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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지표 좋고 분위기도 뜨는데…

[지역경제]지표 좋고 분위기도 뜨는데…

부산지역 자동차산업은 이 지역 경제인들의 주요 관심종목이다. 지난해 자동차 관련업종의 산업생산자수는 지난해보다 40%나 증가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한 대한민국 제1의 항구도시 부산의 요즘 표정은 과연 어떨까. 지난 2월25일 ‘참여정부號’의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고향인 부산의 경제 속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산 경제는 요즘 지표상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분석한 부산지역 주요 경제지표에 따르면 2002년 산업생산지수는 평균 120으로 지난해보다 11.4%나 늘었다. 특히 월중 산업생산지수가 단 한 차례도 전년 같은 달에 비해 감소하지 않았고, 12개월 중 7개월에 걸쳐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다.

새로운 미래산업 유치하라 실업률·제조업 조업률·어음부도율을 보아도 부산경제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업률은 2002년 1월 그동안 계속됐던 전국 최고치의 불명예를 벗었고, 9월에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2%대에 진입하는 등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조업률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80%를 넘어섰고, 어음부도율은 전년 대비 0.04%포인트 하락한 0.44%로 낮아졌다. 2001년까지 대부분의 경제지표에서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던 부산경제가 이제 불황의 긴 터널에서 벗어난 듯하다. 수치상으로 보면 “동북아 물류기지를 부산을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언대로 밑바탕이 착착 다져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산경제는 지금 심각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일례가 바로 부산의 주력인 신발산업이다. 올해를 끝으로 신발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끝나고 새로운 성장산업을 통해 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게 당면 과제다. 부산 경제는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경공업생산의 거점도시로, 전국 수출 비중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체산업 육성에 실패했다. 부산은 그래서 지금 장기적으로 부산경제를 이끌어 나갈 주요 산업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갖추고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미래유망 산업을 유치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부산지역 특화산업으로 지정된 신발산업이 그렇다. 신발산업의 정보화, 국내 최초의 신발종합센터로 기록되는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의 건립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부산상의에 따르면 신발은 천일실업을 비롯한 15개사의 2002년 생산실적이 6백84만9천족으로 2001년에 비해 5% 줄었다. 이어 올해도 6백84만4천족으로 2002년보다 0.1%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흥주 신발진흥센터 초대 소장은 “부산의 신발산업이 곧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신발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 관계자들은 “중앙정부와 부산시가 다 죽어가는 환자(신발)를 살리려고 천문학적 돈을 퍼부었지만, 이미 죽어가고 있는 환자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비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다시 주목받는 자동차산업 신발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인해 IT(정보기술)·BT(생명기술)산업 등 다른 성장산업들에 대한 투자가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 자동차산업도 경제인들의 주요 ‘관심종목’이다. 일단 수치는 좋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늘어나 2002년 자동차 관련업종의 산업생산지수는 지난해보다 40% 증가했다. 지난해 9월1일로 출범 2주년을 맞은 르노삼성자동차는 현재까지는 잘 나가고 있다. 회사의 두번째 차종인 SM3가 출시됐고, 내수 판매에서 예상밖의 실적을 올려 국내 자동차업계의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떠올랐다. 르노삼성은 2002년 한 해 동안 11만7천87대를 팔아 전년도에 비해 65%의 판매신장세를 기록했고, 이르면 2003년에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판매증대로 오는 2010년까지 5개 신모델을 개발하고, 연간 50만대 생산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2002년을 수출 원년으로 삼아 중국을 비롯해 북아프리카 중남미 지역 등에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르노삼성이 르노 그룹 내에서 독자적인 개발 생산능력을 갖춘 계열사가 될지, 아니면 그룹의 해외계열사 모델만 들여와 생산공장의 역할만 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게 부산 경제계의 정서다. 한편 이같은 자동차산업의 활황은 부산권역 고무산업과 자동차 부품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인 타이어·웨더스트립(창틀고무)·호스 등 자동차관련 고무제품 생산업체인 넥센타이어㈜·유일고무·화승R&A 등은 2002년 업체마다 10∼30%대의 매출증가를 기록해 제조업체치곤 큰 호황을 누렸다. 이는 물론 자동차산업 활황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업체마다 인력증원·해외진출 등을 서두르고 있어 부산권역 고무제품의 중심축이 신발에서 자동차로 옮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동차부품업계도 지사 지역에 조성되는 부산과학지방산업단지에 협동화단지(13만평) 건립계획을 세워놓고 올해부터 구체적인 사업추진에 들어간다.

관광·레저·유통은 아직 불황 철강은 ㈜한보 등 지역업체 12개사의 생산량이 2002년에 2001년보다 10.2% 늘어난 3백53만8천t를 기록했다. 올해는 3백94만3천t으로 2002년보다 11.5% 늘어나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부산상의는 내다봤다. 특히 한보 부산제강소(YK스틸)가 97년 1월 부도 이후 5년 10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완전히 거듭난 게 눈길을 끈다. 경영권을 이양받은 일본 야마토공업은 YK스틸에 3천만 달러의 신규투자를 추진해 기업경쟁력 향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해 부산경제에도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섬유·의류는 태광산업·파크랜드 등 16개사가 2002년 8천3백87억원 매출을 기록, 2001년보다 6.1% 늘었다. 해는 9천1백53억원으로 2002년에 비해 9.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월드컵·아시안게임·합창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줄을 이으면서 관광·레저·유통 등 부산지역 소비업계가 큰 호황을 누렸으나, 2003년 들어서는 불황을 겪고 있다. 부산 롯데호텔을 비롯해 파라다이스·그랜드·조선비치·메리어트 등 특급호텔들이 모두 “주말을 빼면 객실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백화점·대형할인점·슈퍼업계 등도 “장사가 안 된다”며 위축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을 살리기 위해 갖가지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지만 약발은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부산은 지금 노무현 정부의 핵심과제인 ‘분권과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때문에 한껏 분위기가 고조돼 있다. 특히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방안은 부산경제에 새로운 기회의 창을 제공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은 동북아에서 해양과 대륙을 잇는 가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항만·철도·항공물류의 중심지로 부각되기에 매우 유리하다. 따라서 항만·공항·철도와 같은 물류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 부산은 동북아의 물류 중심기지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민들은 부산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을 분권에 기초한 동남권의 두뇌도시·동북아물류 중심도시로 육성해 줄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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