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안타는 페인트 사업 뛰어든 이종석 휴켐스 사장
불에 안타는 페인트 사업 뛰어든 이종석 휴켐스 사장
| 이종석 휴켐스 사장 | 지난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 소식이 서울로 전해지던 날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5층에서 탁자를 내리치며 안타까워하던 이가 있었다. “불에 타지 않은 도료를 우리가 조금 더 일찍 출시해 대구지하철 차량 안팎에 발랐다면 수백명의 사상자는 결코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런 ‘아픈 마음’을 갖고 대구참사 소식을 전하는 TV를 지켜보고 있던 이는 화학전문 상장회사인 휴켐스의 이종석(59) 사장. 그가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희가 올 10월께 출시 예정인 불에 안타는 페인트인 내화도료 ‘부란타(‘불안타’라는 말에서 따온 브랜드)’는 섭씨 1천1백도에서 2시간 동안 불에 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특수도료입니다. 게다가 불에 타도 유독가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부란타는 그가 직접 지은 브랜드로 상표등록까지 했다. 그런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 그는 즉각 ‘현장 실험’에 들어간다. 라면박스용 골판지를 손바닥만 하게 잘라서 앞뒤로 ‘부란타’를 칠한 다음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고 시도한다. 라이터불의 온도는 대략 6백℃. 물론 부란타를 바른 골판지는 타지 않는다. 요즘 그의 머리 속은 내화도료에 관한 생각으로 꽉 차 있다. 휴켐스의 ‘야심작’인 내화도료 시장이 결코 작지 않아서다. 관련시장까지 합치면 연 1조원은 너끈할 것이란 계산을 이미 마쳤다. 철골구조물이나 건물의 방화용으로 내화도료가 필수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왜 유명한 화학회사가 내화도료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지난해 9월 이 회사의 CEO가 되면서 세계적인 화학회사들의 신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그런데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 전문가가 ‘요즘 화학회사들의 주 관심사가 내화도료’라고 알려주었죠. 그래서 거꾸로 이같은 내화도료를 만드는 회사(미국 IFRS사)를 찾아나선 겁니다.” 내화도료의 미국 상품명은 Ff88(Fire free 88)인데, 묘하게도 5년간의 인증 실험을 거쳐 처음 시장에 선보인 2001년에 9·11테러가 터졌다.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왜 무너졌는지는 잘 아시지요. 철골구조물이 1천1백℃의 열을 견디지 못해 녹아내린 것 아닙니까. 만약 이같은 내연도료를 칠했다면 인명피해도 크게 줄었을 겁니다.” 이사장은 지난해 12월17일 IFRS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한국 외에 중국·일본·대만 등에 대한 독점 판매권도 따냈다. 현재 국내 인증절차를 밟고 있으며, 곧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난 6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충남지역 본부장·비서실장을 거쳐 지난 99년, 농협이 인수한 남해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재무전문가. 남해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로 남해화학 구조조정과 휴켐스 기업분할을 주도했으며, 지난해 9월 아예 휴켐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직장생활 34년’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엉뚱하게 「뇌내혁명」이란 책을 읽어보았냐고 되묻는다. 그의 비결은 ‘밝고 긍정적으로 살자’다. 너무 평범하다. 한데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책의 저자이며 저명한 의사인 하루야마 시게오(春山茂雄)의 주장을 읽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사람이 1백25세까지 오래 살고 또한 성공하려면 4가지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합디다. 그래야 뇌속 시상하부 아래 ‘생약공장’이 잘 돌아간다는 얘기죠. 그런데 그 첫번째 조건이 바로 긍정적인 사고더군요. 제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저도 놀랐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풀리는 문제가 없지요.” 그는 경영방침은 소액주주 중심 경영. 따라서 올해 소액주주들에게 액면가(1천원)의 15%를 배당한 관례를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한다. 현 주가(2천원선)가 그대로 유지한다면 최소 연 7.5% 정도의 배당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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