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웅래 5425 사장 | 지난 1998년 ‘700-5425’라는 전화번호를 크게 내세운 한 TV 광고가 프라임 시간대에 연속 방영됐을 때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동안 버스 안이나 신문 한 구석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700 ARS서비스 광고가 TV를 점령한 데 대한 호기심이 적지 않았던데다, 과연 이렇게 비싼 광고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궁금증이 컸던 것.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머리에 ‘5425’라는 번호는 깊이 박혔지만, ㈜5425가 어떤 회사고 누가 이끄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었다. 얼핏 신비주의로 비치는 이같은 마케팅 전략은 조웅래(45) 사장의 작품이다. 10년 전 대구에서 퀴즈·운세 등 700 ARS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조사장은 전화를 이용한 사업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이용 번호를 확실히 알리는 것이라고 봤다. CEO나 회사 자체를 알리는 언론 홍보보다는 브랜드, 즉 번호를 알리는 광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햇다. “이 사업에서 최고 자산은 전 국민들에게 번호를 인지시키는 거죠. 그래서 무리다 싶을 정도로 광고비를 쏟아 부었습니다.” 98년 휴대폰 음악메시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투입했던 한 달 광고료는 9억원. 당시 월 매출 6억원의 1.5배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그래도 광고 효과는 즉시 나타나 곧 손실분은 만회됐다. 그리고 이 같은 소나기식 광고에 힘입어 이 회사 매출은 2000년 2백40억원에 이른 데 이어 이후 몇 년간 계속 2백억원대를 유지하는 안정세를 나타냈다. 현재 휴대폰과 관련된 각종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5425는 최근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차세대 휴대폰 서비스 시장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통화연결음 서비스 분야에서 3개 이동통신사 모두 1위 CP(컨텐츠 제공 업체)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빠른 시장 포착과 적극적인 브랜드 마케팅이 일궈낸 성과였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LG정보통신 등 공학 분야에서만 경력을 쌓아 왔지만, 조사장은 시장을 읽고 전략을 집행하는 사업 감각이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0년대 초 당시 생소했던 ARS 사업에 손을 대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나, 대대적인 광고 전략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넓힌 것 등이 그 증거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달리 조사장은 한 사업 분야에만 고집스레 매달리고 있다. 지난 92년 처음 ARS사업을 시작한 이래 그는 줄곧 ‘소리’와 관련된 사업만 해 왔다. 퀴즈·운세 등 음성 정보에서부터 인사말·음악 메시지를 비롯 최근의 통화연결음·벨소리까지 모두 한 가지 테마로 묶인다. “한 분야에만 매진했던 게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던 힘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노하우도 생겼고요.” 최근 경쟁업체 증가와 새로운 사업 개발을 고심하고 있는 조사장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마라톤. 일주일에 5∼6일은 대구 월드컵 경기장 주변을 달린다는 그는 직원들에게 마라톤을 장려하기 위해 1㎞당 1만원의 성과급도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라톤만큼 정직한 운동이 없더군요. 준비하지 않고 뛰면 꼭 사고가 나기 마련이니까요. 앞으로는 연봉 협상할 때도 마라톤 성적을 반영할까 합니다.” 대구 토박이로 대구 본사 체제를 고집하고 있는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서울 지사에 올라와 사업을 점검한다. 사업이 커지면서 본사와 사장이 서울로 옮겨오는 다른 지방 벤처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 사업 하는데 서울에 꼭 올라와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고향이고 처음 사업을 시작한데라 그런지 대구에 있는게 편하네요.” 많은 이들이 서울 입성을 시도하는 요즘 지방 기업을 고집하는 이들의 화이팅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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