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魔의 20초벽’을 넘어라

‘魔의 20초벽’을 넘어라

일러스트 조태호
수년 전 한 드라마에서 쿠웨이트 박이란 극 중 인물이 입버릇처럼 댄스를 예술이라고 표현한 것이 기억난다. 요즘의 무도경연대회 등을 보면 사교춤도 확실히 남다른 소질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남녀간에 이뤄지는 사랑의 몸짓, 즉 섹스 역시 예술의 범주에 속한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파트너 여성의 비위를 적당히 맞추면서 모든 신체적 조건이 무르익은 순간 몸을 하나로 만들어 여성을 쾌락의 삼매경에 빠지게 만들고, 마침내 절정에 이르게 만드는 테크닉은 가히 예술의 경지에 비유할 만하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까 불현듯 박 모씨의 일이 생각난다. 그에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라스트 10∼20초의 벽을 넘기지 못해 아내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마지막 골인 지점을 목전에 두고 남편의 분발을 촉구하지만, 그것을 못 채우고 주저앉기를 벌써 20여년 째 지속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육상선수들이 가끔 약물의 힘을 빌어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듯, 어떻게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마의 20초 벽’을 넘을 묘책은 없겠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훤칠한 키에 고소득, 그리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정작 섹스만은 여성 앞에서 기를 못 편다는 고백을 들으면 역시 섹스는 예술이구나 하는 평소의 생각을 바꿀 수 없게 된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이런 고민을 가진 남성들은 전체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조기 사정’은 학술적으로는 ‘precox’라는 병적 컨디션으로, 통계에 의하면 남자의 30% 정도가 무난히 그 벽을 넘을 수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섹스의 능력이라고 하면 타고난 체질, 즉 그 집안의 유전적 소질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스포츠나 미술, 그리고 음악 분야의 재질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처럼 섹스 또한 유전적으로 능력을 물려받지 않는 한 달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40여년 동안 나의 임상 경험을 통해서 보면 선대에 명월관 기생을 머리 얹어서 소실로 들여앉혔던 집안 자손이 똑같이 플레이보이로서의 자질을 유감 없이 발휘해 비뇨기과에 무상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성적 능력 역시 유전인자로서 타고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후천적 요소가 무시돼야 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극도로 쇠약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섹스 능력은 타고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누구나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던 성적 능력이 스트레스나 잘못된 섹스 체험 등으로 훼손돼 결국 조루가 발생한다. 반대로 그런 능력이 조장되면 평범한 사람도 섹스의 스트롱맨이 될 수 있다. 내용면에서 볼 때 섹스란 엘리트 스포츠보다는 사회체육 쪽에 가깝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서 「인간의 성반응」을 저술한 매스터즈 교수의 주장을 원용하고 싶다. 그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모든 일을 그르치는 것처럼, 매춘이나 카 섹스로 첫 성교를 불안정한 상태로 치르게 되면 차후 부부생활에서 심각한 조루증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매춘이나 카섹스는 그것이 일어나는 장소나 파트너가 가진 이상한 분위기와 특이한 신분으로 말미암아 섹스를 리드해 나갈 책임이 있는 남성 쪽 성심리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약점을 가졌다. 즉 남성의 대부분은 빨리 일을 끝내고 현장에서 탈출하려는 심리가 작동, 여성을 성적으로 만족시킬 여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 성심리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이 굳어지면 조루를 유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조루 환자를 문진해 보면 “이번에도 조루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심리가 항상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즉 한번 조루에 빠지게 되면 그 심리적 불안이 원인이 돼 섹스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게 되는 고질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생리현상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국에서 귀두부의 과민한 감각을 둔화시키는 마취제 연고나 수용제를 구입해 사용하지만, 이것으로는 조루의 원인인 심리적 불안을 다스릴 수 없다. 조루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나친 긴장으로 유발된 아드레날린의 과잉 분비와 그로 인한 감각 전달 물질의 과잉생산이다. 똑같은 마찰감각이라도 남보다 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뇌에 있는 성중추에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남성과학의 대가인 사이토오 박사는 심리적 불안을 제거하는 마이너 트랑킬라이저와 비아그라 같은 발기 지속제와 신경 전달 물질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우울제 사용을 조루 치료법으로써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치료법은 남녀간의 서로 정감 있는 대화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긴 시간 서로의 몸을 아껴주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그 속에 해결의 열쇠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2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3“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4‘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5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6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7구미시, 광역환승 요금제 시행..."광역철도 환승 50% 할인"

8포항 한우, 대한민국 대표 한우로 우뚝 서다

9獨 브로제 코리아,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둥지 틀다.

실시간 뉴스

1“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2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3“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4‘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5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