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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 滿開하다

디지털 혁명 滿開하다

디지털이 디지털을 낳는다. 디지털기기는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요구한다. 소프트웨어는 다시 디지털기기 수요를 일으킨다. 디지털기기들은 서로간의 연결성으로 급속도로 확산된다. 이 선순환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디지털 산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디지털 하드웨어 세계시장에서 챙길 수 있는 큰 ‘파이’는 뭘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지털 TV에서 2005년에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승산 있는 도전이라고 평가한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닦여 있고 디지털 인프라가 탄탄하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황금기’에 주목해야 할 품목은 이뿐 아니다. 플래시 메모리도 세계 1위로 부상 중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요즘 언제 어디서건 들릴 정도로 자주 거론되는 개념이다. 디지털기기들이 급속도로 진화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디지털이 몰고온 변화의 바람을 따라가봤다.

<편집자>



[디지털 하드웨어 ‘전성시대’]

전자제품과 함께 시장의 패러다임도 디지털로 전환됐다. 디지털 패러다임은 연결성과 융합화, 빠른 변화와 성장이다. 국내 업체들은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반긴다. 디지털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이다. 국내 업체들은 특히 디지털 TV 시장에서 2년 내에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직장인 고성환(31)씨는 8월에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가입했다. 가입과 동시에 고씨의 개인 홈페이지가 만들어졌다. 그는 이 홈페이지에 글과 함께 인터넷에서 받은 디지털 사진을 실었다. 그러다보니 갖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스캐너와 프린터 기능을 갖춘 디지털 복합기를 장만했다.

이번엔 직접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 싶어졌다. 그는 지난달 디지털 카메라 사이트에 들렀다. 파나소닉의 ‘루믹스 DMC-FZ10’을 골랐다. 가격은 70만원대로, 광학 12배 줌과 400만 화소에 손떨림 보정 기능까지 갖춘 성능에 비해 저렴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하면서 고씨는 디지털기기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젠 디지털 카메라 전용 포토프린터를 마련하려고 한다.

‘디지털이 디지털을 낳는다.’ 이 사례에서처럼 디지털은 한 품목이 새로운 품목의 수요를 유발한다. 그런 경향은 아날로그 시대에도 없지 않았지만 디지털로 접어들면서 더 강해졌다. 예를 더 들어보자. DVD 플레이어를 제대로 즐기려면 디지털 TV에 연결해야 한다. 디지털 TV의 선명한 영상과 음성은 DVD 리코더로 저장할 수 있다. 맘에 드는 장면을 출력해 두려면 프린터가 필요하다. 디지털 TV는 5.1채널로 극장 수준의 입체음향을 제공한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어지게 마련. 디지털 TV와 DVD 플레이어는 홈시어터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하드웨어 시장이 서로 밀고 끌며 성장하는 기반은 콘텐츠 호환성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아날로그에 비해 다른 기기에서 활용하기 쉽다. 하드웨어 업체들은 디지털기기가 콘텐츠를 더 잘 주고받도록 하기 위해 지난 6월에 ‘디지털 홈워킹 그룹’을 결성했다. 이 그룹은 삼성전자 ·인텔(Intel) ·소니(Sony) ·IBM ·HP등 17개사가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이 그룹에 참여했고 8개사로 구성된 이사회 자리도 확보했다.

콘텐츠 호환성과 하드웨어 연결성만이 아니다. 디지털 시장은 기존 아날로그 시장과 판이하게 발전하고 변모한다. 먼저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휴대전화에서 잘 드러난다. 2001년 초만 해도 국내 모바일 시장의 최대 화두는 컬러폰이었다. 이후 카메라폰이 등장한 것은 2001년 8월. SK텔레텍이 선보인 11만 화소급의 착탈식 카메라폰이 최초였다.

