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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의 힘… “카드부실도 대형 부실채권도 없다!”

지방은행의 힘… “카드부실도 대형 부실채권도 없다!”

심훈 부산은행장, 김극년 대구은행장, 홍성주 전북은행장(왼쪽부터)
'지역은행에서 강소(强小)은행으로.’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와 카드채 문제 등으로 시중 대형은행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대구·전북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잇달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월15일까지 증시에서 부산과 대구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2.5배, 1.3배가 늘었다. 국내 증권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최근 들어 이들 은행에 대해 잇달아 ‘매수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존의 ‘지역은행’이라는 인식이 어느새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지방은행의 강점은 무엇보다 지역 내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라는 무형자산에 있다. 30년 넘게 한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을 해온 덕에 대형 시중은행들도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1960년대 말 ‘1도1행주의’ 원칙에 따라 설립된 지방은행들은 각 지역의 노른자위 지역에 점포를 개설하고 있어 고객들의 이용 편리성 측면에서 대형 시중은행들을 압도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 주민의 65%에 달하는 3백50만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지방은행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구경회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방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이후”라며 “그 이전까지 지방은행들은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서 영업을 해온 만큼 다른 은행들이 이들 지역에 진출하더라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강력한 지역밀착경영으로 부산·대구·전북은행 등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대부분의 지방은행들이 부실화로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된 데 반해 공적자금의 지원 없이도 부실을 털어내고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 건전성=이들 지방은행들은 카드 부실과 대기업 여신에서 비켜 서 있어 시중 은행들보다 오히려 뛰어난 자산 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행은 신용카드 자산비중이 1.4%에 불과해 일반 은행업종 내 평균치인 6.0%(2003년 3분기 기준)보다 낮아 카드 대란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도 마찬가지다. 대구은행의 카드자산 비중은 2.9%, 부산은행은 5%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어부지리라는 시각도 있다. 영업기반이 지방에 한정돼 적극적인 카드 영업을 할 수 없었던 점이 오히려 득이 됐다는 것이다. 대기업 여신이 없다는 점도 불황기에 지방은행들이 주목받는 대목이다. SK네트웍스 사태로 시중 대형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한 대손충담금 쌓기에 바빴지만, 이들 지방은행들은 각 지역의 중소기업 여신이 주를 이루고 있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구경회 연구위원은 “대기업에 돈을 빌려 줬다 잘못되면 수천억원씩 날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 여신은 많아야 1백억원 안팎”이라며 “이런 점이 경기 불황기에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여신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지방은행들이 IMF 이후 대기업 여신을 줄이고 중소기업 여신을 확대한 것도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준 주요 정책 변화였다. 이들 은행들은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BIS(자기자본비율)에서도 은행업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행은 2003년 상반기 기준으로 11.9%,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각각 10.2%와 11.2%를 기록, 일반 시중은행들을 제치고 모두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예대 마진도 커=은행들의 수익구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예대마진’이다. 통상 은행 전체 수입 중 80%를 예대마진이 차지한다. 때문에 ‘저원가성 예금’(이자가 낮은 예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은행들의 수익성이 달라진다. 이들 지방은행들은 이 측면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자금인 시금고, 급여 이체, 기업들의 운용 자금인 결제성 자금 등이다. 이들 은행들은 한 지역에서 30여년 넘게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 자금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영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해당 지역의 입지가 뛰어난 곳에 점포를 개설하고 있어 주5일근무제 확산으로 주말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ATM(현금자동인출기) 이용 수수료 수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적극적인 IR과 배당정책=“모든 걸 발가벗고 보여준다.” 한 증권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이들 은행들의 IR활동에 대한 평가다. 이들 은행들은 애널리스트의 사소한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주주들이 있지만 대주주로서의 위치만 갖고 있을 뿐 모두 전문경영인들이 은행을 경영하고 있어 높은 투명성을 자랑한다. 일례로 최근 대구은행이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을 발표했는데, 증시에서 주가를 희석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은행 측은 발행 계획을 취소할 정도로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배당정책도 적극적이다. 대구·부산·전북은행 모두 배당수익률이 은행예금 금리 이상인 연 5%를 웃돌고 있다. 자산 건전성 등을 제외하고 배당만으로도 증시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성장성은 의문=지방은행들의 단점은 ‘낮은 성장성’에 있다. 영업 기반이 지역에 한정돼 있어 지역 경기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의 성장성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성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은행은 지역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며 “얼마나 내실 있는 경영으로 이런 단점을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구경회 연구위원도 비슷한 시각이다. “현재로선 지방은행들이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성장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율 완화돼야=지방은행들은 여신증가액의 60% 이상을 의무적으로 중소기업에 대출해야 한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의 가이드라인인 45%보다 15% 높은 수준이다. 외국계 은행은 이보다 낮은 35%다. 만일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한국은행 총액한도에서 돈을 차입할 때 페널티를 받게 돼 저리의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이 규정은 지방은행에 대한 일종의 역차별”이라며 “금융시장이 개방된 마당에 과거 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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