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음악산업 성장 불구 음반업계는 고사 위기
[음반]음악산업 성장 불구 음반업계는 고사 위기
| 올해 휴대폰 콘텐츠 시장 규모는 3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백만장 보증수표’라 불리던 조성모와 김건모. 올 2월 나란히 발매된 이들의 앨범은 두 달이 지났지만 30만장밖에 팔리지 않은 상태다. 김건모의 경우 재작년 발매된 7집 판매량은 두 달 만에 80만장을 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음반제작사는 음반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장기 불황에 음반업계의 신음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음반업계가 ‘불황’ 수준을 넘어 ‘초토화’됐다”고 말한다. 한국음반산업협회(회장 박경춘)가 발표한 1분기 음반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가요부문 상위 10위권의 총 음반 판매량이 1백62만장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백36만장보다 31%나 줄었다. 언더그라운드 쪽은 더 심각하다. 독립음반을 제작하는 펜에스 이한우 사장은 “매니어 층의 꾸준한 수요로 언더그라운드 앨범도 1만장 정도씩은 나가줬지만 지금은 반도 팔리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사장은 “투자자도 나서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팝음악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유명 가수의 음반을 들여와도 움직여주지를 않는다. 업계가 대박으로 분류하는 판매고는 대략 3만장. ‘대박’ 기준이 10만장이던 2000년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수준이다. 최근 문광부는 어려운 음반시장을 살리겠다며 4천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광부에 따르면 2001년에 3천7백억원이었던 음반시장 매출이 작년에는 25%나 감소한 2천6백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 침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32개에 달하던 음반 도매상도 최근 20여개로 줄었다. 유재윤 한국음반협회 사무국장은 협회 조사 결과 2001년 1천8백개 하던 소매점이 2003년 2월에는 1천3백개로 줄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음반계의 어려움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음악을 다운받는 MP3(디지털 음악파일)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음반업계의 어려움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음반업계는 지난해 팔린 1억3천만장 정도의 공CD 중 70∼80%가 음반 복제에 쓰였다고 보고 있다. 1억장에 가까운 분량이다. 음반업계가 침울한 반면 음악과 관련된 휴대폰·인터넷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종영된 SBS 프로그램 ‘올인’의 주제곡 작곡가 김형석 씨는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업체와 계약했다가 순식간에 10억원을 벌었을 정도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위기를 맞은 것은 음반산업이지 음악산업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 놓았다. 그는 또 “올해 안으로 휴대폰·인터넷 음악 사업 규모는 전통적인 음반 산업 규모보다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문광부도 올해 음반 시장 규모를 2천6백억 정도로 보고 있지만, 온라인과 휴대폰시장은 약 4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불만이 많다. 신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실질적으로 음반업계가 가져가는 이익은 별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음반제작업체는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 새로운 음악시장이 커져봐야 음반제작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익배분구조를 보면 음반업계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다. 휴대폰의 경우 이동통신 회사들이 매출액의 절반을 가져간다. 나머지도 대개 CP(컨텐츠를 제공하는 업자)의 몫이다. 박경춘 음반협회 회장은 “현재 저작권을 가진 음반사 몫은 매출액의 10% 정도”라고 말했다. 그나마 그것도 작곡가와 작사가가 갖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음반업계는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휴대폰 벨소리나 컬러링 등에 사용되는 ‘음원’(音源)에 대한 소유권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요 음반업체를 중심으로 업계는 지난 4월22일 음원관리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국내 음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음반업체들이 모든 콘텐츠에 사용되는 음원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음반업계가 음원 소유권을 행사하며 사용료를 높일 경우 CP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게 뻔하기 때문에 휴대폰 콘텐츠 업계들이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또 음반업계는 음악파일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인 소리바다 폐쇄와 함께 온라인 음악 사이트인 벅스뮤직 등을 포함해 국내 5개 사이트에 피해보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동안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을 개척해 온 기존 업체들도 ‘기득권 사수’를 외치고 있어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휴대폰과 온라인시장의 유료화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정민 연구원은 “유료 온라인사업 강화, 대중음악 DB구축 등 국내 음반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같은 생각이다. 정부는 휴대폰과 인터넷의 유료화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형호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 서기관은 “음악관련 저작권 데이터를 집중 관리하기 위한 유통과 정산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며 올 10월이면 데이타 분류 작업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