2년이 지난 현재는 카메라폰에서 ‘메가 픽셀(100만 화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팬택&큐리텔은 130만 화소급의 카메라폰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휴대전화는 130만 화소급의 디지털 사진뿐만 아니라 2시간 가량의 동영상 재생도 가능해 ‘캠코더폰’으로 불린다.

MP3 플레이어 역시 급속하게 변신하고 있다. 1998년 엠피맨닷컴(옛 새한정보통신)이 개발한 세계 최초 MP3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플레이어에 불과했다. 기본 메모리 32메가바이트(MB)에 고작해야 5~10곡 정도를 저장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MP3 플레이어는 메모리 10기가바이트(GB)에 약 2,500여 곡을 저장한다.
이젠 정말 디지털이다.

95년 <디지털이다> (Being Digital)를 쓴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요즘 속편을 낸다면 이런 제목을 달지 않을까. 디지털기기가 아날로그를 추월한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싶더니 벌써 구문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우 연구원은 “올해 세계시장에서 DVD 플레이어가 VCR를 앞지를 전망이고 캠코더는 내년에, 카메라는 2005년에 판도가 디지털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은 더 빠르게 디지털로 바뀌었다. 시장조사회사 GfK는 “수도권과 경남겫?지역을 대상으로 한 8월 소매판매 조사에서 캠코더의 72%가 디지털이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올해 초 판매대수 기준으로 일반 카메라를 추월했다. GfK는 “디지털 TV는 지난 8월 전체 컬러 TV 판매금액의 7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TV 판매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3%로 처음으로 아날로그 TV를 앞질렀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67%로 높아졌다.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한 디지털 TV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18%에서 하반기엔 23%로 높아졌고 올해 8월에는 30%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이 디지털로 앞서가고 있는 요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초고속 인터넷과 정보기술(IT) 기초를 먼저 다져 놓은 덕분이라고 풀이한다. 한국인들은 잘 닦인 초고속망으로 디지털 사진과 MP3, DVD 파일을 간단히 주고받을 수 있다.

또 한국의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오디오와 비디오를 많이 즐긴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6월 “인터넷 사용시간 중 오디오 ·비디오가 차지하는 비율이 중국 ·싱가포르 ·홍콩은 6% 정도인 반면 한국에서는 18%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PC에서는 디지털 파일의 빈번한 왕래가 멈추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등 오프라인에서 디지털 파일을 만들고 재생하는 하드웨어의 수요로 이어진다.

