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0代부터 '경제교육'인가
왜 10代부터 '경제교육'인가
선봉 나선 전경련 ‘재계의 입’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선두에 섰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식을 바꿔야 한다”(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취지로 경제교육을 올해의 주요 시책으로 잡아 놓았다. 책정된 예산이 최하 10억원 대에 이르는 큰 사업이다. 그럼에도 더 많은 예산을 필요하면 회원사의 협찬을 이끌어내겠다고 한다. 전경련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이번 겨울 전경련국제경영원(IMI)와 전경련 산하 하이에크소사이어티와 공동으로 개최했던 세 개의 캠프를 성공적으로 끝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경제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육 대상은 다양하다. 전문가·언론인·공무원 등을 상대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정성을 들이는 대상이 초등학교 어린아이들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JA(Junior Achievment)와 제휴해 JA-KOREA를 설립한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에 대한 후원금이 10억원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전경련에 뒤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 ‘경제교육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경제교육 일선에 나서기로 했다. 박용성 회장이 팀 구성을 직접 지시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아직은 구체적인 예산이 책정된 것은 아니지만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 사업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는 주로 교재 개발과 교사 교육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엄기웅 대한상의 조사본부장 상무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경제 연구원이나 자유 기업원과 연계해 교재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F팀이 구성되는대로 전문 연구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언론을 통한 홍보와 출판·온라인 교육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제단체 외의 민간 부문의 활약도 눈부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1991년 설립된 민간연구기관 NSI다. 경제교육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꾸준히 준비를 하다 선진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것이 낳겠다는 판단으로 JA와 계약을 체결했다. 19(?)년 설립된 JA는 현재 세계 1백개 이상의 나라에 경제교육 시스템을 전파하고 있는 세계 최대 경제교육기관이다. 관계자들은 8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JA의 프로그램이 한국 경제교육에 적잖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단법인으로 2001년 출범한 ‘아름다운청소년공동체’의 활동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안승환 대표는 지난해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주관했던 청소년 창업 프로그램 ‘비즈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후 미국의 경제교육기관 DECA와 국내 지부 설립을 체결했다. 올해부터는 아름다운청소년공동체와 DECA-korae 두 기관을 맡게된 안대표는 “공동체보다는 DECA에 주목해 달라”고 말한다. 안대표는 DECA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키는 한편 경제캠프나 시범학교 등 기존 사업은 물론 청소년들의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에쥬펀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2001년 11월 자본금 5천만원으로 출발, 현재 5억원으로 자본금을 10배 늘린 (주)아이빛연구소는 국내 처음으로 본격적인 경제교육을 시작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주니어 CEO 캠프’‘소프트웨어지킴이 캠프’‘비즈 체험반’ 등 캠프 위주의 경제교실을 운영해 왔다. 경제교육에 대한 민간의 참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갑자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업체에서 출발한 세상의창은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캠프와 경제교실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래와경제연구소는 최근 ‘학부모경제교실’을 운영 중이다. 잠재고객 개발에 나선 기업들 은행·카드업계도 경제교육에 적극 나설 태세다. 업계는 금융·신용 부문이 경제교육의 핵심을 이룰 뿐 아니라 잠재 고객도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경제교육은 부실 대출과 신용카드 남발로 나빠진 업계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교육이 성과를 거두면 개인파산자 양산에 따른 업계 부실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청소년 금융계몽운동인 ‘키드 뱅크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TF팀을 설치한 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달 단행본 ‘스무 살, 이제 돈과 친해질 나이’를 출간하고 4만명의 청소년에게 무료 배포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교육 세미나나 금융강좌 등으로 구성되는 스쿨뱅킹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1318 경제교육’에 나섰다. 삼성카드측은 “YNCA와 공동으로 지난해 9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청소년 대상 ‘신용카드 전국 투어’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투어팀은 현재까지 50여개 중·고등학교를 방문해 1만3천명 가량의 청소년들에게 신용교육을 시켰다. 경제교육 붐이 일자 출판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데 시장에는 교재나 단행본이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새로운 시장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2001년 출판돼 40만부가 팔린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을파소)나 최근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비룡소) 정도가 고작이다. 을파소는 아이빛연구소와 공동으로 어린이 경제교육 캠프인 ‘키라 캠프’를 추진하기도 했다. 공공기관들도 경제교육에 팔을 걷어붙였다. 가장 활발하게 추진 중인 곳이 대통령직속 기구인 중소기업특별위원회다. 올해 중소기업청 예산 10억원을 확보했으며 청소년 창업·직업교육을 확장해 실업계 고등학교의 위축과 취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2001년 말 프로그램 개발에 돌입한 위원회는 지난해 아름다운청소년공동체와 에버랜드의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쿨’이라는 이름으로 시범학교 운영·캠프·축제·교사연수 등을 실시했다. 지난해 예산의 4배에 이르는 예산을 확보한 올해는 프로그램을 공모하고 시범학교를 늘리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위원회 손선미 사무관은 “실업계 고등학생들은 중소기업 취업이나 소규모 창업 등으로 국내 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비즈쿨의 취지를 강조했다. 