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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노사, 넘어야 할 산 너무 많다

[이슈진단]노사, 넘어야 할 산 너무 많다

주 5일쩨, 비정규직 등 제도개선과 관련한 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노동계에서는 6월 노사대란을 경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노사분규가 해결됐음에도 올 노사문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김대중 정부 때부터 거론됐던 각종 현안들이 단 한 건도 해결되지 못한 채 그대로 새 정부의 건네졌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문제·공무원 노조·산별교섭·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노사가 넘을 산은 겹겹이 쌓여 있다.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현안에 대한 제도개선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6월 초 노사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 원칙엔 동의, 각론에선 ‘No’ 전문가들은 ‘올해 노사정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으로 주5일 근무제를 꼽는데 이견이 없다. 지난 정부 내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했지만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자 지난해 10월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휴가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독자적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주5일 근무제는 경영계보다 노동계가 더 많이 요구했던 사안이었음에도 당시 노동계는 정부 제출안에 크게 반발해 총파업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노동계는 정부안이 지나치게 경영계 의견을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노동계 입장은 임금·수당·휴가일수 등은 그대로 둔 채 모든 사업장에 전면 도입하자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자체를 ‘시기상조’로 봤으며, 어쩔 수 없이 도입한다 해도 업종과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은 물론 수당과 휴가일수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새 정부 출범 직전까지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노사 입장은 처음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경영계 입장이 누그러졌다. 정부는 출범과 거의 동시에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영계도 정부정책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2월20일 전경련은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원칙적 수용을 시사했고,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은 오는 5월부터 연월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주5일 근무제가 빠른 시일 내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여전히 갈등 소지가 많다. 노동계는 임금이나 수당은 물론 휴가일수에 대한 조정 없이 ‘올해 안에 주 40시간 노동, 주5일 근무제의 전면실시’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수당·휴가일수 조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개념 해석부터 현격한 시각차 올 하반기 노동계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무한경쟁 시대의 필연적 산물이지만 국내에서는 독특한 법 제정으로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되고 말았다. 외환위기를 맞은 김대중 정부는 98년 2월 노사대타협을 이루는 과정에서 경영계의 요구인 ‘노동의 유연성 확보’를 보장하는 대신 ‘근로자 보호’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상충하는 요소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석부터 다르다. 같은 자료를 놓고도 노사의 시각이 워낙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2001년 말 노사정위원회는 노사 각각에게 분석을 요청했을 정도다. 당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임시·일용직이 전체 임금 근로자 1천3백20만명의 51.3%였지만 노동계는 이를 55.7% 경영계는 27%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시각차도 크다. 경영계는 어쩔 수 없는 ‘세계적 추세’로 여긴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력 제고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일단 이 시각을 인정하면서도 보호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입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업장별 노조는 전통적으로 정규직이 주도하고 있어 비정규직 근로자의 가입이 어렵고 이는 노조의 숫적 열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조 가입을 희망한다 해도 여러 가지 제약으로 어렵다. 게다가 지난 수 년간 생계의 위협과 차별을 겪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에 돌입했다”고 본다. 노사 모두 비정규직 문제를 하반기 노동운동의 ‘핵폭탄’으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조직화는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2000년 KT에서 대규모 사업장으로는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조가 출범했고 이후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 등 다양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조가 구성됐다.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며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정부 내 의견 조율도 안 돼 지난 수 년 동안 시민단체들은 현행 산업연수생제도 폐지와 고용허가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새 정부 역시 고용허가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향후 제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행 산업연수생제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국제적으로 선진 기술의 이관이라는 측면에서 사용되는 ‘연수생제’라는 이름을 쓰면서 근로자로 일하게 한다는 것이 첫째다. 국제사회에서 OECD 가입국으로서는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다. 이 문제는 곧장 인권과 관련된다. 임금체불에 감금·폭행 등 셀 수 없이 많은 인권 침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가 이미지도 손상되고 있다. 자국민이 인권 침해를 당한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장기적으로 수출에도 차질이 온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불법체류자다.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28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80%에 이른다. 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정상 체류자의 임금이 평균 시간당 3천원에 불과하다. 불법체류자의 임금은 3천6백원으로 더 많다. 인력이 딸리는 중소기업은 불법·합법을 가리지 않고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사용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은 크게 반발한다.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해 줄 경우 임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근로자로서의 성격을 인정함으로써 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 등 노동3권을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관계 부처 사이에서도 이견이 크다. 노동부는 노동부 주관으로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은 반대다. 특히 이들은 중소기업의 부담과는 별도로 단순노무직인 외국인 근로자들을 정상적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고 자칫 범죄·빈곤 등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통일을 대비했을 때 노동력의 과잉 현상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다.

▶산별교섭… 勞 “가능성 열려”, 使 “결사 반대”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 산별교섭이다. 산별 교섭은 개별 사업장이 아닌 업종을 대표하는 산업별 노조가 경영계 대표들과 한꺼번에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업측으로서는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사내 개별 노조와 상대하는 것이 훨씬 쉬울 수밖에 없다.경영계가 산별교섭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가 또 있다. 노조와 달리 전국 산업을 대표하는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전국 단위의 협회가 있기는 하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구속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산별교섭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노동부 역시 산별교섭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별교섭의 사례가 드물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두산중공업 분규에서 산별교섭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해석도 있지만 정상적인 산별교섭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노동부 중재로 전국금속노련이 노동계 대표로 나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했어도 파트너가 두산중공업이라는 개별 기업이어서 엄밀한 의미의 산별교섭으로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노조 입장에서 산별교섭이 가능해진다면 수확은 적지 않다. 노조에게 산별교섭이 유리하기 때문에 대규모 노조 설립·가입이 늘고 노동계 전반적인 세력 강화와 연결된다. 민노총은 올해 안에 조합원의 80%를 산별노조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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