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쓸 바엔 직불카드 써라

정부는 지난 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변경했다. 우선 소득공제 적용시한을 연장했다. 지난 해 11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소득공제 적용시한을 2005년 11월30일까지, 3년간 연장했다. 직불카드 소득공제율도 신용카드보다 우대된다. 지난 해 11월까지는 근로소득자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사용한 금액이 총급여액의 10%를 초과하는 경우, 연간 5백만원 한도 내에서 동 초과금액의 20%를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 해 12월 이후 사용하는 직불카드 사용액은 소득공제율이 20%에서 30%로 올랐다.

직불카드, 신용카드보다 소득공제 효과 커 그럼 직불카드 소득공제율 인상에 따른 효과는 얼마나 될까? 사례를 들어보자.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박영진 과장(35세)은 지난해 연간 급여가 5천만원이었으며, 지난 1년 동안 신용카드 1천만원, 직불카드 5백만원 등 카드로 총 1천5백만원을 사용했다. 그리고 박과장은 지난 1월 연말정산 시 2백만원을 소득공제 받았다. 급여의 10%(연간 급여 5천만원X10%=5백만원)를 초과해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 1천만원 (신용카드 사용금액 1천5백만원- 연간급여의 10%인 5백만원)의 20%가 곧 소득공제액이다. 그럼 박과장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동일한 금액을 사용한다면 올해 소득공제액은 얼마로 늘어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2백33만3천원으로 늘어난다. 지난 해와 동일한 금액을 사용했지만 소득공제액이 33만3천원 더 늘어나는 셈이다. 계산 근거는 이렇다. 지난 해까지는 신용카드와 직불카드의 소득공제율이 같았기 때문에 급여의 10%를 초과해 사용한 카드 사용액의 20%를 일률적으로 소득공제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사용액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박씨가 사용한 카드 사용액부터 알아보자. 신용카드 사용액은 6백67만원(급여의 10%를 초과해 사용한 카드 사용액의 20%인 1천만원 X 신용카드 사용액 1천만원 /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사용액 1천5백만원)이며, 직불카드 사용액은 3백33만원 (급여의 10%를 초과해 사용한 카드 사용액의 20%인 1천만원 X 직불카드 사용액 5백만원/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사용액 1천5백만원)이 된다. 그리고 실제 소득공제액은 2백33만3천원(신용카드 사용액 6백67만원 X 20% + 직불카드 사용액 3백33만원 X 30%)이 된다. 따라서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은 신용카드보다는 직불카드 사용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불카드 사용은 아직까지 전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가맹점 부족을 들 수 있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은 1천4백만 개에 달하는 반면, 직불카드 가맹점은 총 30∼40만 여개에 불과하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낙제 수준이다. 신용카드는 마일리지서비스·포인트 적립·놀이공원 무료입장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있지만, 직불카드는 이러한 서비스가 전혀 없다. 신용카드는 사용 후 최고 54일 이후에 사용대금을 결제할 수 있지만 직불카드는 곧 바로 결제가 되므로 통장에 잔고가 없는 사람은 사용할 수가 없다. 이 밖에도 신용카드는 24시간 내내 사용이 가능하지만 직불카드는 온라인 거래 가능 시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로 사용이 제한되는 점도 직불카드 이용을 꺼리는 점이다.

쓰고 싶어도 쓰기 어려운 게 현실 하지만 직불카드만의 장점이 있다. 우선 과소비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11월 말 현재 개인신용불량자가 2백6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3백여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신용카드 과다사용에 따른 신용불량자이다. 직불카드는 물건을 구입하자마자 이용고객의 은행 결제통장에서 가맹점 통장으로 즉시 입금이 된다. 그래서 통장에 잔액이 없는 사람은 더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직불카드를 만들어 준다면 무리한 충동구매를 예방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근로소득자에게는 소득공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연봉이 5천만원인 근로소득자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인 5백만원까지 공제를 받으려면 신용카드로 3천만원 이상 사용해야 공제를 다 받을 수 있다. 반면 직불카드는 2천1백70만원 이상 사용하면 공제한도까지 다 받을 수 있다. 즉 신용카드보다 8백30만원을 덜 사용 하고도 똑같은 세금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근로소득세율 19.8%를 적용하면 실제 절감되는 세금은 99만원에 이른다. 마침 정부에서도 직불카드 활성화를 위해 두팔을 걷어 올렸다. 직불카드를 사용하면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추첨에서 당첨될 확률이 이전보다 두배나 높아졌다. 직불카드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신용카드를 2회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신용카드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면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여러가지에 사회문제가 발생되자, 직불카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1월 말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국세청은 세원 발굴을 위해 지난 2000년 2월부터 매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를 실시해1등(1명)에게 1억원, 2등(2명)에게 3천만원을 각각 주는 등, 6등(1만원)까지 당첨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직불카드 활성화를 위해 현재 1∼2％를 받고 있는 직불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1％ 이하로 낮춰 직불카드 가맹점 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올해부터 직불카드 소득공제율이 30％로 올라간 데 이어 직불카드 복권 당첨금을 배로 확대하면서 직불카드 결제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정작 가맹점이 많지 않아 이용에 애로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통상 3∼4％이기 때문에 직불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면 직불카드 가맹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직불카드 이용 가능 시간을 확대하는 것도 함께 검토하기 때문에 향후 직불카드 사용에 따른 불편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직불카드는 이용할 때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기 때문에 분실에 따른 위험도 훨씬 줄어든다. 따라서 여유자금이 있다면 굳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