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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밸리서 年 10兆 캔다

크리스털 밸리서 年 10兆 캔다

충남 아산 지역 61만평 부지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LCD 공장이 완공되면 2010년에 21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30일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천안에서 지방도로를 타고 현충사 쪽으로 한참을 달려야 나오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1천여명의 외부 손님들이 몰려든 것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심대평 충청남도 지사,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장단 등 거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은 삼성전자가 아산에 짓기로 한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의 첫 삽을 뜬 날이다.

LCD 시장 선두 굳힐 것 삼성전자는 아산시 탕정면 LCD 공장을 건립하는 데 201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공식에서 삼성전자 이상완 LCD사업부 사장은 “미국의 실리콘 밸리처럼 크리스털 밸리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크리스털 밸리’란 LCD의 주원료인 크리스털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이 지역에 LCD 공장들을 집중 육성해 세계 최대의 LCD 단지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측은 4개의 생산라인 건설이 완료되는 2010년에는 연 매출 10조원, 누계매출은 4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공장 크기도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단일사업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61만평에 달한다. 관계자들은 협력업체를 제외한 순수 LCD 공장만으로도 2010년까지 2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사장은 “‘산업의 쌀’인 반도체 산업을 주도했던 삼성전자가 ‘산업의 창(窓)’인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새로운 성공신화를 창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05년까지 우선 축구장 7배 크기의 7세대 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7세대 라인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대형 TV에 사용되는 2m급(1,870×2,200㎜) 제품으로 주로 40인치 이상 텔레비전에 장착된다. 7세대 라인은 유리기판 1개에서 40인치 LCD 8장, 42인치·46인치 6장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7세대 라인을 완공함으로써 2005년 이후 세계 TV용 LCD 시장에서 40% 이상을 점유해 이 분야에서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힌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TFT-LCD는 국내 생산량의 95%를 수출해 왔고, 지난해에는 세계 시장의 37%를 국내기업들이 점유한 대표적인 수출산업이다. 이상완 사장은 “7세대 라인은 40인치 이상 대형 LCD 제품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며 “대형 TV 수요가 계속 늘어 LCD 시장은 50∼60인치 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제품 생산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2015년까지 LCD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LCD-TV 시장은 올해 4백20만대에서 2007년 3천만대 규모로 연평균 64%의 급성장을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10여년 전에 아산 지역을 공장부지로 점찍었다. ‘공장을 짓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교통망이 발달해 물류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가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입지조건 탁월 이긍익 충남도청 정책기획실 팀장은 “천혜의 지리적 조건이 아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경인·수도권과 인접해 있고 서해항만을 끼고 있는 전략적 물류거점으로 기업들이 욕심을 낼 만한 지리적 요건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까지 88㎞, 대전과는 65㎞ 거리에 불과하다. 때문에 수도권 아니면서 수도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팀장은 “지리적으로 더 유리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규제가 많다”며 “이에 비해 충남에 속한 아산지역은 불리한 규정이 적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내년 4월에 개통하는 고속철도가 아산의 고속성장에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보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역에서 35분, 광명역에서는 25분이면 아산에 도착할 수 있다. 2006년에는 현재 천안까지 연결된 전철노선을 온양까지 연장해 수도권 전철과도 연결할 예정이다. 더불어 아산은 북부외곽도로와 간선도로망 등을 갖추고 있다. 당진-아산 간 동서고속도로도 개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수원과 평택을 잇는 민자고속도로도 아산신도시까지 연장하기 위한 협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유창우 아산시 지역경제과 계장은 “서해안 고속도로로 접근이 편리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산항이 가장 큰 무역상대로 떠오른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항구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중국까지 배로 상하이(上海)까지 1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아산은 순천향대·호서대·선문대 등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어 우수 인재를 무리 없이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연세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들도 이 지역에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인재양성’이라는 산업단지로서의 강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산시 삼성 맞이에 분주 조용했던 소도시 아산은 삼성전자라는 ‘큰손’의 등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전자 LCD 공장 등 관련업체와 디스플레이지원센터, 전자부품 연구원, 지역 대학을 확장·육성해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임창빈 아산시 지역경제과 과장은 “공장건설과 관련된 부분은 최대한 협조해 줄 계획”이라며 “우선 공장 건설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임과장은 “삼성전자 LCD 공장의 폐수종말처리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국비도 확보했다”며 “인근지방도로에서 공장으로 연결되는 진입도로 4차선을 3㎞ 지원해 줄 예정이다”라고 지원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LCD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들어와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먼저 아산시는 삼성전자 협력업체를 위해 탕정면 일대 30만∼50만평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또 삼성의 LCD공장에서 일할 사람들의 교육과 문화 등 주거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충남 교육청과 협의해 외국어고등학교와 과학고등학교를 유치했고, 동시에 아산시에 흐르는 곡교천을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전략도 세웠다.

[아산으로 간 기업들]천혜의 입지조건…자동차·부품·물류회사 러시 올해 충남 지역 호텔업계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전통적으로 환전 실적 1위를 지켜왔던 대전 유성 지역 호텔을 제치고 아산 지역 호텔들이 수위로 올라선 것이다. 아산 지역에 머무는 외국인 기술자 때문이었다. 최근 대기업들이 속속 이곳에 둥지를 틀거나 공장을 증축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도 늘어났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동부제강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아산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초 현대모비스는 지난 3월 아산에 7백억원을 투자해 6만평 규모의 대단위 모듈공장과 물류센터 등 종합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단지는 대지 6만평에 건평 2만5천평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종합물류 단지로는 최대 규모이다. 동부제강은 2007년까지 1천5백억원을 투입해 아산만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기로 했다. 동부제강은 이 항만이 건설되면 자체 물류뿐 아니라 아산만권 내의 타사 물류도 함께 맡아 물류 사업 분야로의 신규 진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제강은 신설되는 아산만 공장 부두가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중부권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물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90년대 중반 이미 아산공장을 건설해 현재 EF쏘나타·그랜저XD 등 승용차를 한해에 30만대씩 생산하고 있다. 신도리코는 지난해 5월 아산공장을 증축해 디지털프린터기를 생산하고 있다. 김치냉장고 업체인 위니아만도, 에어컨업체인 두원공조·센츄리 등도 각각 아산에 공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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