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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社 봄날은 갔다”

“신용카드 社 봄날은 갔다”

“카드사 봄날은 갔다.” 최근 신용카드업계의 상황을 이보다 적절하게 표현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신용카드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이제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 정부당국으로부터 각종 규제를 받는 것은 물론 경영실적 악화로 생존 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드업은 이른바 가장 잘 나가는 업종이었다. 은행 등 타 금융기관들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겪는 등 고통을 당했지만 카드사들은 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최대의 호황을 구가했다. 국세청에서는 과표 양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고 연말정산시 신용카드 이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또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까지 도입되면서 카드 이용실적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1999년 말 91조원에 불과하던 이용실적은 2000년에는 2백25조원으로 크게 늘었고, 2001년에는 4백43조원을 넘어섰다. 손익면에서도 1999년에는 3천4백7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2000년에는 9천3백81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으며, 2001년에는 1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카드사들은 광고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고, 고용시장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카드사들은 2001년 한 해 동안 무려 8백억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집행해 은행을 멀찌감치 앞질렀다. 또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지면서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꾸준히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익이 많이 나면서 일부 카드사의 경우 직원들에게 최고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고, 2001년에는 국민·외환·LG카드 등이 액면가 대비 25%의 고액배당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투자펀드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 카드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카드업에 진출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기도 했다. 이처럼 카드업이 호황을 누림에 따라 입사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카드사가 입사 1위의 선호도를 기록하는가 하면 카드사 직원들은 카드사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 됐다. 또 카드사들은 돈을 번만큼 회원들에게도 무이자 할부·영화관 할인·주유 할인·각종 놀이공원 무료입장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이익을 돌려주는 등 후한 인심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앞만 보고 질주하던 카드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연체율 증가와 과열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정부의 규제정책 등으로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고는 적자로 돌아서거나 순이익이 대폭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카드사는 단순히 수지악화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존폐 문제까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카드사 직원들 “나 떨고 있니?” 카드사의 수지악화에 따른 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카드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다. 요즘 카드사 직원들은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다. 2001년까지만 해도 연말이면 푸짐한 성과급을 받을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으나 최근에는 성과급은 고사하고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직장을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외환카드의 경우 2001년 월급의 2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외환카드는 이번 2002년도 결산 때에도 당기순이익의 5%내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려 했으나 ‘없었던 일’일이 될 전망이다. 2002년 결산시 1천억원 내외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1년 월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던 국민카드 역시 2002년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과급을 모두 반납하는 형태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2002년 결산에서 2천억원 내외의 적자결산이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2001년 연봉 대비 최고 50%에 이르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삼성카드와 LG카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록 국민이나 외환카드처럼 적자는 아니지만 2001년도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과급이 없어지면서 카드사 직원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과장급 이상이면 중형차를 몰고 다녔지만 최근에는 준중형이나 소형차로 차종을 바꾸고 있다. 특히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의 경우에는 주택자금 대출과 우리사주 대출금 상환이 본격화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우리사주를 매입할 때는 부푼 꿈을 갖고 대출을 받아 투자했지만 경영실적이 나빠지자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추락했다. 결국 대출금 상환은 물론 주가하락에 따른 스트레스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또 경영수지 악화로 카드사들이 지점 등을 증설하지 않음에 따라 카드사 내부적으로 인사적체가 심해지고 있다. 승진심사 대상자 중 절반정도가 누락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영업직원들의 경우 신규모집이나 제휴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회원모집의 경우 이미 한계에 도달한데다 제휴 영업마저도 여의치 않다. 제휴처가 과도한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또 기존처럼 마케팅 비용을 사용할 수 없어 제휴처가 내놓은 조건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때문이다. 카드사 수지 악화에 영향을 받기는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연체율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돌려 막기’를 하는 회원들의 한도를 대폭 축소, 카드대금을 갚기 위해 대금업체나 사채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금서비스, 카드론 금리를 올려 회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무이자 할부는 물론 그동안 회원에게 제공하던 포인트 혜택까지 줄이고 있다. 삼성카드는 카드 이용금액의 0.2∼0.3%를 특별 적립해 주던 ’땡큐 보너스 포인트‘ 제도를 아예 없애 버렸다. 회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지나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폐지하게 된 것. LG카드와 현대카드 역시 포인트를 축소하고 있다. LG카드는 결제액의 1.5%를 적립해주던 ‘대우차 오토포인트’ 적립을 중단했고, 현대카드 역시 다이너스 회원을 대상으로 결제액의 0.2%를 적립해주던 ‘대우 오토포인트’ 적립을 없앴다. 이외에도 일부 카드사가 주유 할인 서비스 중단에 나섰고, 신상품 개발을 줄이는 것은 물론 올해 경비를 20∼30% 감축키로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결국 회원들은 더 이상 카드사들의 후한 인심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질적 경쟁으로 전환중 카드사들의 경영수지 악화로 인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대에 이르는 연체율은 올 초까지는 현 수준을 유지하다 2, 4분기에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아울러 위기극복을 위한 카드사들의 노력이 하나 둘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무이자 할부경쟁·과도한 사은경품·0%대 수수료·가맹점 유치 자제 등을 통해 자산 건전화를 위한 질적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또 수수료 현실화를 통해 수지 악화 만회에 나서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2002년 결산에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털 것은 모두 털겠다는 방침이어서 2002년 결산에서는 대부분의 적자를 면치 못하겠지만 올 상반기부터는 다시 흑자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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