지난 5년간 범국민적 차원에서 소비자교육을 실시했던 소비자보호원도 올해를 전환의 해로 여긴다. 지난해 초 발족한 소비합리화추진단은 1년 가까운 준비 기간 끝에 향후 소비자교육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짜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추진단의 김성숙 박사는 “마스터 플랜은 소비자의 판단 능력 강화·안전한 소비문화 향상·친환경적 소비 문화 등 7개 분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청소년 교육을 우선적인 교육 대상으로 삼고 올 한해 전국적인 규모로 소비자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제 관련 교과서 검토와 교사에 대한 경제지식 강화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는 그 동안 해왔던 교사연수를 확대하는 한편 시민단체와 연계해 교사용 인터넷 사이트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연령별로 다수의 경제교육 교재를 낸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금감원의 송태희 소비자교육실장은 “획기적인 내용으로 구성해 금융교육의 백과사전으로 꾸밀 것”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재경는 최근 어린이경제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멀티미디어 교재 ‘어린이 경제교실’을 발간, 무료 배포하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 용돈기입장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청소년 경제교육 붐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고 해석한다.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을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세계화 시대에 실생활에서 유리된 교육은 더 이상 현실성을 찾기가 어려워졌다”(KDI 천승규 경제교육팀장)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원의 김인숙 선임연구원은 따라서 “경제교육은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붐이 일고 있는 것”으로 봤다. 무분별한 소비 문제를 해결하라 무한소비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소비에 대한 자제력을 상실했다는 점도 경제교육의 붐 조성에 한 몫을 했다. 선진국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카드 남용·할부 구매 등에 의한 개인파산이 지난해부터 ‘우리의 문제’로 등장함으로써 미국이나 일본처럼 신용·금융·소비자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것이다. 입시만능주의와 암기·시험 위주의 공교육 역시 경제교육의 욕구를 분출시킨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랫 동안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교육이 경제교육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자 민간이 그 대안으로 경제교육을 들고 나왔다는 해석이다. 김재원 경제교육학회장은 “2백60만 신용불량자 중 20대가 45만명이라는 사실은 입시위주 교육이 빚어낸 또 다른 단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경제교육의 활성화가 지금의 정치 상황과 무관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자는 “친노동 성향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제도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 전략이 벽에 부닥치자 경영계가 경제교육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봤다. 실제로 경제교육을 강조하는 재계 한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받아 시장경제 원리에 익숙해 있다면 유럽의 ‘복지병’은 없었을 것”이라며 분배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경제교육의 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민의 경제의식을 고취시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고 끝 없는 소비병과 그로 인한 자원의 낭비,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붐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적되는 것이 전문가 부재 현상이다. “아마추어리즘이 횡행한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교육을 ‘더티 워크(dirty work·귀찮고 지저분한 업무)’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청소년들을 가르치기에는 교육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가 부족하다. 반면 교육학자들은 심도 있게 경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경제교육 전문가 부재 현상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KDI 천규승 경제교육팀장) DECA-korea의 안승환 대표도 같은 문제로 고민 중이다. “조만간 경제교육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인데 연구소를 맡을만한 분을 찾지 못했다”며 “국내 전문 인력 풀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 不在는 해결해야할 과제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있을 수 없다. 한 전문가는 “프로그램도 몇 개 안 되지만 그나마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경제교육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교육 프로그램이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보원은 5년 동안 시범학교를 운영해 왔지만 본격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최근에야 만들어지고 있다. 5년 간의 실험 끝에 겨우 프로그램다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됐다“(소보원 김성숙 박사) 해외 프로그램 수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는 있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그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돈벌기·쓰기·결제방식 등이 우리와 판이하게 다른 데에다 제시되는 주요 사례들이 외국 것이어서 문제가 실제 교육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해외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자 중심이어서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JA 도입에 전폭적인 지지를 한다 해도 한국화하는 데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상황이다 보니 전문가들은 언론이 앞다퉈 경제교육을 홍보한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데 과잉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내용에 실망한 수요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이전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보원의 설승현 소비합리화추진단장은 “소비자교육의 역사 10여년 동안 요즘처럼 좋은 기회를 맞은 적은 없었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민간 관계 없이 모두가 협조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가야 한다”며 경제교육 주체들의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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