킬레스건이다. 가계 부채는 4백30조원(가구당 3천만원선)을 넘어섰다. 특히 빚더미에 몰려 신용 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이 2백60만명에 이르고 있다. 개인 워크아웃 제도까지 선보였을 정도다. 강보합권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값도 언제 뛰어오를지 모를 일이다. 서울 강남의 경우 평당 분양가는 1천5백만원을 넘어섰다.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고, 다시 분양가를 밀어올리는 모습이다. 가계 빚을 줄이고 부동산 값을 떨어뜨리는 게 급하다. 당선자로선 그러나 선뜻 내키지 않는 선택일 수 있다. 가계 빚과 부동산 값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나 정권 초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이기 쉽다. 경기 부양은커녕 돈줄을 죄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섣불리 나섰다간 자칫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엔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 가계 대출을 줄이고 부동산 값 억제책을 내놓은 뒤 당장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기대지수(6개월 뒤 경제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는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칫 ‘가계 대출·부동산 값 억제→금융기관·가계 부실→소비 둔화·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도 있다. 당선자로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 문제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과 속도를 놓고 고민해야 할 처지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소비가 급격히 줄지 않도록, 연착륙을 끌어내는 데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무작정 돈줄을 죌 게 아니라 IT 부문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어야 가계와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2 경제위기의 진원지랄 수 있는 가계 빚을 바라보는 외국 기관의 시각은 밝은 편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한국 정부가 내놓은 가계 대출 억제책이 앞으로 6개월 동안 가계 부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어니스트 네이피어 S&P 금융서비스 신용등급 담당 상무는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감독 당국과 은행들의 대처 방법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간파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금융 부문도 만만찮다. DJ정권에서 넘어온 미결 과제가 수두룩하다. 골칫거리였던 대우자동차→GM·대한생명→한화그룹·한보철강→AK캐피탈·서울은행→하나은행 등은 새 주인을 만났다. 그러나 매각 협상이 깨진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투신증권은 여전히 부실 더미 속에서 헤매고 있다. 조흥은행을 비롯 은행권 민영화도 발등의 불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정권 초 인기주의에 영합한 정책을 쓰면 경제체질을 개선할 구조조정이 물건너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하이닉스는 노무현 당선자가 떠안을 가장 고약한 ‘짐’이 될 전망이다. 2년 가까이 생사를 넘나들면서 좀처럼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는 엄두를 못 내고 적자만 쌓여가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데다 매각 협상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 고민이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매각 자문기관인 도이체방크는 지난 11월 하이닉스의 무담보 여신 가운데 50%인 1조9천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3조원의 만기를 2006년까지 연장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구조조정 방안은 그러나 새로운 자금 지원이 빠져 있어 생명 연장에 불과할 뿐이란 지적이다. 이런데다 투신을 필두로 채권단의 이해관계도 엇갈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의 인피니온과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상계관세 부과를 요구해 반도체 분쟁도 우려되고 있다. 자칫 반도체 값마저 폭락한다면 하이닉스는 다시 ‘중환자실’로 실려갈 가능성이 크다. 현대투신증권·현대증권·현대투신운용 등 현대의 금융 3사 매각 문제도 골칫거리다. 지난 2000년부터 팔려고 했지만 여전히 안개 속이다. 현대그룹에 이어 정부까지 나서 AIG컨소시엄과 협상을 벌였지만 올초 결렬됐다. 정부는 관심을 보인 푸르덴셜 등과 담판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대선 직전 금융계 화두였던 조흥은행 매각 문제도 걸려있다. 신한지주와 서버러스 컨소시엄이 조흥은행 인수에 욕심을 내고 있지만 조흥은행 노조의 반대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곤 정치권이 나서 조기 매각에 반대했다. 노무현 당선자로선 어떤 식으로돈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매각 작업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 국민은행·우리금융 등의 정부 지분도 팔 계획이다. 노조의 반발과 헐값 시비 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숙제다. 정부와 기업 부문 사이에 걸쳐 있는 공기업 민영화도 노무현 당선자의 과제다. 가스·발전·철도 등 공기업 민영화와 주택공사·토지공사의 통합 문제가 새 정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등 3개 공기업의 민영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토공 통합 법안과 철도 구조개혁법안, 구조개편 법안 등 올초 국회에 제출한 법안들의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갈등의 골이 깊은 노사 문제도 고민거리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49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사 관계의 우호성은 47위였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도 한국 기업과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노사 관계라고 지적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노사 문제라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사 문제는 어디까지나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경영과 고용·복지 문제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며 “노사정위원회는 노사 문제를 정치 문제로 변질시켰고 불법 노동운동과 파업이 정치적으로 사면됨으로써 법치에서도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조율 기구로 만들거나 해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부문에선 머지않아 자칫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재정 부문의 수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선심성 복지정책의 남발로 국민연금을 비롯 4대 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커졌고, 공적자금 등의 국가 부채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경제의 침체와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에 따른 해외 상황 악화도 걱정거리다. 더구나 북한 핵(核)위기 가능성까지 가세하면서 자칫 국가 위험도 또한 높아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무현 당선자로선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연말을 보내야할지 모른다.

노무현 당선자 경제발언 빈부격차 완화, 서민생활의 안정 강조 분배로 성장 ‘견인’ 표방 진보·보수 조화 기조도 분배정의 실현 통해 빈부격차 완화 李 성장 강조 vs 盧 분배 중시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지만 분배에 무게를 대기업정책 및 성장·분배 문제 복지가 성장 저해해선 안 돼… 분배정의가 성장 밑거름 성장·분배의 조화 전경련세미나서 ‘경제정책 청사진’ 제시 성장·분배·노사관 ‘시각차' 규제철폐 효율적 시장구축 금감위장·공정위장도 인사청문회 분배정의 통한 빈부해소차 온 힘 농업위기 막겠다 가계 금융위기 대책 공무원 노조 단체 행동권 부여는 시기상조 건강보험료 점진 인상해야 기초생활 보장제도 확대해야 건강보험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보험 통합돼야 현 정부의 복지정책 평가 현정부 재벌정책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다 재벌개혁, 정권 말기서 후퇴 재벌 과거회귀 안 돼 집단소송제 즉각 도입해야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돼야 상속·증여세 ‘포괄’과세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로 전환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2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3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4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5 尹,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유가족과 입장

6심상치 않은 친환경차 부진...“그래도 대안은 있다”

7잠실구장에 뜬 신동빈 회장…선수단에 '통 큰' 선물

8하이브리드 뜬다...분주해진 완성차업계

9 신비주의 벗어 던진 고현정…MZ 뺨치는 힙한 패션

실시간 뉴스

1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2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3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4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5 尹,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유가족과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