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개도국의 대변자”
“브라질은 개도국의 대변자”
Leading the World's Poor
지난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결렬된 이래 책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칸쿤의 실패에 일조했지만 비난의 화살은 특히 브라질로 향하고 있다. 브라질은 다른 협상에 앞서 선진국들에 농업 보조금 지급의 포기를 요구한 22개 개발도상국 연합(G22)을 이끌었다.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 나라들을 두고 ‘몰지각한 나라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셀수 아모림(61) 브라질 외무장관의 생각은 다르다. 중남미의 대표적인 베테랑 외교관 중 한명인 그는 브라질이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거나 칸쿤 회의가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뉴스위크의 맥 매골리스 기자가 브라질리아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로버트 죌릭이 WTO 회의 결렬의 책임을 브라질에 돌렸는데 당혹스럽지 않았나?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회의에서 그는 우리가 제시한 협상 의제들이 ‘이해타산적’이라고 했다. 실망감은 이해한다. 모든 참석자들이 실망을 안은 채 돌아갔다. 그러나 협상에서는 냉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협상은 왜 결렬됐나?
농업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협상 막바지에 선진국들이 정부 조달시장 및 무역금융 등에 관한 이른바 ‘싱가포르 아젠다’의 채택을 고집한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회의는 원만히 진행되고 있었고 농업 보조금에 대한 수정안을 협상할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제네바에서 열릴 차기 회의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모두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자기 이익만 고집한다면 결국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다자간 무역협상이 안된다면 양자간 무역협상만 하겠다”고 말한다면 모두가 손해다. 아직까지 WTO를 대신할 시스템은 없다.
칸쿤 회의 이후 개선장군처럼 귀국해 의회에서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브라질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협상이 타결됐다면 입었을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안들은 도하 회의에서 생겨난 기대를 대폭 깎아내리는 내용들이었다. 브라질 대표단은 그 제안들로 얻을 수 있는 제한된 이득이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방해가 아니라 의도적 입장 표명이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한다면 협상을 계속할 여지는 있다. 우리는 정치적 승리를 거둔 셈이다. 초기에 반발은 좀 있었지만 우리는 한쪽에서 고함을 지르는 훼방꾼이 아니라 정당한 협상 파트너로 대접을 받았다.
일방주의의 위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칸쿤 회의의 실패로 그 위험이 증대된 것은 아닌가? 미국과 일부 국가들은 이미 양자간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세계 무역상의 큰 문제들은 분명 양자간 무역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브라질로서는 WTO 회담이 가장 기본적인 협상이다. 그것은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된다.
그러나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가난한 나라들 같은.
분명 빈국들은 잃을 게 더 많다. 그러나 WTO 회의는 개도국들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을 원치 않은 미국에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이 지체없이 제네바에서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모두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개도국들이 더 유리한 협상을 위해 몇년이나 기다릴 수 있겠나?
인내심을 시간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인내심이란 G22를 통해 우리가 달성한 것, 즉 경제력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의 발언권이 존중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회의 시간을 몇시간 더 늘리는 것을 뜻한다. 어쩌면 하루 혹은 몇주가 더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G22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G22의 결성은 분명 과감한 행동이었다. 처음에 우리는 우리를 폄하하려는 시도들을 목도했다. 많은 이들이 G22가 붕괴되거나 사분오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힘을 결집시켰다. 결국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 세력으로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브라질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요구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국제기구들이 엄청난 혼돈을 겪고 있으며 자기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라크 사태가 가장 극명한 예이지만 꼭 그뿐만이 아니다. 2차대전의 승전국들에 의해 좌우되는 한 안보리는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대표성과 정통성을 확보할 수 없다. 많은 나라들이 안보리가 자국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 상임이사국은 개도국에서 나와야 한다. 브라질이야말로 개도국들의 대변자다. 유엔의 가장 큰 맹점은 안보리가 세계를 공평하게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은 시정돼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결렬된 이래 책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칸쿤의 실패에 일조했지만 비난의 화살은 특히 브라질로 향하고 있다. 브라질은 다른 협상에 앞서 선진국들에 농업 보조금 지급의 포기를 요구한 22개 개발도상국 연합(G22)을 이끌었다.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 나라들을 두고 ‘몰지각한 나라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셀수 아모림(61) 브라질 외무장관의 생각은 다르다. 중남미의 대표적인 베테랑 외교관 중 한명인 그는 브라질이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거나 칸쿤 회의가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뉴스위크의 맥 매골리스 기자가 브라질리아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로버트 죌릭이 WTO 회의 결렬의 책임을 브라질에 돌렸는데 당혹스럽지 않았나?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회의에서 그는 우리가 제시한 협상 의제들이 ‘이해타산적’이라고 했다. 실망감은 이해한다. 모든 참석자들이 실망을 안은 채 돌아갔다. 그러나 협상에서는 냉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협상은 왜 결렬됐나?
농업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협상 막바지에 선진국들이 정부 조달시장 및 무역금융 등에 관한 이른바 ‘싱가포르 아젠다’의 채택을 고집한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회의는 원만히 진행되고 있었고 농업 보조금에 대한 수정안을 협상할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제네바에서 열릴 차기 회의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모두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자기 이익만 고집한다면 결국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다자간 무역협상이 안된다면 양자간 무역협상만 하겠다”고 말한다면 모두가 손해다. 아직까지 WTO를 대신할 시스템은 없다.
칸쿤 회의 이후 개선장군처럼 귀국해 의회에서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브라질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협상이 타결됐다면 입었을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안들은 도하 회의에서 생겨난 기대를 대폭 깎아내리는 내용들이었다. 브라질 대표단은 그 제안들로 얻을 수 있는 제한된 이득이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방해가 아니라 의도적 입장 표명이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한다면 협상을 계속할 여지는 있다. 우리는 정치적 승리를 거둔 셈이다. 초기에 반발은 좀 있었지만 우리는 한쪽에서 고함을 지르는 훼방꾼이 아니라 정당한 협상 파트너로 대접을 받았다.
일방주의의 위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칸쿤 회의의 실패로 그 위험이 증대된 것은 아닌가? 미국과 일부 국가들은 이미 양자간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세계 무역상의 큰 문제들은 분명 양자간 무역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브라질로서는 WTO 회담이 가장 기본적인 협상이다. 그것은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된다.
그러나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가난한 나라들 같은.
분명 빈국들은 잃을 게 더 많다. 그러나 WTO 회의는 개도국들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을 원치 않은 미국에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이 지체없이 제네바에서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모두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개도국들이 더 유리한 협상을 위해 몇년이나 기다릴 수 있겠나?
인내심을 시간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인내심이란 G22를 통해 우리가 달성한 것, 즉 경제력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의 발언권이 존중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회의 시간을 몇시간 더 늘리는 것을 뜻한다. 어쩌면 하루 혹은 몇주가 더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G22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G22의 결성은 분명 과감한 행동이었다. 처음에 우리는 우리를 폄하하려는 시도들을 목도했다. 많은 이들이 G22가 붕괴되거나 사분오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힘을 결집시켰다. 결국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 세력으로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브라질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요구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국제기구들이 엄청난 혼돈을 겪고 있으며 자기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라크 사태가 가장 극명한 예이지만 꼭 그뿐만이 아니다. 2차대전의 승전국들에 의해 좌우되는 한 안보리는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대표성과 정통성을 확보할 수 없다. 많은 나라들이 안보리가 자국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 상임이사국은 개도국에서 나와야 한다. 브라질이야말로 개도국들의 대변자다. 유엔의 가장 큰 맹점은 안보리가 세계를 공평하게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은 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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