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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 입학‘쌍방향 구애작전’

美 대학 입학‘쌍방향 구애작전’


The new college game

미국의 대학 입학 시즌이 지났다. 벤 와인버그는 여러 대학들이 탐내는 인재 중 한명이었다. 그는 미국 수학능력적성시험(SAT) 점수 1천4백30점에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서 내신 A- 학점을 받고 수준급 재즈 피아노와 테니스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생물의학자가 꿈이다. 메릴랜드주 베데스타에 있는 그의 집으로는 ‘귀하는 우리가 원하는 학생입니다’라고 쓰인 e메일과 홍보 자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는 우편이라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규모 공세를 펼쳤다. 와인버그의 우편함은 워싱턴대로부터 온 편지와 정보 전단들로 넘쳐났다. 심지어 대학 강의 시간표도 들어 있었다. 컬럼비아대는 한걸음 뒤로 물러앉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매체를 쓸 기회를 기다렸다. 입학 허가 여부가 결정되기 1주일 전인 3월 말이 되자 와인버그는 컬럼비아 공대 학장으로부터 입학이 거의 허가된 듯한 매우 긍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존스 홉킨스대는 한술 더 떴다. 입학 담당자 중 한명은 와인버그의 진학 상담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와인버그의 입학을 허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신력있는 생물의학 프로그램 참여도 허가한다면 그가 대학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 교사는 그럴 것이라고 대답했고 와인버그에게는 입학 허가서와 프로그램 참여 허가서가 날아들었다. 와인버그는 자신이 마치 미식축구리그에서 신인선수를 모집하는 날에 최고 대접을 받는 스타 쿼터백처럼 느껴졌다.

미국의 대학 입시 현실에서 18세의 한 재능있는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이 모든 노력들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대학들은 우수 학생들을 유치해 입학생 평균 SAT 점수와 학교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원자들 역시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들의 단점을 감추거나 장점을 강조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해 내고 있다. 이런 양방향 구애작전은 새로운 국면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대학들은 다른 학교의 홍보자료에 자신들의 학교 순위가 높게 매겨지도록 하기 위해 홍보자료를 교환하기까지 한다.

대학들은 또 학생들에게 보다 감정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도 이용한다. 보통 1월에 보내던 ‘입학 가능성 통보 편지’(우수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가능성이 높음을 알려주는 편지)를 입학 허가가 떨어지는 4월 직전에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썼다고는 믿기 어려운 화려한 미사여구로 가득한 입학 에세이들에 진저리난 대학들은 지원자들의 특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특화된 짧은 에세이들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봄이나 여름 학기 등에 이뤄지는 비전통적인 입학 허가, 긴 대기자 명단, 고등학교 2학년생들에게 보내는 ‘아첨’ 편지 등 대학 홍보 담당자들이 즐겨쓰는 방법들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다음은 학생과 대학들이 사용하는 최신 수법들이다.



● 연습 삼아 ACT를 본다: 일리노이주 노스브룩에서 사는 데이비드 핀주르는 딸 로라가 SAT를 잘 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 과정을 겪어본 다른 학부모는 그에게 최신 전략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우선 SAT와 쌍벽을 이루며 미국 중서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학 입학 시험인 ACT를 먼저 보되, 미리부터 자주 보아두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딸이 실제 시험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알아보는 안전한 방법이었다. 대학에 점수를 보낼 때 SAT는 여러번 응시한 성적을 모두 보내야 하는 반면 ACT는 여러번 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SAT의 연습용이라면 ACT가 아닌 SAT 모의고사가 더 낫다고 말하는 조언자들도 있다.
로라는 고등학교 2학년 9월에 처음 ACT 시험을 치러 31점(SAT의 1천3백80점에 해당)을 받았다. 나쁜 점수는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딸의 초조한 마음을 덜어주었다”고 그녀의 아버지는 말했다. 그녀는 두번을 더 시도해 각각 31점과 32점을 받았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녀는 SAT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포모나대의 신입생이 됐다.



