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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힘은 우주에서 나온다?

중국의 힘은 우주에서 나온다?


In Outer Space We Trust

올해 초 미국에서 우주왕복선 발사계획이 보류되기 전, 우주탐사 계획의 극성팬들은 통상적 용도의 우주선이 발사될 때에도 이른 새벽 플로리다주 티투스빌의 1번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서서 바다 건너편의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를 바라보고는 했다. 지난주 중국에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수십년 동안 보여준 것을 능가하는 장관이 연출됐지만 그 역사적 장면을 보러 온 구경꾼은 소수에 불과했다.

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중국에서 우주탐사 계획의 열성팬이 되기는 쉽지 않다. 우주선 발사기지인 주취안(酒泉)은 외딴 사막에 있다. 그곳에 가려면 우선 비행기를 타고 인촨(銀川)시까지 간 다음 다시 11시간 동안 차를 타고 고비 사막과 군 검문소들을 지나야 한다. 발사 장소에는 약 2만명이 모였는데 주로 고위직·군인·과학자·취재진·보안요원들이었고, 물론 우주선의 정비공과 엔지니어들도 있었다. 10월 15일 수요일 아침 가지런하게 정렬된 야외 의자에 자리잡고 앉은 관객들은 대부분 군인이었다.

21시간 동안 세계의 이목은 중국에, 특히 이번 비행의 주인공인 양리웨이(楊利偉·38)에게 집중됐다. 미그기를 몰던 공군 중령인 그는 60만km의 비행 경력으로 중국인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 위업의 영광은 기술자들에게 돌아갔다. 우주선의 너트와 볼트를 조인 실무진뿐만 아니라 중국을 다스리는 기술관료들까지 말이다.

거기에는 중국의 MIT라 할 칭화(淸華) 대학을 나온 수력 공학도 출신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중 6명이 포함된다. 게다가 전기 공학도인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데 그는 11년 전 유인 우주선 개발계획에 박차를 가한 장본인이다. 중국 지도부는 수십년 전부터 기술을 통해 수많은 난관을 뚫고 발전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어 왔다. 그들에게 유인 우주선 발사는 수십년에 걸친 기술 축적의 결정체이자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뜻했다.

에이즈와 빈부격차 등 시급히 해결할 문제가 산적한 중국에서 유인 우주선 개발계획은 자칫 불필요한 허영으로 비치기 쉽다. 주목할 것은 중국 정부는 우주선 발사의 상징적 대가나 군사적 대가 이상의 것을 노리는 것 같다는 점이다. 중국 지도부는 오래전부터 우주 연구가 사회 전체에 확대될 수 있는 실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우주개발을 통해 사막의 팽창을 막고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구하며 궁핍한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주 발사된 선저우(神舟) 5호에는 씨앗, 그것도 대만산 차의 씨앗이라는 상징적 화물이 실렸다. 그러나 그 전에 발사된 무인 우주선들은 포도·난초·서양자두와 각종 채소를 비롯한 여러 식물의 씨앗과 묘목을 싣고 비행했었다. 중국 과학자들은 극미중력과 지구의 자기장, 그리고 대기를 통해 걸러지지 않는 우주 광선 등이 식물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켜 식물을 크고 건강하고 빨리 자라게 만들기도 하고 더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도록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축구공만한 가지나 엄청나게 큰 토마토, 또는 1m짜리 오이를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비응녹색식품공사(飛鷹綠色食品公司)의 퉁이차오 사장은 “우리가 개발한 토마토에는 보통 토마토보다 20% 더 많은 비타민이 들어 있다. 우리는 우주 환경을 이용해 지상의 문제, 특히 중국 농민의 가난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 연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가 기술을 구세주로 신봉하는 것은 분명하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중국 사회에는 서구의 문화는 아니더라도 기술만큼은 꼭 배우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중국이 과학기술을 숭배하기 시작한 것은 공산당이 집권한 50년 전부터다.

1957년 러시아가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도 그 뒤를 따르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1970년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몇해 뒤 마오쩌둥이 사망하면서 우주선 개발계획은 동면기에 접어들었으나 1980년대 중반 덩샤오핑(鄧小平)이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부활시키면서 국가 안보에서 경제와 기술 발전으로 초점을 옮겼다. 1992년 장쩌민은 유인 우주선 개발계획에 박차를 가했고 그 뒤로 중국은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매진했다.

1950년대 이래 세계의 대국들 중에서 인문계 대비 이공계 대학 졸업생의 비율이 가장 높은 중국에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 같기도 하다. 세계 최대의 싼샤(三峽)댐과 세계 최고도에서의 최장 철도(티베트), 그리고 주요 경제권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는 그들이 달에 최초의 식민지를 건설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웃을 일이 아니다. 지난주 중국 우주개발기구에서 일하는 장칭웨이(張慶偉)는 중국 정부는 “외계 탐사의 확대에 대비해 우주정거장을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처음으로 확인했다.

모두들 첨단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우주선 발사 소식을 알고 있던 중국인들(모르는 사람도 많았다)은 대체로 뿌듯한 표정이었지만 일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인터넷 채팅방에서 한 네티즌은 “가난한 농민에게 돈 한푼 버는 것과 우주선 발사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물어보라”고 비난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뭐냐”고 쏘아붙였다.
지식인들은 엔지니어를 비롯한 전문직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옛 소련 스타일의 교육방식을 비판한다. 베이징 이공대학의 교육 전문가 양둥핑(楊東平) 교수는 과학을 중시하느라 윤리·환경의식·통치술 및 기본 행동규범을 가르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좋건 나쁘건 지난 40년 동안 유리 가가린과 앨런 셰퍼드의 위업을 부러워 해온 중국의 공학도 출신 지도부는 마침내 그들을 따라잡았다. 궁극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것이다. 운이 따라준다면 그들은 새로 얻은 자신감을 통해 더 크고, 빠르고, 길고, 높은 것이 항상 더 좋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지상의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하늘을 정복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With CHENG FANG in Space City and ANTHONY KUHN in Bei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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