이른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도 새로운 양상 가운데 하나. 디지털기기가 한 곳으로 수렴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제품은 복합화하고 업종간 경계가 무너진다. 휴대전화가 카메라폰으로, 다시 캠코더폰으로 변신하고 있다. 종국에는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가 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영역을 넘어선 경쟁은 가전과 PC 업체 사이에서도 시작됐다. PC 판매업체 델(Dell)은 최근 디지털 TV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애플(Apple)은 10~40GB의 대용량 MP3 플레이어를 ‘아이포드’라는 브랜드로 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 연구원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어 기존의 룰과는 다른 새로운 경쟁규칙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분석한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는 따라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과감한 결단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 위에서 급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는 DVD 플레이어 시장이 올해부터 2007년까지 매년 14.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캠코더 시장규모는 30%씩, 디지털 TV는 27%씩 신장한다고 전망한다. ETRI는 국내 디지털 TV 시장이 올해 2조2,700억원에서 내년에는 3조원에 육박하고 2005년엔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 빅뱅’ 이후 팽창하고 있는 하드웨어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노릴 만한 분야는 무엇일까. MP3 플레이어는 국내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디지털 카메라는 90년대 말 경제위기 때 투자공백으로 인해 일본 제품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디지털 TV에는 승부를 걸 만하다고 말한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모두 ‘디지털 TV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LG는 지난 8월 말 구본무 회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2005년까지 마케팅 비용으로 5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해 PDP 디지털 TV에서 세계 1위를 굳히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부사장은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는 높은 초고속인터넷 사용률과 컴퓨터 보급률 및 뛰어난 IT 기반을 갖춘 한국 시장을 활용해 2005년 디지털 TV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은 이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KOTRA는 “한국산 디지털 TV는 세계 최대 디지털 TV 시장인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한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의 정해식 연구원은 “디지털 TV 표시장치로 LCD와 PDP가 활용되는 추세인데, 국내 업체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특허청은 지난해 “디지털 TV와 관련해 81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에서 공개된 특허 1만632건 가운데 한국이 33%인 3,462건을 갖고 있다”고 집계했다. 미국은 30%를, 일본은 22%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유중현 팀장은 “디지털방송을 비교적 일찍 시작해 디지털 TV가 널리 보급됐고 관련 기술도 많이 축적됐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2001년 10월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지난해 3월부터는 위성 디지털방송 시대가 열렸다. 반면 일본에서는 아날로그 방식 고선명 TV에 주력해 88년부터 시험방송에 들어갔지만 TV시장 형성에는 실패했다. 일본은 오는 12월 도쿄(東京) 등 3대 도시에서 디지털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견 IT기업들도 디지털 TV에 진출하고 있다. 모니터업체 이미지퀘스트는 하반기 중에 LCD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MP3업체 덱트론은 11월 말부터 LCD 제품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휴맥스도 연말 LCD 제품 출시를 선언하고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디지털 TV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가전과 IT의 접목은 지금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무대이며 IT에서 앞선 한국엔 분명히 유리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TV 세계 1위는 떼어논 당상이 아니다. 유리한 여건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IITA의 정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은 연간 100만 대 규모에 이른 내수 기반을 통해 품질경쟁력을 확보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토대 위에서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방송하고 수신해온 미국식을 버리고 유럽식으로 바꿀 경우 ‘무’에서 다시 시작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충고다.





콘텐츠가 하드웨어 뒷받침

디지털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 수요를 유발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윈-윈’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음악에서는 콘텐츠 무료 유통을 둘러싼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하드웨어 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질주하는 고속도로는 인터넷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은 더 많은 디지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임학순 정책개발팀 팀장은 “디지털 콘텐츠가 활성화하면서 IT인프라가 확충됐고, IT인프라는 디지털 콘텐츠와 함께 하드웨어 시장을 키웠다”고 말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은 더 많은 네티즌을 오래 붙들어 놓기 위해 네티즌들이 만들어 내는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제공한다. 최근 NHN과 싸이월드 등 대형 인터넷 사이트들이 미니홈페이지와 블로그(blog),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블로그 포털 사이트인 싸이월드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이용자들에게 유료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주고 있다. 싸이월드의 350만여 개 개인홈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25만여 장의 디지털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사업부의 신병휘 팀장은 “올해 들어 신규로 가입한 회원만 100만 명에 이른다”며 “이들 모두가 우리의 고객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복합기의 잠재적인 고객”이라고 분석한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영상에서처럼 하드웨어와 ‘윈-윈’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사진은 새로운 영역이고 기존 시장이 없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디지털 사진은 저작권 문제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음악은 다르다. 음악 콘텐츠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들에는 디지털로 음악을 제공하는 신생 업체들이 눈엣가시다. 인터넷을 통한 무료 유통이 활발해질수록 음반 판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터넷 조사회사 포레스터 리서치는 “올 들어 9월까지 전 세계 음반업계는 음악 파일 무료 유통으로 인해 적어도 7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음반회사들은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음악을 들려주던 벅스뮤직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최근 법원은 벅스뮤직에 복제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벅스뮤직이 음원(音源)을 무단으로 사용해 1,400만 회원에게 음악을 불법으로 제공했다는 판단이다. 벅스뮤직처럼 ‘불법’으로 음악을 전송해주는 업체는 200여 개에 달한다.

벅스뮤직은 물론 업계 전체의 생존이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벅스뮤직의 유성우 부장은 “현재 소리바다를 통한 개인 간(P2P) 제공은 무료인데 온라인 실시간방송(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MP3 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화는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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