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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使 일심 경영

勞使 일심 경영

이종석 휴켐스 사장
얼마 전 한 기업에서 직장인이 일하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수고했다’는 표현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인 대다수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라는 말이다. 격려와 칭찬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적절한 방법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칭찬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하고 꾸지람은 남들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지만, 지나친 칭찬은 동료간에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내가 한 회사의 CEO가 된 후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직원들을 격려하고,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식적인’ 격려와 칭찬의 방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제안제도를 도입해 활성화시켰다. 이 제도의 골자는 이렇다. 일단 직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공정 개선·원가 절감·품질 개선·생산성 향상·고객만족도 향상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이 아이디어 때문에 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의 2%를 상금으로 준다. 또한 아이디어 실적을 마일리지로 누적시켜 승급·승진·해외연수는 물론 대학원 진학까지 온갖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시작되자마자 큰 호응을 얻었다. 매달 2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올 1분기에만 6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격려와 칭찬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칭찬의 대상도 방법 못지않게 중요하다. 개인에 대한 칭찬은 물론 팀에 대한 격려,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배려도 좋은 칭찬이란 얘기다. 우수사원 표창 시 직원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 배우자에게 ‘함께 감사한다’는 의미로 부부동반 시상을 하는데, 이 경우 칭찬의 효과는 배로 높아진다.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더 커지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가정이 평안하지 못하면 회사 일에 전념할 수 없다. 가족들의 후원이 있어야 직원들은 회사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시스템은 곧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화만사성 경영’을 최근 몸으로 느낀 적이 있다. 얼마 전 직원들과 배우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는데, 놀랍게도 몇몇 직원들의 가족이 초기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모두 초기에 발견해 완쾌됐지만,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사건이었다. 나중에 건강을 회복한 직원과 그 가족으로부터 회사에 대한 감사와 성원을 담은 편지를 받았다. 이같은 ‘가회만사성 경영’이 회사와 직원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접착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기다리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달리 생각하고 싶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 기대하기보다,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먼저 무엇을 해줄까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된다. 요즘 노사문제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라고나 할까. 지난해 ‘노사평화선언’ 이후 노사 등반대회 등을 통해 직원들의 요구에 꾸준히 귀를 기울여왔다고 자부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 회사와 직원 간의 ‘일심경영’이 실천되고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프랑스 명장 나폴레옹은 ‘리더란 희망을 주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진정한 리더란 회사가 가지고 있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고무시키고,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깨우쳐 그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하의상달(下意上達)의 자세를 갖추는 게 좋은 리더의 모습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회사와 직원 모두의 발전을 가져오는 ‘윈윈 전략’이며, 이 시대에 진정한 승자가 되는 길이 아닌가 싶다.

이종석 휴켐스 사장 1943년 충남 부여 生 공주사대부고, 고려대 농학과 卒 69년 농협중앙회 입사 94년 농협중앙회 저축신탁부장 98년 농협중앙회 비서실장 99년 남해화학 기획관리 상무 2002년 휴켐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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