● 진짜 실력을 드러내는 짧은 에세이들: 대학 지원시 개인 에세이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자(일부 고등학교들은 학생들에게 몇달씩 작문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입학 담당자들은 학생들의 에세이에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됐다. 종종 17세 학생이 쓴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잘쓴 에세이들 때문에 일부 대학들은 보다 짧은 에세이를 더욱 눈여겨보게 됐다. 코넬대의 농업·생명과학대 입학 담당자인 로버트 스프링걸은 “학생들은 개인 에세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자신의 학업 관련 소개글이나 짧은 답글 등은 소홀히 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 대기자 명단: 전국대학입학상담협회가 1월에 발표한 보고서는 대학 합격자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학생 수가 “지난 수십년에 비해 더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입학 담당자들의 70%는 대기자 명단에 있는 학생들 중 20% 미만을 입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의 수입 창출을 위해 대기자 명단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으며 그 현황은 학교마다 각각 다르다. 일부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생들 중에서 거의 아무도 입학시키지 않지만 조지타운대 같은 일부 명문대에서는 많은 수를 선발한다. 지역 구획설정법 때문에 팽창이 금지된 조지타운대는 매년 학생 수 과잉을 막기 위해 1차 모집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자만을 받아들이고 대기자 명단에서 약 1백명의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생이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너무 지나치지 않는 한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메릴랜드주 로크빌에 있는 우턴 고등학교의 비벡 초프라처럼 집요하되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는 코넬대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했으며 교사들에게도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최신 학교 성적을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화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 소재 메리 워싱턴대의 입학 담당자 마틴 와일더는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쭥대학 상호간의 홍보 로비: 대학 학장들은 영향력있는 US 뉴스&월드 리포트지의 ‘미국 최고의 대학들’ 순위 선정 기준에서 25%를 차지하는 대학 평판 점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경쟁 대학들에 자기네 대학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스위트 브라이어대의 엘리자베스 물런필드 학장은 호바트대와 윌리엄 스미스대가 자신들의 학교에서 연설하기로 예약돼 있는 훌륭한 명사들의 명단을 적은 편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세다 크레스트대는 잘 나가는 졸업생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미들베리대는 캠퍼스 사진들을 동봉했다.

US 뉴스지는 대학들의 로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최근 잠재적으로 중요한 변동사항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대학 순위를 매길 때 그 대학의 입학 허가를 수락한 학생들의 ‘수락 비율’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수락 비율을 높이려는 대학들의 욕망은 학생들의 ‘입학 조기 결정’ 제도의 유행을 가져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일부 교육자들은 그 때문에 학생들이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를 너무 빨리 결정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US 뉴스의 브라이언 켈리 편집국장은 그런 항의를 들어왔다며, 수락 비율을 순위 선정 요소에서 제외시켜도 전체 순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알게 되어 그것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은 수락 비율에 신경쓰는 것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을 높이기 위해 입학 조기 결정 같은 제도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버지니아대 입학처장 존 블랙번은 “입학 수락 비율을 자랑으로 삼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쭥개인적인 접촉: 지난 봄, 세라 톨피는 여러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드루대에서 그녀를 유혹하던 방법만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드루대의 학생들에게서 뭔가 궁금한 것이 없느냐는 전화들이 걸려왔다. 그녀의 파일을 읽어본 입학 담당관이 개인적으로 보낸 짧은 편지와 함께 입학 허가증이 도착했다.

드루 대학의 오픈하우스 파티는 따뜻하고 정겨웠다. 한 생물학 교수는 그녀를 만난지 2주 후에도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톨피는 “입학하기도 전에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입학시키려는 많은 대학들의 다양한 시도를 지켜본 벤 와인버그 역시 개인적인 접촉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깨달았다. 4월 그가 펜실베이니아대를 방문했을 때 학교측은 그를 귀빈 대접했다. 한 공대 교수와 2학년생은 그를 점심 식사에도 데려갔다.

다른 선택의 기회도 있었지만 그는 펜실베이니아대를 택했다. 여러 대학에서 자신의 입학을 간청하는 모습은 자신이 대학 입학 과정에서 겪은 쓰라린 경험들(그는 예일대나 하버드대에서는 입학을 거부당했다)을 상쇄시켜주는 정당한 보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명문대 몇군데에서 거부당한 내가 몇몇 명문대에 퇴짜를 놓게 됐다고 부모님께 여러 차례 자랑했다”면서 “그게 바로 게임의 법칙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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